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

05 : 뭣 같아 / 성호

방에 있는 서랍 위, 여러 사진들이 있었다.
액자 위로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난 가만히 침대에 누워 그것들을 바라봤다.


"내가 입이 거친 게 싫다고 해서 욕도 못하고 참았었는데..."


그때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네가 기대라고 넓혀 놓은 내 어깨는 아직 그대로다.
이젠 지하철 속 장애물이나 되버렸지만.


넌 맨날 거짓말을 했지.
늘 낯선 남자 향기만 묻혀오고.
그때 진작 사랑 따위는 집어치워야했어.
너는 절대 후회 안 할 거라 생각해.

나만 바보였어.

너랑 헤어지고 나서 너 때문에 못 봤던 영화랑 드라마를 싹 다 봤어.
네가 좋다고 했던 머리도, 옷 스타일도 바꿨어.
너랑 같이 걸었던 걷는 모습까지도.

기분이 홀가분하더라.

그래, 네가 못난 게 아니야.
내가 못났다 칠게.
그래도 좋은 친구로는 못 남겠다.


근데 난 멍청하게 아직도 네 번호를 못 지웠어.
생각해 봐, 사람이 멀쩡하겠어?

다 뭣 같아.
다정했던 이 사진들 속 네 모습도.
다 똑같았어.
이번엔 다를 거라고 나한테 싹싹 빌며 했던 말들도.

제발 내 인생에서 꺼져 줘.

근데 가끔... 네가 보고 싶어.


(1년 뒤)


?? : 야, 박성호 놀자. 피방 ㄱ?


난 요즘 살만해. 살도 좀 붙었고 친구도 만나.
오늘도 지호, 문성이, 제이미, 샌디랑 놀기로 했어.

애들한테 들어보니까 넌 매일 운다더라?
마스카라도 매일 다 번져 있고, 땅을 치며 후회한다고.
참 속이 뻥 뚫려.

난 너를 위해서 죽을 수도 있었어.
넌 이제야 내가 좀 아까운 것 같니?

... 왜 이제서야 넌 그래.
이제 네 마음 사양할게.


난 너 없이도 잘 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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