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재/ 태잔 명재현] 낯선 서울, 너와 같은 방

낯선 서울, 너와 같은 방 6화

명재현이 서윤에게 뛰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태산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같이 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명재현은 서윤과 나란히 걸으며 웃고 있었다.

태산은 괜히 시선을 돌렸다.

'뭐가 신경 쓰인다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었다.

룸메이트가 친구를 만나서 웃는 게 뭐가 이상하다고.

태산은 그렇게 생각하며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방이 조용했다.

평소라면 명재현이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거나, 오늘 있었던 일을 혼자 떠들고 있을 시간이었다.

"오늘 누구 만났어?"

"과 친구."

"뭐 했는데?"

"그냥 밥 먹었어."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방을 채우던 목소리가 없으니 괜히 허전했다.

태산은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과제를 하려고 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결국 휴대폰을 들었다.

시간은 오후 6시.

메시지는 없었다.

'뭐 하고 있지.'

생각이 이어지려는 순간, 태산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놨다.

'내가 왜 궁금해해.'

.
.

.

"태산아."

다음 날 아침.

명재현의 목소리에 태산이 눈을 떴다.

"일어나."

"...몇 시야."

"8시."

태산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

"수업 9시잖아."

"알아."

"근데 왜 안 깨웠어?"

"네가 안 일어났으니까."

명재현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룸메이트면 깨워줘야 하는 거 아니야?"

"네가 내 엄마야?"

"그래도."

태산은 세수를 하러 일어나면서 물었다.

"너는 왜 벌써 일어났는데."

"오늘 사진 촬영 있어."

"그래서."

"같이 가자고."

"...싫어."

"아직 어디 가는지도 안 물어봤잖아."

"안 물어봐도 싫어."

명재현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진짜 재미없어."

태산은 욕실 문을 열다가 잠시 멈췄다.

"어디 가는데."

"학교 뒤쪽 한강공원."

"...몇 시까지?"

"수업 전까지만."

태산은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가."

"진짜?"

"대신 늦으면 너 혼자 가."

명재현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알았어!"

태산은 그런 명재현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혼자 있는 게 편했다.

그런데 이제는 명재현이 없는 방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한강공원에 도착하자 명재현은 카메라를 꺼냈다.

"와, 여기 진짜 예쁘다."

"그러네."

"너 사진 찍어줄까?"

"됐어."

"왜."

"사진 찍는 거 별로 안 좋아해."

"그럼 내가 찍을게."

명재현은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태산은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봤다.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말을 거는 모습.

웃을 때 눈꼬리가 살짝 접히는 모습.

누구와 있어도 금방 친해지는 모습.

'저런 성격이니까.'

친구가 많은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어제부터 계속 이상했다.

명재현이 다른 사람과 있는 게.

괜히 마음에 걸렸다.

그때 명재현이 갑자기 카메라를 태산에게 들이밀었다.

스토리 핀 이미지

찰칵.

"야."

"왜?"

"찍지 말랬잖아."

"언제?"

"아까."

"내 기억에는 그런 말 없는데."

태산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명재현은 바로 카메라 화면을 확인했다.

"봐봐."

태산이 화면을 들여다봤다.

사진 속 자신이 웃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삭제해."

"싫은데."

"왜."

"잘 나왔잖아."

"안 잘 나왔어."

"내가 찍은 사진 중에 제일 잘 나왔는데."

태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명재현은 카메라를 내려다보다가 작게 웃었다.

"너 웃을 줄도 아네."

"나 원래 웃어."

"나한테는 처음 보여줬잖아."

그 말에 태산은 순간 명재현을 바라봤다.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남았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

명재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

메시지를 확인한 명재현이 웃었다.

"서윤이네."

태산의 걸음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

"누구."

"같은 과."

"아."

명재현은 메시지를 읽으며 말했다.

"오늘 저녁에 과 사람들이랑 술 마시기로 했대."

"그래."

"너도 같이 갈래?"

"싫어."

"왜?"

"술 안 좋아해."

"그럼 나만 갔다 올게."

"...그래."

어제도 봤던 이름이었다.

서윤.

태산은 별것 아닌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불편했다.

"왜."

명재현이 물었다.

"뭐가."

"기분 안 좋아 보여."

"아니."

"근데 왜 그렇게 대답해."

"그냥."

명재현은 태산을 한참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알았어."

둘 사이에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날 밤.

기숙사 방 안은 조용했다.

태산은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 놓고 있었지만 화면은 한참 동안 같은 곳에 멈춰 있었다.

시계는 밤 11시를 넘겼다.

명재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태산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메시지는 없었다.

'늦네.'

다시 노트북을 바라봤다.

몇 분 뒤.

또 휴대폰을 확인했다.

11시 40분.

12시.

12시 20분.

결국 태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이렇게 신경 쓰이지.'

그 순간 현관문이 열렸다.

"태산아."

술에 조금 취한 명재현이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안 자?"

태산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 몇 시야."

"몰라."

"연락은."

"아..."

명재현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배터리 없었어."

"그래서 연락도 안 하고."

"미안."

태산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명재현이 신발을 벗다가 휘청거렸다.

"어."

태산이 재빨리 팔을 잡았다.

"조심해."

"괜찮아."

"안 괜찮은데."

태산은 명재현의 가방까지 받아 들었다.

"방에 들어가."

"태산아."

"왜."

"너 기다렸어?"

"..."

"나 기다렸지?"

"아니."

"거짓말."

명재현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

태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명재현을 침대까지 데려다줬다.

"물 마셔."

"응."

"그리고 자."

"태산."

"또 왜."

명재현은 잠시 태산을 바라봤다.

그러다 조용히 말했다.

"나 오늘 재밌었어."

"그래."

"근데..."

"뭔데."

"너랑 있는 게 더 편한 것 같아."

태산의 손이 멈췄다.

명재현은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잘 자..."

"...그래."

태산은 한참 동안 명재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사람 신경 쓰이게 하지 마."

잠든 명재현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다.

태산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오늘 하루 종일 자신이 왜 그렇게 예민했는지 생각했다.

서윤이라는 이름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도.

명재현이 다른 사람과 웃고 있는 게 싫었던 것도.

늦게 돌아오는 걸 기다리면서 괜히 화가 났던 것도.

그런데 정작 이유를 찾으려 하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는 확실했다.

명재현이 자신에게서 조금 멀어지는 것 같으면 불안했다.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자신의 옆에서 편하게 웃는 모습은 좋았다.

너무 좋을 정도로.

태산은 눈을 감았다.

아직 그 감정의 이름을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명재현은 분명히,

단순한 룸메이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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