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의 콤플렉스

2화. 인기 많은 김도훈

"야, 진짜 가입 안 할 거야?"

동아리 박람회가 끝난 뒤, 친구가 내 팔을 붙잡았다.

"사진 동아리 괜찮던데."

"...글쎄."

"선배들도 다 착해 보이고."

착한 건 모르겠고.

신입생 한 명 때문에 이미 정이 다 떨어졌다.

친구는 내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혹시 김도훈 때문에?"

"...걔 때문은 무슨."

"아까 둘이 싸우는 거 보니까 재밌던데."

"안 싸웠어."

"그게 더 웃겨."

결국 친구 손에 이끌려 가입서를 쓰고 말았다.

'한 학기만 하고 그만둬야지.'

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면서.

 

 

-

 

 

며칠 뒤.

사진 동아리 첫 모임.

강의실 문을 열자 벌써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여주!"

먼저 와 있던 친구가 손을 흔들었다.

나는 빈자리에 앉으려다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

내 옆자리.

김도훈.

"뭐."

도훈이 의자를 툭 치며 말했다.

"앉아."

"싫은데."

"그럼 서 있든가."

"..."

진짜 얄밉다.

난 일부러 한 칸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뭐야? 둘 친한 줄 알았는데."

"친한데."

"안 친해요."

또 동시에 말했다.

강의실 안에서 웃음이 터졌다.

"진짜 둘 호흡 뭐야."

"맨날 저래?"

나는 한숨만 푹 쉬었다.

저 인간이랑 엮이는 순간부터 되는 일이 없었다.

 

 

-

 

 

자기소개 시간이 시작됐다.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이름과 학과, 취미를 말했다.

도훈 차례가 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생겼다..."

"키도 크네."

"몇 학번이지?"

난 괜히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훈은 짧게 자기소개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여자 동기들이 하나둘 도훈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혹시 번호 교환해도 돼?"

"다음 주 촬영도 같이 다니자."

"인스타 해?"

...

역시.

어딜 가나 똑같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다.

대학교도 다를 게 없네.

"여주."

친구가 옆구리를 툭 찔렀다.

"너 표정 왜 그래?"

"내 표정이 왜."

"엄청 썩었는데."

"...피곤해서."

거짓말이었다.

피곤한 게 아니라.

괜히 짜증이 났다.

이유는 나도 몰랐다.

 

 

-

 

 

"김도훈."

낯익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같이 사진 찍으러 갈래?"

도훈은 잠깐 여자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약속 있어서."

"아, 그래?"

여자는 아쉬운 얼굴로 돌아섰다.

약속?

쟤가?

누구랑?

별생각 없이 넘기려는데.

"야."

이번엔 도훈이 내 앞에 섰다.

"끝났으면 가자."

"...?"

"엄마가 전화했어."

"...뭐?"

"둘이 같이 밥 먹으러 오래."

"..."

아.

오늘이었다.

양가 부모님이 서울 올라오는 날.

완전히 잊고 있었다.

"...엄마가 아무 말도 안했는데."

"전화 안 받았잖아."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 세 통이 찍혀 있었다.

"..."

"멍청."

"너나 잘해."

나는 괜히 가방을 거칠게 둘러메고 먼저 걸었다.

뒤에서 도훈이 천천히 따라왔다.

 

 

-

 

 

"둘 진짜 사귀는 거 아니지?"

동아리 건물을 나서려는데 누군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절대."

"절대."

도훈도 똑같이 말했다.

"..."

"..."

잠깐 눈이 마주쳤다.

먼저 시선을 피한 건 나였다.

 

 

-

 

 

식당에는 이미 양가 부모님이 와 계셨다.

"우리 애들 왔다!"

엄마들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둘을 나란히 앉혔다.

"둘 다 서울까지 와서 대학생이 됐네."

"그러게. 시간 진짜 빠르다."

밥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옛날 이야기가 오갔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부모님들은 추억이라며 웃었지만, 나는 대충 웃으며 젓가락만 움직였다.

"근데 너희 둘 고등학교 때는 진짜 맨날 성적 경쟁했잖아."

순간.

손이 멈췄다.

"..."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시험 끝날 때마다 누가 전교 몇 등이냐 가지고 그렇게 신경 쓰더니."

"아유, 우리 도훈이는 집에 와서도 여주 점수 궁금하다고 맨날 물어봤잖아."

"...여보."

도훈 아버지가 조용히 말을 끊었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엄마도 뒤늦게 분위기를 눈치챈 듯 입을 다물었다.

"..."

"..."

괜히 물만 한 모금 마셨다.

그 이야기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전국연합 모의고사.

그리고...

'...김도훈, 전교 1등.'

그날 이후였다.

내가 문과를 선택한 건.

"여주."

엄마가 조심스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

"옛날 얘기잖아."

하지만 반대편에 앉은 도훈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장난이라도 한마디 했을 텐데.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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