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없을 줄 알았어

02. 밴드부

“아씨, 갑자기 이렇게 멈추면 어떡하자는 거야? 부딫힐 빤 했잖아. 상휘대라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확 돌아서였을까? 조금만 더 가까운 거리에 있었으면 그와 부딫힐뻔 했다.

“야. 지금 나도 나도 학교생활 꼬였거든.”

그는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내려다 보았다.

“어? 뭐라고? 뭐가 꼬여?”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다시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 둘 다 학교 생활 망했다고. 귀가 안들림?”

유하민은 그제서야 이해한 듯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아… 뭔 뜻인지 이해는 되는데…”

나는 그의 말은 듣지도 않고 아니,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니까, 서로 뭘 하든 연락하지 말고 아는체도 하지 말고 그냥 얼굴 보고 움찔, 죽을 것 같아도 무시, 오케이?”

그리고 나는 그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혼자 가버렸다. 그와 같이 학교 정문을 지나가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가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인파 사이로 몇 번 흐릿하게 들렸지만 나는 뒤 돌아보지 않았다. 

.

.

역시나 대학교는 고등학교랑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았다. 넓은 입구부터 사뭇 느낌이 달랐다.

“그래! 이게 바로 대학교하는 거야! 나도 이제 cc도 만들고 해야지!” 

그렇게 순조롭게 하루가 지나가는 줄 알았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 새 동아리를 고르는 시간이었다. 여기저기서 선배들은 손을 흔들고 마이크를 사용하며 자신들의 동아리에 들어오라고 난리를 쳐댔다. 인파가 많은 만큼 나는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그때 한 동아리가 눈에 띄었다.

“응? 저거 뭐지?? 밴드부? 낭만있다!”

나는 조심히 밴드부를 둘러보았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 걸어오더니 서류를 건내며 말했다.

“밴드부 들어와 볼래? 꽤 할만한데.”

나는 갑작스러운 제한에 머뭇거리다 말했다.

“아… 노래하고 그런 거죠?”

밴드부를 지원한 선배는 머리카락 색이 특이했다. 하얀색인줄 알았지만 뒤통수는 까만 설명하기 어려운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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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는 얼굴에 약해.’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물었다.

”근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내 물음에 선배는 웃으며 대답했다.

”은호, 도은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또 다시 질문을 던졌다.

“선배님이 하시는 동아리예요?”

은호 선배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깔깔거리며 웃더니 이내 숨과 웃음이 뒤엉킨채로 말했다.

“나? 아니, 저기 저 파랑 머리 보이지? 저 선배가 하는 동아리야. 근데, 어쩌다보니 내가 담당이 된 거 같네. ㅋㅋㅋ 필요할 때 언제든 신청하러 와도 돼. 나한테 와도 되고 저 파랑 머리 선배한테 가도 되고 저기 저 분홍 머리한테 가도 상관은 없어.”
나는 한번씩 둘러보았다.

‘분홍 머리? 헉?! 진짜 분홍 머리다!’

속으로 당황하며 분홍 머리 선배와 은호 선배를 번갈아 보았다.

“이름은 채봉구. 근데, 밤비라고 부르는 걸 더 선호해. 유별나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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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던 봉구 선배와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90도 인사를 해버렸다.

‘진짜 귀엽게 생기셨다… 연상남이 저렇게 귀엽게 생기기 쉽지 않은데. 진짜 신기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밴드부면 정확히 뭐하는 거예요?“

내 질문에 선배는 파란 머리의 선배를 가르키며 말했다.

“나한테 듣는 거 보다는 저기 저 선배한테 듣는게 훨씬 정확할 거야. 예준이 형!! 밴드부 모집 안해요?? 다 나랑 봉구 형한테 맞기고 가서 뭐해요?”

그러자 예준이 선배라는 (파란머리의 선배) 분은 우리를 한번 쳐다보고 누군가의 팔을 잡고는 같이 달려왔다.

“누구누구?? 이 친구야?”

예준이 선배는 온화한 사람 같았다. 미소 짓는 얼굴이 왠지 모르게… 아빠 미소 같았다. 옆에 있는 사람은 좀 다른 이미지였다. 장발에 피부도 하얗고 머리도 노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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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두 선배도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근데… 여학생은 좀 모집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

노랑 머리의 선배는 예준이 선배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떳다. 그러자 예준이 선배는 양손을 부정하 듯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노래 잘하고 악기 좀 다룰 줄 알면 들어오는 건 문제 없어. 대신 문제라면… MT 같은 거… 그런 거 말고는 다 괜찮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MT요? 그런게 왜 문제가 되는데요?”

내 말에 봉구 선배가 핸드폰을 내리며 대답했다.

“우리 임원이 다 남자여서 그래. 니가 들어와서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우리도 당연히 니가 불편하고.”

봉구 선배의 말에 은호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불편한 건 아니고, 니가 불편할 까봐. 보통 자기 혼자 여자면 좀 외롭잖아. 방도 혼자 써야하고, 룸메도 없고…”

은호 선배는 말하면서도 신청서를 만지작거렸다.

“만약 불편하면 꼭 들어올 필요는 없어. 우리도 방금 한명 모집하기는 했거든.”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하민이가 걸어오며 말했다.

“선배님, 신청서 다 썼어요.”

유하민은 신청서를 선배에게 건내고 나를 한번 쳐다보았다. 

‘저 눈빛… 뭐 어쩌라는 겨?’

나는 손짓으로 뭐 어쩌라고? 를 표시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유하민은 걸어가다 말고 방향을 틀어 나에게 걸어왔다. 그는 내 앞에 스자마자 나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들어오지 마라. 우리 서로 학교 생활까지는 건들지 말자.”

괜히 오기가 생겼다.

’그러시겠다? 알았어. 이 이기적인 인간아.‘

나는 은호 선배의 손에서 신청서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하민이가 보는 앞에서 이름 한글자 한글자를 꾹꾹 눌러썼다.

’김플리‘

내 예상은 틀렸다. 유하민은 내가 신청서를 쓰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다 쓴 걸 한 뒤에야 선배들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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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나 또 저 사기꾼 페이스에 말려든거야? 아니면, 포커페이스인가?‘

나와 유하민의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졌는지 선배들은 나와 멀어져가는 유하민을 번갈아 보았다.

’페이스에 말려들면 뭐 어때? 내 대학생활인데.‘

나는 미소 지으며 예준이 선배에게 신청서를 건냈다.

“밴드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선배들은 모두 희미하게 웃으며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게 밴드부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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