동물보호 어린이집

[보넥도 빙의글/나페스] 동물보호 어린이집 5화 : 명명이는 늑대야

번외 : 누나가 잠든 사이

 

문제될 시 삭제, 아티스트 비하 의도 없습니다.

모든 내용은 현실과 무관합니다.

 


 

<늑대? 멍멍이!>

 

저녁을 먹고 난 하나는 소파에 기대 앉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하나 "음냐… 누나 딱 10분만 눈 감을게…"

 

그 10분 사이, 꼬마 셋이 TV 앞에 쪼르르 모여 앉았다.

 

리모컨을 쥔 건 링링이였다. 

 

아무도 몰래 채널을 돌리다 멈춘 곳은 「동물의 왕국」

 

화면 속에서 늑대 무리가 눈밭을 달리고 있었다.

성우 "늑대는 무리를 이끌고, 끝까지 가족을 지킵니다."

 

명명이 눈이 반짝 빛났다.

명명이 "……멋있다아"

명명이 "나두 늑대야아! 나두 가족 지킬 거야아!"

 

탯풍이 "넌 강아지자나"

 

명명이 "늑대랑 강아지는 친척이래써어!"

 

링링이 (조용히) "…포메 정도오?"

 

명명이 "포메 아니야아!!"

 

명명이는 소파 팔걸이 위로 기어 올라가 화면 속 늑대처럼 고개를 젖혔다.

 

명명이 "아우우우우~!!"

하지만 포부와는 다르게 나온 소리는 이랬다.

 

명명이 "아우… 낑…"

 

탯풍이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다.

탯풍이 "푸핫, 낑이래 낑"

명명이 "다시 할 꺼야아! 아우우~ 낑!!"

 

링링이는 말없이 해바라기씨 하나를 명명이 앞에 굴려 주었다. 

 

박수인지 위로인지는 링링이만 알았다.

 

그때 소파에서 하나가 몸을 뒤척였다.

 

하나 "음냐… 명명아 조용히 해…"

셋은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5초

 

하나가 다시 쌔근쌔근 잠들자, 

셋은 동시에 휴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과자 대작전>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자 이번엔 배가 출출해졌다.

 

탯풍이 "부엌 위 칸에 누나 과자 이떠 어제 바써"

 

명명이 "누나 꺼 먹으면 혼나아…"

탯풍이 "안 들키면 대"

 

탯풍이가 작전을 짰다.

 

탯풍이 "명명이가 의자 밀어 내가 올라가 링링이는 누나 깨는지 바"

 

링링이 "…나 망보기 잘해"

명명이가 낑낑대며 식탁 의자를 싱크대 앞까지 밀었다. 

탯풍이는 의자 위에서 까치발을 들고 위 칸 문을 살짝 열었다.

 

바스락

 

셋이 동시에 소파 쪽을 돌아봤다. 

하나는 입을 살짝 벌린 채 자고 있었다.

 

링링이 (손으로 동그라미)

 

작전 성공

 

셋은 식탁 밑에 쪼그려 앉아 과자 한 봉지를 나눠 먹었다. 

명명이는 한 개 먹을 때마다 "마시써어…" 하고 속삭였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탯풍이는 과자 부스러기를 꼼꼼하게 털어 냈다. 

링링이는 볼에 과자를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

 

다 먹고 나서 탯풍이가 빈 봉지를 휙 뭉쳐서 명명이 손에 쥐여 주었다.

 

탯풍이 "니가 버려"

 

명명이 "왜 나야아!"

 

탯풍이 "니가 젤 마니 머거짜나"

 

명명이 "……그건 마자"

명명이는 봉지를 쓰레기통에 넣고 돌아오다가, 

입가에 과자 가루를 잔뜩 묻힌 채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명명이 "…근데 이 집에서 누가 제일 형이야아?"

 


 

<누가 형이야!>

 

명명이 "아무튼! 내가 제일 먼저 와쓰니까 내가 형이야아!"

명명이가 가슴을 쭉 펴고 선언했다.

 

당연히 탯풍이가 반대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탯풍이 "그래, 니가 형 해."

 

명명이 "……진짜아?"

 

탯풍이 "웅 대신 형이면 이런 것두 해야 대는데?"

 

탯풍이가 소파에 드러누우며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탯풍이 "형이면 동생 물 떠다 조야지"

 

명명이 "물! 아라써어!"

명명이가 쪼르르 달려가 물컵을 가져왔다.

 

탯풍이 "형이면 동생 리모컨두 가져다조야지"

 

명명이 "리모컨! 여기이!"

 

탯풍이 "형이면 동생 이불두 펴 조야지"

 

명명이 "이불! 형이니까아!"

