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잏링/이한 리우]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보넥도 잏링]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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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축구부 훈련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한은 어제와 달랐다.

리우가 공을 건네면 자연스럽게 받아냈고, 리우가 움직이면 한 박자 빠르게 그곳으로 패스를 보냈다.

두 사람의 호흡은 이상할 정도로 잘 맞았다.

"좋아. 다시."

리우가 공을 앞으로 밀었다.

이한이 달려가 공을 받았다.

수비수를 하나 제치고 안쪽으로 파고들자 리우가 반대편에서 달려왔다.

이한은 망설이지 않고 패스했다.

리우가 그대로 슈팅했다.

골.

"이 정도면 이제 말 안 해도 되겠는데?"

리우가 웃으며 말했다.

이한도 숨을 고르며 웃었다.

"선배가 어디로 갈지 이제 대충 보여요."

"그 말 들으니까 기분 좋은데."

"왜요?"

"나랑 호흡이 맞는다는 거잖아."

이한은 잠시 리우를 바라봤다.

"저는 원래 선배랑 잘 맞았어요."

"언제부터?"

"처음부터."

"처음부터?"

"네."

리우가 피식 웃었다.

"그때는 나한테 말도 제대로 안 걸었잖아."

"말을 안 한 거지, 안 맞았던 건 아니죠."

"너 가끔 보면 사람 심장 떨리게 말한다?"

이한이 눈을 깜빡였다.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요."

"그게 더 문제야."

리우가 웃으며 공을 집어 들었다.

그때였다.

"리우 선배."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두 사람이 동시에 돌아봤다.

축구부의 1학년 선수였다.

"코치님이 선배 찾으세요."

"지금?"

"네. 그리고 이한도 같이 오래요."

리우와 이한은 서로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지?"

코치실에 들어가자 낯선 사람이 한 명 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코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왔어?"

"네."

"여기는 OO고 축구부 코치님이야."

리우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상대 코치는 웃으며 이한을 바라봤다.

"네가 이한이지?"

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제 경기 영상 봤어. 움직임이 상당히 좋더라."

리우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코치가 설명을 이어갔다.

"다음 달에 우리 학교와 연습경기가 있잖아. 그 전에 이한을 한번 테스트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테스트요?"

이한이 물었다.

"응. 다른 학교에서 이한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어."

리우의 손이 멈췄다.

"다른 학교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상대 코치가 웃었다.

"그래. 아직 정식 제안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다음 시즌부터 우리 학교에서 뛰는 것도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방 안이 조용해졌다.

이한은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리우는 달랐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한이 다른 학교로 간다.

그 생각이 이상하게 싫었다.

"일단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하니까 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어."

코치가 이한에게 말했다.

"천천히 생각해봐."

"네."

이한이 대답했다.

그때 리우가 입을 열었다.

"이한은 여기서 계속 뛰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모두의 시선이 리우에게 향했다.

리우 자신도 놀랐다.

상대 코치가 웃었다.

"주장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겠지."

"……네."

"좋은 선수니까 어디에서든 잘할 거야."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어디에서든.

그렇다면 이한은 정말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리우에게는 그 사실이 처음으로 두려웠다.

훈련이 끝난 뒤.

이한은 운동장에 혼자 남아 있었다.

공을 정리하고 있는데 리우가 다가왔다.

"이한."

"네."

"아까 그거."

"네."

"생각해봤어?"

이한이 공을 들고 리우를 바라봤다.

"아직요."

"갈 생각 있어?"

이한은 잠시 침묵했다.

"모르겠어요."

그 대답에 리우의 표정이 굳었다.

"왜?"

"더 좋은 환경에서 뛸 수 있다면 생각해볼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보다?"

"그럴 수도 있죠."

"……."

"선배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리우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라면.

더 좋은 기회가 있다면 잡았을 것이다.

그게 선수로서 당연한 선택일 테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이한에게는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나는……."

리우가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

"가고 싶으면 가."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정말요?"

"응."

"선배는 제가 가도 괜찮아요?"

리우는 애써 웃었다.

"네 인생이잖아. 내가 뭐라고 하겠어."

"그렇구나."

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돌아섰다.

리우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왜 자신만 이렇게 이상한 건지.

그날 저녁.

리우는 평소보다 늦게까지 운동장에 남아 있었다.

공을 차고 또 찼다.

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한이 다른 학교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다른 팀에서 뛰고.

다른 주장에게 패스를 받고.

다른 사람들과 웃고.

그런 생각을 할수록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답답해졌다.

"선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리우가 돌아봤다.

이한이었다.

"아직 안 갔어?"

"선배가 안 가길래요."

"왜?"

"같이 가려고요."

리우는 잠시 이한을 바라봤다.

"나 기다린 거야?"

"네."

"왜?"

"그냥."

이한이 리우 옆에 섰다.

"오늘 선배 기분 안 좋아 보여서."

"내가?"

"네."

"별일 없어."

"거짓말."

리우가 피식 웃었다.

"너 요즘 나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선배가 숨기려고 해도 보이니까요."

"그럼 네가 다른 학교로 간다는 것도 나한테는 숨길 거야?"

이한이 멈칫했다.

"아직 안 정했어요."

"근데 갈 수도 있잖아."

"네."

리우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가."

"……."

"네가 더 좋은 곳에서 뛰고 싶으면 가는 게 맞아."

이한이 한참 동안 리우를 바라봤다.

"선배는 제가 가는 게 좋겠어요?"

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해 주세요."

"……."

"선배."

리우가 결국 이한을 바라봤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좋아."

이한의 눈이 커졌다.

"뭐가요?"

"네가 가는 거."

처음으로 리우는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싫어. 네가 다른 학교에서 뛰는 것도 싫고, 다른 사람들이랑 연습하는 것도 싫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네가 더 잘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

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우는 씁쓸하게 웃었다.

"근데 내가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잖아. 네가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데, 내가 주장이라는 이유로 붙잡는 건 욕심인 것 같아서."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이한이 조용히 물었다.

"그게 정말 주장으로서 하는 말이에요?"

리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뭐?"

"제가 다른 학교에 가는 게 싫다고 했잖아요."

"응."

"그 이유가 정말 제가 에이스라서예요?"

리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한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선배가 저를 붙잡고 싶은 이유가 축구 때문이라면, 저는 갈 수도 있어요."

"……."

"근데 축구 때문이 아니라면."

이한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선배가 저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다른 거라면, 저는 안 갈게요."

리우는 숨을 멈춘 듯 이한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선배가 먼저 말해주면요."

"뭘?"

"제가 선배한테 어떤 사람인지."

리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이한이 어떤 사람인지.

에이스.

후배.

팀원.

그 어떤 단어로도 지금의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

리우가 겨우 입을 열었다.

"너는……."

그 순간 운동장 밖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리우! 이한! 아직 안 갔어?"

둘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리우는 말을 삼켰다.

그리고 이한은 조용히 웃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이한."

"네?"

"내일 이야기하자."

"무슨 이야기요?"

리우는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

"네가 나한테 어떤 사람인지."

이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약속이에요?"

"응."

"그럼 기다릴게요."

이한이 먼저 운동장을 나섰다.

리우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직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한이 떠나는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싫다면, 자신은 이미 그를 너무 많이 신경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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