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 어린이집

[보넥도 빙의글 / 나페스] 동물 보호 어린이집 8화 : 가족

 

문제될 시 삭제, 아티스트 비하 의도 없습니다.

모든 내용은 현실과 무관합니다.

 

<브금과 함께 하면 좋습니다!>


<토요일 아침>

 

겨우 운아기를 달래 재우고 나니 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래 오늘은 토요일이다

 

알람 없는 아침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꼼지락거리는 이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였는데

 

명명이 "누나아~ 토요일이야아~"

 

탯풍이 '꾹 꾹꾹'

 

삼한이 "누나 삼한이 배고파아…"

 

운아기 (말없이 이불 위에 그대로 엎드림)

 

하나 "……으억"

 

제일 큰 막내가 배 위에 올라오자 숨이 턱 막혔다

 

하나 "운아기야… 누나 납작해져…"

 

운아기 "히잉"

 

링링이만 얌전히 내 머리맡에 앉아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링링이가 제일 무섭다

 

결국 점심이 다 돼서야 다섯 명을 다 씻기고 먹이고 나니 벌써 지쳤다

 

점심을 차리려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텅

 

계란 두 개 우유 반 통 그리고 언제 샀는지 모를 김치 한 통

 

혼자 살 때는 일주일을 버티던 냉장고가 다섯이 오고 나서는 이틀을 못 버텼다

 

거기다 운아기는 아직도 내 반팔 티셔츠를 원피스처럼 입고 있었다 칫솔도 없고 잠옷도 없고 신발도 없었다

 

하나 '…장 봐야겠다'

 


 

하나 "얘들아 오늘은 마트 가자~ 운아기 옷도 사고 먹을 것도 사고"

 

다섯 "마트!!!!!"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다섯이 사방으로 흩어지려 했다

 

하나 "손 잡아!! 다 손 잡아!!"

 

명명이는 장난감 코너 앞에서 공을 끌어안고 안 놓았다

 

명명이 "누나아 이거 사 조오 늑대는 공 조아해애"

 

탯풍이는 카트 안에 쏙 들어가 앉더니 내려오지 않았다

탯풍이 "나 여기서 안 내려가 걷기 시러"

 

삼한이는 젤리 코너 앞에서 초록색 곰돌이 젤리를 두 손에 들고 눈을 반짝였다

삼한이 "누나… 삼한이 이거 하나만… 진짜 하나만…"

 

운아기는 시식 코너 아주머니가 "얘 몇 살이야~ 키 크네~" 하자 내 다리 뒤로 숨어서 나오질 않았다

 

링링이는 아무 말 없이 장바구니 목록을 들고 내 옆에서 물건을 하나씩 카트에 넣었다

링링이 "…누나 우유 이거 세일이야 그리구 운아기 칫솔 저쪽에 이써"

 

링링이가 칫솔을 가지러 간 사이 나는 라면 코너에서 불닭게티 두 개를 슬쩍 카트 맨 아래에 깔았다

링링이 "…누나 그거 매운 거야"

 

언제 돌아왔는지 링링이가 카트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나 "…이건 어른 거야" '…얘가 애기 맞지..?'

 

계산대 앞에서 영수증을 보는 순간 신용카드 값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양손 가득 봉지를 든 다섯이 신나서 앞서 걷는 걸 보니 그냥 웃음이 났다

 

새로 산 노란 잠옷을 입은 운아기가 제일 무거운 봉지를 번쩍 들고 앞장섰다

 

집까지 오는 길 내내 명명이는 공을 튕기고 삼한이는 젤리 봉지를 흔들고 탯풍이는 걷기 싫다며 운아기 등에 업혀 있었다

 

그렇게 신나게 떠들던 다섯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하나둘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장 본 걸 정리하고 저녁 준비를 하려고 앞치마를 맸다

 

하나 "얘들아 누나 밥 금방 할게~"

 

대답이 없다

조용한 아이들은 위험하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거실을 내다봤는데

다섯이 소파 위에 포개진 채 쌔근쌔근 자고 있었다

 

명명이는 공을 끌어안고 탯풍이는 명명이 등에 기대고 삼한이는 젤리 봉지를 꼭 쥐고 링링이는 운아기 팔베개를 하고 운아기는 그 커다란 몸으로 다 같이 감싸고 있었다

 

하나 '……'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이건 무조건 배경 화면이다

 


 

저녁 준비하다가 깨달았다

 

지금 이 집에서 깨어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라는 걸

 

하나 '자연스럽게……육퇴다'

 

나는 매고 있던 앞치마를 슬그머니 풀었다

 

나는 살금살금 부엌으로 가서 마트에서 몰래 사 온 불닭게티를 꺼냈다

물 끓이는 소리도 숨죽이고 면을 비비는 소리도 숨죽이고

 

치즈까지 올린 불닭게티를 들고 바닥에 앉아 TV를 켰다 볼륨은 2

저녁밥은 애들 깨면 바로 하면 된다.

