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좀 있어라. 떨어지지 말고.”
그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아니, 그의 온몸이 잘게 떨렸다.
많이 긴장한 듯, 또 많이 무섭기도 한것같다.
불안에 떨며 정처없이 떠도는 강아지 같았다.
그의 말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결코 내가 쉽게 받아 낼만큼의 무게가 아니라는 것 쯤, 알 수 있었다.
“그때도 나를 이렇게 지켜주려 애썼나요..”
낯설지 않은 다니엘의 모습. 아무래도 오늘일이 오늘만 있었던 일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을 잇지 못하는 그. 그 남자, 다니엘..
그 사람만 생각하면 이상하게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그리고는 격해진 감정에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눈 앞이 가려 그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옥죄여 왔다.
그의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다.
꼭 작은 인형이라도 안듯이.
*****
단 하루의 실수로..
또 다시 그녀 옆에 섰다.
-His story-
실수였다.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던 내가 단순 방심으로 다리를 적의 칼에 찔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때까지 길러온 순발력으로 피했지만, 꽤나 깊이 베인 상처였다.
총도 맞아보고, 칼에 찔려도 봤는데..
이 고통을 왜이렇게도 적응이 안되는지..
피가 흘러나와 다리를 타고 바닥으로 닿았다.
단 한번을 제외하고 진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한번에 난 너무 많은 것을 잃어서, 아직도 난 진 것만 같다.
오늘도 나의 임무를 다했다.
그런데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건지 눈 앞이 흐려지는 게 느껴졌다.
벽일 짚고 기대어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무의식 중이었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나조차 알지 못했다.
어딘가에 도착했을때, 나는 알 수 있었다.
너의 집 앞이었다.
한지아.
잠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정신 차려 보니 너의 집.
익숙한 향, 그리운 너의 얼굴.. 그리고.. 너의 손길에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뻔했다.
너의 손길이 나의 상처에 닿는다.
상처보다 한쪽 가슴이 더 욱신거린다.
내가 실수했다.
무의식 중에 너의 집으로 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실수였다해도.. 다시 보니 좋다.. 한지아..
-
3년이나 버틴 것도 기적이라면 기적이었다.
아무래도 다시 너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그렇게 난동을 피운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날마다 옹성우가 나를 진정시켰다.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들었다.
옛기억을 잃어버리고 몇개월을 병원 신세를 지게 만든사람..
나였다.
그래서 너에게서 나란 사람을 떼어내겠다고 맘 먹은 사람도 나..
아직 유효한데, 돌아가겠다 발버둥 치는 것도 나.
나 혼자 참 바보였다.
너의 얼굴을 전보다 나아보였다.
전보다 훨씬 새로운 삶에 적응되어 보였다.
그래서 내가 없는게 차라리 너에게 잘된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던 내가,
또 너의 앞에서 너를 보고있다.
옛날, 나와 웃을 수 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난
최소한 너의 인생에 있어 가장 나쁜 남자 일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