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모음집୨୧

립밤 / 최범규 빙의글

립밤
최범규 빙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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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왜."

"너 입술 또 텄잖아."

내 말에 범규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쓸어보더니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그래가 아니라 립밤 좀 바르라고. 입술 다 갈라지겠어."

"아프진 않은데."

"안 아프면 안 발라도 돼?"

"응."

"진짜 말이 안 통하네."

내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자 범규가 작게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러다 또 입술이 다 트겠지.

한두 번도 아니고, 입술이 건조해질 때마다
내가 몇 번이나 립밤을 발라주라고 말했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똑같았다.

알겠어. 나중에. 귀찮아.

결국 오늘도 내가 먼저 나설 수밖에 없었다.

가방을 뒤적여 립밤을 꺼낸 뒤 범규 앞에 내밀었다.

"자. 이거 발라."

범규가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립밤을 내려다봤다.

"네 거야?"

"응. 새 거니까 써."

"너는?"

"나 하나 더 있어."

"아."

범규는 립밤을 받아 들었다. 이제야 바르려나 싶어 가만히 지켜보는데,
뚜껑을 열기는커녕 손가락으로 통만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뭐 해?"

"아무것도."

"그럼 발라."

"아, 귀찮아."

"최범규."

"왜 또."

"진짜 한 대 맞을래?"

내가 째려보자 범규가 웃음을 참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알겠어. 바른다니까."

"맨날 알겠다고만 하잖아."

"이번엔 진짜."

"그 말을 내가 몇 번 들었는지 알아?"

"글쎄."

"됐어. 줘 봐. 내가 발라줄게."

범규가 들고 있던 립밤을 도로 가져오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범규가 립밤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내 손을 피했다.

"왜?"

"내가 할게."

"아까 귀찮다며."

"마음 바뀌었어."

"진짜 이상한 애야."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손을 거뒀다.

그때였다.

범규가 내 턱을 가볍게 잡았다.

"어?"

갑작스러운 행동에 고개가 살짝 들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싶어 범규를 바라보는데,
장난기 어린 눈이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가까워지는 얼굴.

쪽.

짧게 입술이 맞닿았다 떨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눈만 깜빡였다.
범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턱에서 손을 떼더니
손에 들고 있던 립밤을 내려놓았다.

"발랐어."

"……뭐?"

"립밤."

"야, 최범규!"

"왜."

"너 지금 뭐 한 거야?"

"뭐 하긴. 립밤 발랐지."

범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분명 내가 건넨 립밤은 뚜껑도 열지 않은 채
그대로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게 무슨 립밤이야!"

"촉촉하잖아."

"진짜 너……!"

나는 들고 있던 립밤을 범규에게 세게 던졌다.

범규는 아프지도 않은지 웃기만 했다.
오히려 내 반응이 재밌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왜 화내."

"누가 그렇게 바르래?"

"네가 발라준다며."

"내가 언제!"

"아까 직접 발라준다고 했잖아."

"그건 립밤을...,!"

"응. 알아."

알면서 저러는 게 더 얄미웠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립밤 뚜껑을 닫았다.

"다음부터는 네가 직접 발라."

"싫은데."

"왜?"

범규가 대답 대신 내 손에 들린 립밤을 가져갔다.
그러고는 내 손바닥에 살며시 올려놓으며 웃었다.

"네가 발라주는 게 더 좋은데."

"……."

"왜, 싫어?"

장난스럽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나는 괜히 립밤만 만지작거렸다.

"...맨날 귀찮다고 하면서."

"그럼 앞으로 안 귀찮다고 할게."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믿어 봐."

범규가 내 어깨에 턱을 올렸다.
가까워진 얼굴에 괜히 시선 둘 곳이 없어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리고."

"뭔데."

"네가 바르면 좋잖아."

"……최범규."

"응."

"진짜 얄미워."

내가 툴툴거리자 범규가 낮게 웃었다.

그러더니 내 손에 있던 립밤을 다시 가져가 뚜껑을 열었다.

"이번엔 진짜 바를게."

"갑자기?"

"응. 네가 그렇게 신경 쓰는데."

범규는 립밤을 아랫입술에 천천히 문질렀다.
평소 같으면 몇 번 바르는 시늉만 하고 말았을 텐데,
오늘은 꽤 꼼꼼하게 바르는 모습이었다.

그제야 마음에 들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작 이렇게 하지."

"근데."

"또 뭐."

"이거 다 쓰면 또 사 줘."

"네가 사."

"네가 골라주면 안 돼?"

"싫어."

"왜."

"귀찮아."

내가 아까 범규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자 범규가 소리 내 웃었다.

"아, 진짜. 나 따라해?"

"아닌데?"

"맞는데?"

"아니래도."

"...쳇."

또 시작이었다.

나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범규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왜 웃어?"

"안 웃었거든."

"웃었는데."

"아니거든."

"귀엽다."

"아, 진짜!"

범규는 내 투정을 듣고도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는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립밤보다 네가 더 촉촉하긴 하더라."

"아 최범규 진짜!!"

"아, 왜. 칭찬인데."

오늘도 최범규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P.S. 사실 나만 너 좋아하는 거 아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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