 

화면에서는 요즘 제일 핫하다는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비 오는 날 주인공이 떠나려는 친구를 붙잡고 우는 장면

 

주인공 "가지 마… 제발 가지 마…!"

친구 "…안 가 나 평생 네 옆에 있을게 우리 가족이잖아"

 

하나 "흐윽… 가지 마… 가지 말라고오…"

불닭게티를 입에 문 채로 나는 같이 울었다 매워서 우는 건지 슬퍼서 우는 건지 모르겠다

 

드라마가 끝나자 이번엔 나는 솔로가 시작됐다

하나 "아니 저 사람 왜 저래?! 말을 해야지 말을!!"

혼자 소리를 지르다가 박수를 치다가 베개를 끌어안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소파 위에서 눈 다섯 쌍이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깨 있었는지 모르겠다

 

명명이 "…누나 저거 조아해?"

 

하나 "아니 그 그게…"

 

다섯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뭔가 작당하는 얼굴이었다

 


 

그날 저녁 내내 다섯은 이상했다

 

밥을 먹다가도 자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고 내가 쳐다보면 동시에 딴청을 피웠다 삼한이는 욕실에서 분무기를 몰래 들고 나오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등 뒤로 쓱 숨겼고 탯풍이는 안방 이불을 질질 끌고 거실로 사라졌다

 

하나 '…뭐 하는 거지'

 

늦은 저녁을 다 같이 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나서였다

 

링링이 "…누나 여기 안자"

 

링링이가 거실 바닥에 방석을 하나 깔고 나를 앉혔다 소파 앞에는 이불로 만든 무대가 있었다

 

링링이 "…지금부터 다섯 꼬마 극장 시작하께"

 

삼한이가 분무기를 들고 나왔다

삼한이 "비 오는 장며니야아"

 

칙 칙칙

 

운아기는 우산을 들고 무대 뒤에 서서 나무 역할을 했다 분무기 소리에 깜짝 놀라 우산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무대 한가운데 명명이와 탯풍이가 섰다

탯풍이가 등을 돌리고 천천히 걸어가는 척을 했다

 

명명이가 슬로모션으로 손을 뻗었다

명명이 "가… 지… 마… 아아아…"

 

슬로모션이 너무 느려서 탯풍이가 벌써 부엌까지 갔다

탯풍이 "…야 빨리 해 나 다 가써"

 

명명이 "가지 마아아아 탯풍아아아!!"

명명이가 달려가서 탯풍이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둘이 같이 바닥에 철퍼덕 넘어졌다

 

그때 무대 옆에서 삼한이가 진짜로 울기 시작했다

 

삼한이 "흐어엉… 가지 마… 히끅… 넘 슬퍼어…"

링링이 (작게) "…삼한아 너는 비 역할이야"

 

하나 "푸하하하하하!!!"

 

참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참았다 배를 잡고 바닥을 굴렀다

 

명명이가 바닥에 엎어진 채 고개만 들고 나를 봤다

 

명명이 "누나 우서따아!"

 

탯풍이 "…성공이네"

 

다섯이 동시에 와아 하고 손뼉을 쳤다

 

링링이 "…아직 안 끄나써 이제 진짜 대사야"

 

링링이 말에 다섯이 내 앞에 쪼르르 한 줄로 섰다 아까까지 장난치던 얼굴들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명명이가 제일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명명이 "누나아 나 커서 진짜 늑대 대면 누나 평생 지켜 주께에!"

 

그다음은 삼한이였다 벌써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삼한이 "삼한이는… 히끅… 누나랑 평생 가치 살 꺼야아… 가족이니까아…"

 

탯풍이 차례가 되자 탯풍이는 괜히 천장을 보면서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찼다

탯풍이 "…나두 안 나갈 꺼야 이 집에서 그러니까 누나두 어디 가지 마"

 

운아기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큰 손으로 내 옷자락을 꼭 잡았다 그게 운아기 대사였다

 

마지막으로 링링이가 조용히 말했다

링링이 "…그럼 우리 다 평생 가족이네"

 

알고 보니 아까 내가 드라마 보면서 울다가 웃다가 하는 걸 보고 다섯이 몰래 준비한 거였다

 

누나가 좋아하는 거 해 주자고

 

하나 "……"

 

웃다가 눈물이 났다 이번엔 매워서도 슬퍼서도 아니었다

 

그날 밤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 거실에서 나는 이상하게 몸이 으슬으슬했다

 


 

안녕하세요! 히키입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댓글과 좋아요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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