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cizia su nastro

06. I bambini sono nelle mani dei loro genitori.

준현은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어이가 없고 가소로웠다. 그까짓 애새끼가 어떻게 감히……연세대 교감에게서 그의 아들이 별안간 휴학을 선언했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도 꽤 되었으나 아직 그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다. 자식이나 되어서 기어오르려 하는게 준현은 정말이지 기가 찼다. 풍족하게 길러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제 어미와 달아난 놈. 준현은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그 애새끼가 내 자식이라니.”


혈육의 정이 없었더라면 준현은 진작에 연준을 잡아들였을 것이다. 수배를 올리고 현상금에 눈이 먼 자들이 제 친우들을 배신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으니까. 그러나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저의 유전자를 받은 아들이라는 사실이 준현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그가 제일 경멸하는 짓을 그 자신이 하고 있었다. 준현은 냅다 전화기를 집어던졌다. 그렇게 하자 화가 조금 풀렸다.


‘……자식이야 한명 더 낳으면 되지.’


준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얼굴이 잔인한 눈빛으로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비의 앞길을 가로막기만 하는 자식은 필요 없다. 낳아준 정, 길러준 정을 무시한 쪽은 그쪽이니까.





“아버지가 알고 있다고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연준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연준은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러나 아버지라는 존재는 두렵기만 했다.

연준은 자그마한 고기를 굽고 있는 저의 룸메이트 쪽을 쳐다보았다. 그간 식사 준비를 연준만 한 것이 미안해 꼭 저가 준비하고 싶다는 그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는데 이대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연준은 생명줄인 것처럼 수화기를 붙잡고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떻게든 좋은 수를 생각해내야만 했다. 어떻게든……


“…어디 사는지만 안 들키면 되잖아요.”
“뭐?”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기가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무맹랑한 계획이었으나 연준의 입장에서는 나름 일리가 있는 생각이었다. 아버지는 기필코 연준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저를 찾아내기 전까지 잘 은신해 있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서울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되면 괜찮을 것이다. 안일한 생각임에는 확실하다. 그러나 연준은 1%의 가능성도 붙잡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 그것 또한 안일한 생각이지만.


“저기 있잖아요.”
“네?”


연준은 수빈에게, 어쩌면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하려고 했다. 그러나 저를 올려다보는 수빈의 눈이 너무 또랑또랑해서 연준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애꿎은 카세트 플레이어를 꺼내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 노래 되게 많이 들으시더라고요.”


또 이문세의 <소녀>가 흘러나오자 수빈이 말했다. 아, 네. 불편하시면 끌게요. 연준은 이 집을 이제 다른 사람도 함께 쓰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특히나 수빈이 집을 나가게 되면 연준은 당장 생존의 문제에 맞닥뜨려야 하므로 연준은 최대한 수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말도 예쁘게 하고, 생각하고 말하고, 또…노래도 적게 듣고……그 생각을 하자 연준의 얼굴이 점점 우울해졌다. 수빈은 등을 돌려 갑자기 조용해진 연준의 쪽을 쳐다보았다. 꽤나 침울한 얼굴에 수빈은 당황했다. 말씀드린게 기분이 나쁘셨나? 왜 저렇게 죽상이시지.


“불편한 건 아니고…”
“…?”
“그냥 되게 자주 들으시길래 무슨 사연이라도 있으신가 싶어서.”


수빈의 말에 연준은 카세트테이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뭐 저런 낯간지러운 말이 있는지 연준은 잠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연이요?”
“네.”
“와 진짜 오글거린다.”


아차, 말 예쁘게 해야지. 연준은 자기 머리를 한번 크게 쥐어박고서 생글생글 웃어보였다.


“밥 다 됐어요!”
“오 맛있겠다, 잘 먹을게요.”


연준은 한껏 기대하며 고기 한점을 입에 물었다. 수빈이 매우 긴장한 표정으로 연준 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제3자도 숨이 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다. 미식가라도 되는 듯이 수빈이 구운 고기를 천천히 음미한 연준은 고기를 다 삼키고 나서야 눈을 퍼뜩 떴다. 왁, 깜짝이야! 갑작스럽게 눈이 마주친 수빈이 소리쳤다.


“수빈씨.”


연준이 수빈의 눈을 딱 마주보았다. 쓸데없이 비장한 연준의 목소리에 수빈은 저절로 침이 꼴깍 삼켜졌다.


“앞으로 밥은 무조건 제가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