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EP.16

여주가 집을 떠난 다음 날.

신혼집은 숨소리만 들릴만큼 조용했다.

식탁에는 두 사람 몫으로 놓여 있던 컵이 하나만 사용됐고, 거실 소파에는 여주가 즐겨 덮던 담요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성호는 출근 준비를 하다 발걸음을 멈췄다.

식탁 위에 자신이 무심코 계란 두 개를 꺼내 놓은 걸 발견한 것이다.

성호 "..."

잠시 계란들을 바라보던 그는 조용히 하나를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혼자 먹는 아침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유난히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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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회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지만 성호의 집중력은 평소 같지 않았다.

인사팀장 "대표님, 이 안건은 어떻게..."

"...대표님?"

성호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성호 "...죄송합니다."

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

단 한 번도 회의에서 집중력을 잃은 적 없었던 그였다.

회의가 끝난 뒤, 김실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김실장 "...여주 씨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성호는 고개를 저었다.

김실장 "...친구분 집에 계신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성호는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김실장 "...대표님?"

성호 "오늘 일정."

"..."

"전부 취소하세요."

"여주 씨를 만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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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서울의 한 작은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여주는 따뜻한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친구 집에서 지낸 지 이틀째.

친구는 출근했고, 카페에 혼자 나온 참이었다.

'이렇게 나오길 잘했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그때.

딸랑.

카페 문이 열렸다.

익숙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여주가 고개를 들었다.

여주 "...대표님?"

검은 셔츠 차림의 성호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말없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성호였다.

성호 "...잘 지내셨습니까?"

여주는 씁쓸하게 웃었다.

여주 "그런 말 하려고 오신 건 아닐 거잖아요."

"..."

"무슨 일이세요?"

성호는 그녀를 바라봤다.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있었다. 

여주가 집에서 나가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이었다.

평소처럼 무표정했지만, 눈빛은 전혀 달랐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성호 "...집으로 돌아와 주세요."

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여주 "...계약 끝내고 싶으시다면서요."

그 말에 성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성호 "...그날."

"..."

"제 말을 끝까지 들으셨어야 했습니다."

여주의 눈이 흔들렸다.

성호 "제가 끝내고 싶었던 건."

"..."

"결혼이 아닙니다."

"..."

"계약입니다."

잠시 카페 안이 조용해졌다.

성호는 손을 꽉 쥔 채 말을 이었다.

성호 "...더 이상 계약 부부로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

"진짜."

"..."

"남편이 되고 싶었습니다."

여주는 숨을 멈췄다.

믿기지 않았다.

지금 그의 입에서 진짜 부부가 되고 싶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여주 "...그게."

"..."

"동정은 아니죠?"

성호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성호 "아닙니다."

"..."

"책임감도 아닙니다."

"..."

"처음엔 계약이었습니다."

"그런데."

"..."

"퇴근하면 가장 먼저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맛있는 걸 먹으면 같이 먹고 싶었고."

"다치면 걱정됐습니다."

"..."

"당신이 웃으면 저도 따라 웃고 있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사랑하게 됐습니다."

"..."

"김여주 씨를."

여주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참으려 했지만 결국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성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에 섰다.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 주었다.

성호 "...울리지는 않고 싶었는데."

여주는 울음을 참으며 웃었다.

여주 "...너무 늦었잖아요."

"..."

"저 혼자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아요?"

성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성호 "...미안합니다."

"..."

"평생 후회할 뻔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카페 밖에는 잔잔한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성호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성호 "...계약은 끝냅시다."

"..."

"대신."

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성호 "...이번에는 진짜 제 아내가 되어 주세요."

여주는 눈물을 닦아내며 천천히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여주 "...대답은."

"..."

"집에 가서 할게요."

성호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그녀가 돌아온다는 뜻이었다.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서,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김운학의 사람이었다.

운학은 이미 마지막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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