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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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을 들렀다

평소 입에도 대지 않던 푸딩 한 개와
커피 한 병을 골랐다

집에 돌아온 후 푸딩을 한 입 먹었다

씹을 수록 물컹하게 으깨지는 식감이
마치 슬라임을 씹는 듯했다

뭉클한 식감과 끈적한 단맛

액체도, 고체도 아닌
흐물거리는 덩어리를 몇 번 씹어넘기자
삼켰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목 위로 왈칵 올라왔다

입을 틀어막고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에 얼굴을 파묻었다

결국 전부 게워낸 후에야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생수를 급하게 들이켰으나
헹궈낸 입이 상쾌하단 느낌이 들기는 커녕
꽤나 텁텁하게 느껴졌다

수저가 지나간 자리만큼 움푹 팬 푸딩을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 쏟아부었다

떨어진 푸딩은 철퍽 소리와 함께 볼품없이 일그러졌다









요즘 들어 이상한 습관 하나가 생겼다

민호와 관련된 것들을 하나씩 찾는 것이었다

푸딩이나 민트 초코같이
내 입으로 절대 들어가지 않던 음식들을
주기적으로 찾아먹는다거나

민호와 같이 갔던 곳들을 혼자 가 본다거나

나답지 않은 행동들을 할 때가 많았다

그 아이가 그리워서인지, 빈자리가 공허해서인지

나조차도 몰랐다

유일하게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과거의 내가 생각보다 민호를 많이 의지했었다는 것이었다

무섭지 않았던 골목길이 유난히 어둡게 느껴졌고
늦은 시각 홀로 귀가를 해야 할 때면
작은 인기척에도 지레 겁을 먹었다

그래서인지 잠에 들기 전
습관처럼 민호의 프로필을 몇 번이고 들어가 보곤 했다

초반에는 안 그러던 내가

어느 순간 밥을 만들 때마다 2인분을 만들고
상을 차릴 때도 맞은편에 수저를 하나씩 더 놓곤 했는데

정신이 번쩍 차린 후 남은 음식을 처분할 때면
괜히 민호가 보고 싶어졌다

자기 전 갤러리에 가득 모아 놓은 네 사진을 보며
홀로 키득대기도 했다

바보같이









주먹으로 현관문을 세게 두드렸다

문 너머로 아무 대답이 없자
더 세게, 더 강하게 두드렸다


“ 누구세요? ”


다급한 발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벌컥 열렸고
민호는 깜짝 놀란 듯한 얼굴로 나를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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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꼴이 왜 이래? ”


땀과 눈물이 뒤섞여 얼굴에 엉겨 붙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다정히 넘겨주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막상 민호를 앞에 두고 입을 떼려니
뱉어야 하는 말은 나오질 않았고
애꿎은 눈물이 먼저 울컥 쏟아졌다


“ 하.. 일단 들어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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