 

명명이는 신이 나서 거실을 왔다 갔다 했고, 

탯풍이는 소파에 누워 꼬리 대신 발끝만 살랑살랑 흔들었다.

 

한참 뒤, 이불을 다 펴 준 명명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명명이 "……어? 근데 이거 이상한데에?"

 

링링이 "…이제 아라써?"

명명이 "너어!!!"

 

그렇게 시작된 2라운드는 하나 옆자리 쟁탈전이었다.

 

명명이가 잠든 하나의 팔베개 쪽을 차지하면, 

탯풍이는 하나 배 위에 올라가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

 

명명이 "거기 내 자리야아!"

 

탯풍이 "배는 자리 아니거등?"

 

보다 못한 링링이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링링이 "…누나 옆은 돌아가면서 하자아 월수금은 명명이 화목토는 탯풍이"

 

명명이·탯풍이 "그럼 일요일은?"

 

링링이는 대답 대신 수줍게 웃더니, 하나 머리맡에 쏙 들어가 누웠다.

 

링링이 "…나"

조용한 링링이가 최종 승자였다.

 

명명이 "……치이"

 

탯풍이 "……쳇"

 

둘은 투덜거리면서도 하나 양옆에 하나씩 자리를 잡고 누웠다.

 

배부르고, 따뜻하고, 누나 냄새가 났다.

 

소파 위에서 하나와 꼬마 셋은 옹기종기 붙어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늑대의 첫 임무>

 

한밤중이었다.

 

쿵!

 

현관 쪽에서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명명이가 벌떡 일어났다. 

옆을 보니 링링이는 이불을 돌돌 만 채 쿨쿨 자고 있었고, 탯풍이 자리는 비어 있었다.

 

명명이 '……무서워어'

 

다리가 덜덜 떨렸다. 

이불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다.

 

그때 병원에서 간호 선생님이 해 준 말이 떠올랐다.

 

'진짜 형은 말이야, 제일 무서울 때 동생들이랑 누나를 지켜 주는 거야.'

 

명명이는 두 주먹을 꼭 쥐었다.

 

명명이 "……나 형이야아 나 늑대야아"

명명이는 혼자 깜깜한 복도를 지나 현관으로 나갔다.

 

명명이 "아, 아우우우…!"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고 나서 현관을 보니,

 

거기 있는 건 넘어진 택배 상자와, 

그 옆에 쪼그려 앉아 상자를 발끝으로 툭툭 차며 놀고 있는 까만 머리 꼬마였다.

 

사람 모습이어도 밤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야행성, 탯풍이였다.

 

탯풍이 "…머야 너 진짜 나와떠?"

 

명명이 "누나랑 링링이 지켜야 대니까아! 나 형이자나아!"

 

탯풍이 "……"

 

상자를 차던 발끝이 허공에서 딱 멈췄다.

 

탯풍이는 괜히 손등으로 얼굴을 쓱쓱 닦더니, 명명이랑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탯풍이 "……바보 그냥 상자 너머진 고야"

 

명명이 "진짜아? 다행이다아…"

 

명명이가 털썩 주저앉으며 휴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탯풍이는 넘어진 상자를 발로 슬쩍 밀어서 제자리에 세워 놓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명명이 "또 무슨 소리 날지 모르니까아, 나 여기 이쓸 꺼야아"

 

탯풍이 "……맘대루 해"

 

명명이는 현관 앞에 쪼그려 앉아 문을 지키다가, 결국 그 자리에서 꾸벅꾸벅 잠이 들었다.

 

탯풍이는 소파 위 담요를 두 손으로 질질 끌고 와 명명이 위에 툭 덮어 주고는, 휙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알람에 깬 하나가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다가 

현관 앞에 담요를 덮고 웅크려 잠든 명명이를 보고 하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나 "……얘가 왜 여기서 자?"

 

부엌 쓰레기통에는 과자 봉지가 하나 버려져 있었고, 

명명이 입가에는 과자 가루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하나 "명명아… 너 누나 과자 먹었지?"

 

명명이는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명명이 "……으응?"

 

탯풍이와 링링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탯풍이와 링링이는 동시에 딴청을 피웠다.

 

하나 "명명이 오늘 간식 없어!"

 

명명이 "히잉… 나만 머근 거 아닌데에…"

 

하나는 끝까지 몰랐다. 

어젯밤 이 집에 작은 늑대 한 마리가 있었다는 걸

 

그때 켜 둔 TV에서 아침 뉴스가 흘러나왔다.

 

앵커 "성북구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미남 토끼'가 최근 모습을 감춰, 

팬들이 직접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화면 가득 하얀 토끼 사진이 떴다.

 

출근 준비하는 하나를 기다리며 

현관에 나란히 앉아 있던 셋이, 동시에 TV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탯풍이 "……쟤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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