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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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차뮤덕
2026.11.04Visualizzazioni 23
무슨 생각인건지 한동민은 매일같이 서재희네를 찾아왔다.
매일 꽃 한 송이와 찾아와 가배를 마시고 저녁을 함께한 뒤 돌아가는 그의 생각은 좀처럼 알기 어려웠다.
결국 그가 돌아가는 시간에 서재희는 대문 앞에서 묻는다.
서재희: “무슨 생각으로 매일 찾아오시는지 궁금하네요, 도련님”
한동민: “…전 아가씨의 약혼자입니다. 그것보다 큰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재희는 헛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목소리는 서리가 낀 듯 차갑다.
서재희: “…약혼자…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었구나. 몰랐네요?”
잠깐 말을 멈추고 끓어오르는 화를 진정시킨 서재희는 다시 입을 연다.
서재희: “도련님, 전 도련님 때문에 약혼자에게 버림받았다는 오명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찾아올 마음이 드시는 건가요?”
한동민은 잠깐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서재희: ”변명은, 듣고 싶지 않네요. 도련님이 공부를 하셨는지, 자유를 잘 즐기신건지, 전 알 수가 없으니까요.“
서재희는 그 말을 끝으로 한동민의 눈 앞에서 대문을 닫았다.
한동민은 몇분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한동민: ”…많이…늦었군.“
서재희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침대에 풀썩 누웠다.
서재희: ”….진짜 어이없는 사람이야.“
어지러운 머릿속 때문에 오랫동안 잠에 들지 못한 서재희는 결국 밤 산책을 나갔다.
밤 산책이라고 해봤자 집 안의 마당을 서성거리는 것 뿐이었다.
차가운 밤공기에 숨을 내쉬면 뿌연 입김이 얼굴 주변을 감돌다가 사라졌다.
슬슬 추워져서 방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가까운 곳에서 총성이 울리더니 담벼락 너머에서 사람이 넘어와 떨어졌다.
서재희는 숨을 참았다.
담벼락 너머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사라졌다.
담벼락 너머에서 떨어진 사람은 얕고 거친 숨을 내쉬는 듯 보였다.
천천히 사내에게 다가간 서재희는 깜짝 놀라 사내를 바르게 앉혔다.
서재희: “…동현 오라버니..??!”
이한: “하아….재..희…?”
이한의 눈은 흐릿하게 초점이 맞지 않았고 눈동자는 주변을 계속 살폈다.
이한: “…여기가…어디…윽..!
이한의 왼쪽 어깨에서 붉고 진득한 액체가 묻어나왔다.
서재희: “피 나잖아요! 이게 무슨 일이야…”
서재희는 이한을 부축해서 자신의 방에 눕힌다.
약재를 보관해둔 방에서 약초들을 꺼내와 찬물에 우리기 시작한다.
어릴 때 겨울마다 독한 고뿔에 걸려 고생하며 달달 외우게 된 약초들이 이럴 때 쓸모 있을 줄 몰랐다.
서재희는 소독한 집게로 어깨에 비스듬하게 박힌 탄환을 뽑아낸다.
진짜 탄환이었다.
서재희: “무슨 일을 하길래 탄환이…!”
서재희가 뭐라고 더 말하기 전에 이한이 다치지 않은 팔을 들어 재희의 입을 막는다.
이한: “…조금만 조용히.”
둘 다 조용히 있자 방 안은, 아니 저택 전체는 적막만 감돈다.
서재희는 그제야 야밤에 자신이 너무 크게 얘기했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를 낮춘다.
서재희: “..이따가 다 설명해야할테니까 각오해요…지금은…다쳤으니까 봐주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