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EP.18

다음 날 아침.

SH그룹 본사에는 평소보다 많은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운학의 지시로 퍼진 계약결혼 의혹은 하루 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성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표실에서 김실장에게 보고를 받던 중이었다.

김실장 "대표님,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성호 "운학이는요?"

김실장 "아직 직접적인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진을 찍은 사람이 운학 씨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성호는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성호 "...그걸로 충분합니다."

김실장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

김실장은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김실장 "운학 씨가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자료입니다."

성호가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결혼 계약서 사본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양측의 합의에 따라 계약기간 종료 전이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성호의 표정이 굳었다.

김실장 "운학 씨가 이 조항을 이용해서 여주 씨가 먼저 계약을 파기했다는 식으로 언론에 발표하려는 것 같습니다."

성호는 계약서를 천천히 접었다.

성호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안 됩니다."


---

한편.

신혼집.

여주는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터넷에는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었다.

'재벌가의 이미지 메이킹?'

'갑작스러운 결혼의 진실?'

'박성호 대표 아내, 정체는?'

여주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성호가 들어왔다.

여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주 "...왔어요?"

성호 "네."

그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건넸다.

성호 "이것부터 보세요."

여주는 계약서를 펼쳤다.

계약서를 확인한 순간 눈이 커졌다.

여주 "...이걸 운학 씨가 가지고 있어요?"

성호 "네."

여주 "...그럼 저는."

성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성호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세요."

여주 "하지만 이대로라면 제가 계약을 파기한 것처럼..."

성호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겁니다."

"..."

성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여주의 눈을 바라봤다.

성호 "사실 오늘 이걸 해결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여주 "뭔데요?"

성호는 다른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여주가 읽어 내려가던 눈이 점점 커졌다.

여주 "...이게 뭐예요?"

성호 "이혼 합의서입니다."

"..."

"그리고 이건."

성호가 두 번째 서류를 내밀었다.

"계약 해지 합의서."

여주는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눈에 불안이 스쳤다.

성호 "오늘 계약을 끝냅니다."

"우리가 맺었던 계약결혼은 오늘부로 종료합니다."

"..."

"그리고 그다음."

"..."

"새로운 혼인신고를 할 겁니다."

성호가 세 번째 서류를 내밀었다.

혼인신고서였다.

여주는 말을 잃었다.

성호는 처음보다 훨씬 차분한 얼굴이었다.

성호 "이번에는 계약서도 없습니다."

"..."

"조건도 없고."

"..."

"기간도 없습니다."

여주의 눈가가 붉어졌다.

성호 "그냥 평생."

"..."

"제 아내로 있어 주세요."

여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과 함께 나온 웃음이었다.

여주 "...대표님."

성호 "네."

여주 "이런 말을 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해요?"

성호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많이 연습했습니다."

여주는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여주 "언제부터요?"

성호 "어제부터."

"..."

"한 스무 번 정도."

여주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

그리고 성호도 따라 웃었다.

잠시 후 여주가 조용히 물었다.

여주 "...후회 안 하실 거죠?"

성호는 망설이지 않았다.

성호 "후회 안 할 겁니다."

"..."

"후회할 일이 생긴다면."

성호는 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을 놓치는 것뿐일 겁니다."

여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 "...그럼 저도 할게요."

"새로운 혼인신고."

성호의 눈빛이 부드럽게 풀렸다.


---

그리고 그 날 오후.

두 사람은 함께 시청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계약서도 없었다.

상속 목적 같은 것도 없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혼도 아니었다.

그저 서로가 원해서 하는 선택이었다.

서류에 나란히 서명한 뒤.

여주가 펜을 내려놓았다.

여주 "...끝났네요."

성호가 그녀를 바라봤다.

성호 "아니요."

여주 "...?"

성호는 옅게 웃었다.

성호 "이제 시작입니다."

두 사람은 함께 건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운학은 주먹을 꽉 쥐었다.

운학 "...말도 안 돼."

운학은 아직 몰랐다.

자신이 준비한 마지막 카드가 오히려 성호와 여주를 완전히 하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을.

하지만 운학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 숨겨 둔 비밀이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그 비밀은 성호의 멘탈을 흔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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