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신기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사람이.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
중간고사가 끝난 뒤.
원빈이랑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짝선짝후 미션도 끝났고, 각자 수업도 달랐다.
그래도 학교를 다니다 보면 한 번쯤은 마주치기 마련이었다.
"어? 원빈아."
학생회관 앞.
혼자 걸어가던 원빈이 내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누나."
평소 같았으면 조용히 내 쪽으로 걸어왔을 텐데.
오늘은 이상했다.
멀찍이 선 채 가방끈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뭐 해?"
"...아니에요."
"밥 먹었어?"
"...네."
"어디 가?"
"...도서관이요."
짧았다.
아니, 원래도 말이 많은 애는 아니었지만.
오늘은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다.
"그래? 공부 열심히 해."
"...네."
원빈은 꾸벅 인사만 하고 금방 자리를 떠났다.
나는 괜히 뒷모습만 바라봤다.
'뭐지.'
'기분 탓인가.'
*
그날 저녁.
휴대폰이 진동했다.
오늘 인사만 하고 가서 죄송해요.
나는 메시지를 읽고 피식 웃었다.
뭐가 죄송해ㅋㅋ
공부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
네.
그런데 너무 빨리 간 것 같아서요.
괜찮아.
나도 친구 만나러 가던 길이었어.
잠시 뒤.
다행이에요.
평소랑 다를 것 없는 대화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직접 만났을 때보다 카톡이 훨씬 편해 보였다.
*
며칠 뒤.
점심시간.
친구들이랑 학식을 먹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원빈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어.'
나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원빈아!"
원빈이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
눈이 마주친 원빈은 고개를 까딱 인사했다.
"이리.."
부르기 전에 원빈은 멀리 떨어진 빈자리로 가 앉았다.
혼자.
나는 괜히 신경이 쓰였다.
"왜?"
수진이가 물었다.
"아니."
"원빈이 혼자 먹네."
"원래 혼자 잘 먹잖아."
"...그렇긴 한데."
예전 같았으면.
내가 부르면 그래도 이쪽으로 왔을 것 같았다.
*
학식을 다 먹고 식판을 반납하려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원빈이었다.
"...누나."
"어? 안 갔어?"
"...이거."
원빈이 작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안에는 초콜릿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뭐야?"
"...편의점 갔다가."
"...?"
"...누나 단 거 좋아하잖아요."
나는 웃으며 봉투를 받았다.
"고마워."
"...아니에요."
"근데 이걸 주려고 계속 기다렸어?"
"...네."
"왜 말을 못 했어."
"..."
"...?"
"...친구분들이 계셔서."
또 그 말이었다.
친구들이 있으면.
괜히 방해될까 봐.
괜히 눈치가 보인다는 말.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원빈 어깨를 툭 쳤다.
"바보."
"그냥 와도 된다니까."
"...네."
대답은 했지만.
원빈은 끝내 내 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
그날 밤.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바라봤다.
'미쳤네.'
원빈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누나 앞에만 가면 머리가 하얘졌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말도 생각이 안 났다.
눈을 마주치는 것도.
같이 걷는 것도.
괜히 의식됐다.
좋아한다는 걸 들키면 어떡하지.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하지.
'...모르겠다.'
원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다음 날.
과방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올라왔다!"
"드디어 공지 떴네."
"MT 다음 주네?"
나도 핸드폰을 켜 카톡을 확인했다
<과 MT 안내>
날짜와 장소가 적힌 공지를 읽고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돌아보니 원빈이었다.
여전히 어색한 얼굴.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다음 주 MT네."
"...네."
"갈 거지?"
원빈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잘 모르겠어요."
"왜?"
"..."
"...안 친해서."
나는 웃으며 팔을 툭 쳤다.
"그래서 가는 거야."
"친해지라고 하는 게 MT인데."
"..."
"나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
한참 망설이던 원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볼게요."
벌써 6화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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