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태형··· 집사님.
난 포스트잇을 한번 보고 준비를 했다. 사실 준비하면서 어제 생각이 안 날 수는 없었다. 짐은 임시 집사님이 챙겨갔는지 없었고 난 준비를 마치고 옆 집사 오빠 병실 문에 조그마하게 투명 처리된 곳으로 힐끔 쳐다보았다. 아직 자는 듯했다. 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병원을 나와 임시 집사님에게 아까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저 이여주인데요.
📞 아, 안녕하세요. 아가씨. 나오셨어요?
📞 네. 방금 나왔어요.
📞 어, 보이네요. 금방 가겠습니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한 차가 내 앞에 섰고, 어떤 남자가 내려 나에게 왔다. 난 보자마자 예상치 못하게 놀랐다.

— 안녕하세요, 여주 아가씨. 임시 집사를 맡게 된 김태형이라고 합니다.
— 아··· 네···. 안녕하세요···.
— 타세요.
석진 집사 오빠가 불러주던 아가씨 소리와 오빠만 문 열어줬던 것을 새로운 또 잘생긴 집사님이 해주니 기분이 이상했다. 오히려 잘된 거 같다. 잘생긴 집사님이 나타났으니 석진 집사 오빠에게 질투 유발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싶었다.
— 댁으로 잘 모시겠습니다.
— 아, 아니에요. 아빠 회사로 가주세요.
— 네? 오늘은 회장님께서 집으로 모시라고···.
— 그냥 집은 좀 답답해서요.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는데. 움직이고 싶어요. 구경도 미리 할 겸.
— 알겠습니다. 회사로 모실게요.
— 고마워요. 그··· 이름이 김태형이라고 했죠?
— 네, 맞아요.
— 잠깐 볼 사이겠지만, 잘 부탁해요. 태형 집사님.
—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가씨.
나름 나쁘지 않았다. 처음 본 사이라 아직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석진 오빠가 생각이 안 났다.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솔직히 기대됐다.

— 여기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언제든 불러주세요.
— 1시간··· 아니, 30분만 있다가 다시 와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태형 집사님이 가고, 난 회사에 발을 처음 디뎠다. 이렇게 큰 회사는 처음 보아 좀 낯설었다. 아니, 좀 많이 낯설었다.
— 어떻게 오셨습니까?
내가 너무 신기한 표정으로 있었나 경호원들이 와서 날 가로막았다. 대체 얼마나 큰 기업이면 이렇게까지 보안이 철저한가 싶었다.
— 회장님 보러 왔는데요.
— 약속하고 오신 건가요?
— 저 이여주예요.
— 약속하고 오신 거 아니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 아니 저 이여주라고요. 회장님 딸, 이여주.
— 딸!
때마침 타이밍 좋게 아빠가 내려오셨다. 지금 시간이 어느새 점심시간이랑 겹쳤다. 아빠가 날 부르자 그제야 경호원들은 비켜섰다.
— 죄송합니다!
— 괜찮아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죠.
— 여주야, 여긴 어떻게 왔니? 내가 집으로 가라고 했는데.
— 그냥 좀 답답해서요. 미리 구경도 할 겸 왔어요.
— 그래, 밥 안 먹었지? 가면서 얘기하자.
— 아니에요. 전 조금만 있다가 바로 갈 거라. 태형 집사님도 기다리고 있어서요.
— 아, 그러니? 어때, 임시 집사는?
— 뭐··· 좋아요. 아빠가 집사 하나는 좀 잘 뽑는 거 같아요.
— 그래?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아빠는 그럼 점심 먹으러 가마. 회사 둘러보다 가렴. 경호원이 우리 딸 회사 소개 좀 해줄래요?
— 알겠습니다, 회장님.
— 점심 맛있게 드세요, 아빠!
.
“입구 3시 방향 수상한 사람 발견. 확인 바람.”
— 가서 일 보세요.
— 네? 그래도 회장님께서 방금···,
— 괜찮아요. 혼자 좀 둘러보다 갈게요. 그럼 수고하세요.
솔직히 이때다 싶었다. 아직 입구밖에 도달하지 않았는데 좀 지겨웠다. 아직 30분이 다 되지 않아 집사님이 안 왔을 걸 알지만, 회사가 더 답답한 거 같아서 그만 나왔다.
— 여주 아가씨!
— 뭐야. 언제 왔어요?

— 사실··· 안 갔어요. 아가씨 이러실까봐.
— 치- 저를 벌써 파악하신 거예요?
— 아마도요···?
— 나 지금 집도 가기 싫고, 회사도 싫은데 한 곳 어디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 어딘데요?
— T대학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