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ione 3_Jang Ma-eum, un orfano con una famiglia di 13 persone

#19_가족은 마음을 돌봐주는 사람이겠죠

‘다음 정류장은 삼성동 힐스테이트 1차입니다.’

버스 알림에 하차 버튼을 눌렀다. 빨리 세븐틴 오빠들한테 전화해야했다.

아니면 그 끔찍한 곳에 다시 혼자 있어야하니. 버스 자리에서 일어나 지수 오빠한테 전화했다.

왜 지수 오빠한테 전화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음방 때처럼 내리다가 걸린 지훈이 오빠한테 전화한 것도 아니고 그냥 지수 오빠한테 전화하고 싶었다.

“도착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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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릴 거야”

“알았어. 애들 몇 명 데리고 갈게.
어두운데 혼자 오지 말고 진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딱 보니 슈아 오빠는 내 톡을 본 것 같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버스 정류장이 아니라 오래동안 기다려도 오지 않던 부모님이란 사실을 알아챈 듯 싶었다.

“아니야. 나 혼자 갈게”

“버스 정류장에서 좀 걸어야 되잖아.”

슈아 오빠 대신 민규 오빠가 걱정했다. 딱 보니 민규 오빠도 톡을 읽은 듯 싶었다.

“혼자… 괜찮아?”

아예 스피커폰으로 돌려놨나보다. 민규 오빠를 비롯해 찬이 목소리까지 들렸다.

걱정이 조금 옅어진다 했더니 톡 보내자마자 다시 걱정이 일기 시작했다.

상관 없었다. 잠시 옅어진 순간에 혼자서 엄청 불안해했으니 다시 폭발적인 걱정이라도 아무래도 좋았다.

“괜찮을 거 같은데?”

괜히 아닌 척 해본다. 순식간에 말을 바꾸는 것도 이상해보일테니까.

“괜찮긴 개뿔… 우리 집 오는 길 많이 멀고 어두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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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오빠의 걱정에 눈물과 함께 웃음이 배어나왔다. 이기적인 사람이라 욕해도 좋았다. 다른 사람들 걱정만 시키는 사람이라고 해도 좋았다.

…아무래도 좋았다. 그냥 13명만 있으면, 13명의 가족과 함께라면 뭐든 좋았다.

“왜 넌 모든 게 다 괜찮다고 해?”

“우리한테 기대도 괜찮아.”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잖아.”

원우 오빠도, 슈아 오빠도. 그리고 정한이 오빠도.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너무 좋았다. 이유는… 느껴본 적 없는 걸 느끼게 해줘서였을까.

“피해가 갈까 봐. 나중에 오빠들이 해주는 모든 것들이
권리라고 생각할까 봐. 너무 당연하게 생각될까 봐.
그게 불안해서… 그래서 자립하려고 하고 있는 거야.
기대지 않으려고 하는 거고…”

이제야 내 모든 걸 뱉었다. 더이상 숨기지 않았다. 나의 암울한 과거, 내가 이때까지 생각해왔지만 억지로 꾸역꾸역 삼켜냈던 생각들.

이제서야 뱉었다. 그들이 나를 기다려준 것에 부응했다. 적어도 그들이 듣고 싶어하던 것을 말해주었다. 그것에 대한 판단과 반응은 그들의 몫이지만.

잠시 정적. 나도, 그들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때까지 본 적 없는 찬이의 진지한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권리 맞아. 그리고 너에게 해주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의무야. 우리가 데리고 왔으니 좋든 싫든
책임은 져야하고, 넌 그걸 받을 권리가 있단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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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우리는 너에게 해주는 모든 일들이 너무 행복해.
너에게 베풀면서 나도 행복해지고 있어.”

찬이는 아닌 척 하지만 울고 있을 게 뻔했다. 내 성격이나, 찬이 성격이나 비슷했으니까. 나도 그런 말 할 때 눈물을 흘릴 게 뻔하니까.

“나랑 정한이랑 갈게.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마음아.”

“결국 이럴 거면 왜 그랬을까.
알았어, 밝은 데서 기다리고 있을게”

“어어! 나도 갈래!”

언제 진지했냐는 듯 찬이는 다시 18살 소년다워졌다. 첫사랑을 하는 어린 소년처럼 들떠있었다.

“나… 복 받았다. 나 데리러 와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나가는 거 알았으니까 딱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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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오빠의 말에 눈물은 쉴 새 없이 흘렀다. 버스에 사람이 많이 없어서 다행이다. 추레레한 꼴을 보이지 않아도 되니 좋다. 

“알따, 오빠야…”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이제서야 그만큼 그들이 편해진 거겠지. 굳이 서울말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눈물이 닦이지 않아 습한 목소리였다.

“뭐야 장마음! 왜 민규 형한테만 사투리 써주는데!”

찬이의 장난스런 말에 겨우 눈물을 슥슥 닦았다. 울게도 만들고, 웃게도 해주고. 역시 그들은 내 가족이었다.

“일단 온나. 오면 내가 사투리 한 번 써주께”

“오올”

아예 한국말을 서울말로 배운 슈아 오빠는 사투리가 신기한지 귀엽게 반응했다.

“내린다. 우선 끊을게”

“응, 우리도 나왔어.”

옆에 누가 있는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정한이 오빠, 슈아 오빠, 원우 오빠, 민규 오빠, 그리고 찬이. 피식 웃곤 전화를 끊었다.

잠시 머무를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틀었다.

얼마가 지났는데도 카톡이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잠시 머물것이라 생각했던 버스 정류장에는 생각보다 더 오래 있어야 했다.

겨울이라 바람은 꽤 차갑고, 빛은 가로등에서 나오는 한 줄기 빛과 버스 정류장에서 나오는 게 다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톡이나 메시지에 들어갔지만 온 메시지는 없었다. 카톡 알람 소리가 시끄러워도 세븐틴과의 단톡방의 알람은 끄지 않았다. 알다시피 시끄러운 걸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들이라서, 그들이라서. 단지 그 뿐이었다.

“시간이… 너무 지났는데.”

폰을 키는 대신 찬이가 사준 손목시계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새벽 3시. 그 때도 딱 이 시간 때였는데. 나 혼자 쓸쓸히 죽어가던 그 때.

으스스한 분위기와 그 때의 느낌, 그리고 시리도록 추운 바람이 나를 강타했다. 상처를 할퀴고 가면 낫지 못할 정도로 세게.

‘무서워, 무섭다고… 이 길을 혼자 걸어가는 건
더 무섭겠지…? 아 제발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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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길에서 배어나오는 무서운 분위기는 겁이 나게 만들었다. 부모님의 이름은커녕 얼굴도 기억 안 나지만 버려지던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았던 그 기억이 지금과 너무 비슷했다. 아예 살리고 싶지도 않았나봐. 2살짜리가 혼자 있다는 건 죽어간다는 거니까.

그들이 오기를 바랬겠지. 부모님이 오기를 간절히 바랬겠지, 그 어린 나이에. 그리고… 결국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겠지.

엄청난 두려움에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얼굴을 손에 묻었다. 지금 믿을 수 있는 거라고는 이어폰에서 나오는 세븐틴 노래와 그들이 올 거라는 믿음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