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삔사연애] 귀공자

6화. 나 좋아하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신기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사람이.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

 

 

중간고사가 끝난 뒤.

원빈이랑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짝선짝후 미션도 끝났고, 각자 수업도 달랐다.

그래도 학교를 다니다 보면 한 번쯤은 마주치기 마련이었다.

 

"어? 원빈아."

 

학생회관 앞.

혼자 걸어가던 원빈이 내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누나."

 

평소 같았으면 조용히 내 쪽으로 걸어왔을 텐데.

오늘은 이상했다.

멀찍이 선 채 가방끈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뭐 해?"

"...아니에요."

"밥 먹었어?"

"...네."

"어디 가?"

"...도서관이요."

 

짧았다.

아니, 원래도 말이 많은 애는 아니었지만.

오늘은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다.

 

"그래? 공부 열심히 해."

"...네."

 

원빈은 꾸벅 인사만 하고 금방 자리를 떠났다.

나는 괜히 뒷모습만 바라봤다.

 

'뭐지.'

'기분 탓인가.'

 

 

*

 

 

그날 저녁.

휴대폰이 진동했다.

 

오늘 인사만 하고 가서 죄송해요.

 

나는 메시지를 읽고 피식 웃었다.

 

뭐가 죄송해ㅋㅋ

공부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

 

.

그런데 너무 빨리 간 것 같아서요.

 

괜찮아.

나도 친구 만나러 가던 길이었어.

 

잠시 뒤.

 

다행이에요.

 

평소랑 다를 것 없는 대화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직접 만났을 때보다 카톡이 훨씬 편해 보였다.

 

 

*

 

 

며칠 뒤.

점심시간.

친구들이랑 학식을 먹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원빈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어.'

 

나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원빈아!"

 

원빈이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

눈이 마주친 원빈은 고개를 까딱 인사했다.

 

"이리.."

 

부르기 전에 원빈은 멀리 떨어진 빈자리로 가 앉았다.

혼자.

나는 괜히 신경이 쓰였다.

 

"왜?"

 

수진이가 물었다.

 

"아니."

"원빈이 혼자 먹네."

"원래 혼자 잘 먹잖아."

"...그렇긴 한데."

 

예전 같았으면.

내가 부르면 그래도 이쪽으로 왔을 것 같았다.

 

 

*

 

 

학식을 다 먹고 식판을 반납하려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원빈이었다.

 

"...누나."

"어? 안 갔어?"

"...이거."

 

원빈이 작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안에는 초콜릿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뭐야?"

"...편의점 갔다가."

"...?"

"...누나 단 거 좋아하잖아요."

 

나는 웃으며 봉투를 받았다.

 

"고마워."

"...아니에요."

"근데 이걸 주려고 계속 기다렸어?"

"...네."

"왜 말을 못 했어."

"..."

"...?"

"...친구분들이 계셔서."

 

또 그 말이었다.

친구들이 있으면.

괜히 방해될까 봐.

괜히 눈치가 보인다는 말.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원빈 어깨를 툭 쳤다.

 

"바보."

"그냥 와도 된다니까."

"...네."

 

대답은 했지만.

원빈은 끝내 내 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

 

 

그날 밤.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바라봤다.

 

'미쳤네.'

원빈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누나 앞에만 가면 머리가 하얘졌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말도 생각이 안 났다.

눈을 마주치는 것도.

같이 걷는 것도.

괜히 의식됐다.

 

좋아한다는 걸 들키면 어떡하지.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하지.

 

'...모르겠다.'

원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다음 날.

과방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올라왔다!"

"드디어 공지 떴네."

"MT 다음 주네?"

 

나도 핸드폰을 켜 카톡을 확인했다

 

<과 MT 안내>

 

날짜와 장소가 적힌 공지를 읽고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돌아보니 원빈이었다.

여전히 어색한 얼굴.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다음 주 MT네."

"...네."

"갈 거지?"

 

원빈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잘 모르겠어요."

"왜?"

"..."

"...안 친해서."

 

나는 웃으며 팔을 툭 쳤다.

 

"그래서 가는 거야."

"친해지라고 하는 게 MT인데."

"..."

"나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

 

한참 망설이던 원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볼게요."

 

 


 

 

 

벌써 6화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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