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연(氷煙)의 성채

8화: 잠입

왕실 지하 묘지로 내려가는 길은 마치 얼어붙은 무덤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머리 위로 높게 솟은 거대한 석조 성채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이곳 아래쪽의 공기는 축축한 서리와 죽은 자들의 무거운 침묵으로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현진이 석조 기둥들이 만들어낸 미로를 뚫고 앞장서서 길을 인도했다. 그의 가죽 소맷자락 틈새로 피어오른 어두운 연기의 희미하고 소용돌이치는 잔상이 우리 발목 주변을 촘촘하게 감싸 안았는데, 이는 얼어붙은 바닥 위를 디디는 우리의 발소리를 완벽하게 지워내 방음 장벽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평소의 조잘조잘 활기차던 말다툼은 팽팽한 긴장감이 실린 비밀스러운 속삭임으로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고, 그의 오른쪽 귀에 착용된 청각 보조 장치와 왼쪽 귀의 인공 와우 장치는 어둠 속의 작은 그림자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극도로 집중되어 있었다.

"주요 순찰조의 로테이션 주기를 보면 바로 지금쯤 서쪽 묘역을 비우고 이동하고 있을 거야."

현진이 고개를 재빨리 돌려 내게 다급한 시선을 던지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아드레날린이 온 신경에 가득 충전된 탓에 그의 뺨은 이미 부끄러운 듯 짙은 홍조로 폭포수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앞으로 딱 3분 안에 두 번째 파편을 찾아내지 못하면, 최고 의회 순찰대와 정면으로 맞부딪히게 될 거야."
"꼭 찾아낼 테니 걱정 마라."

지석이 나직하게 다독이며 흔들림 없는 다정한 온기를 건넸다. 그의 깊고 따스한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내 중심을 잡아주는 든든한 닻과 같았다. 그는 내 바로 곁에서 발걸음을 맞추어 걷고 있었고, 얼굴 가득했던 특유의 자랑스럽고 거대한 미소는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채 거칠고도 보호 본능이 서린 단호한 표정으로 사방을 엄호했다. 그가 아래로 손을 뻗어 내 손을 가만히 감싸 쥐자, 그의 손바닥은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으며 내 손가락과 촘촘하게 맞물려 잠겨 들었다. 그가 내 손가락 마디 뒷면을 부드럽고 완고하게 꼭 쥐어 오며, 아무런 걱정 도 할 필요 없다는 무언의 확실한 약속을 조용히 건넸다.

"내 바로 곁에 바짝 붙어서 움직이렴, 서하야. 내가 널 완벽하게 지켜줄 테니까."

우리가 마침내 아치형으로 솟은 마지막 모퉁이를 돌아서는 바로 그 자찰 무너져 내리는 왕실 분묘 안쪽, 높게 솟은 석조 제단 위에 고요히 놓여 있는 그것의 비주얼이 마침내 시선에 닿았다. 별의 유리의 두 번째 파편이었다. 첫 번째 유물보다 훨씬 더 거대했던 그 결정체는 깊고 매혹적인 자줏빛 우주 광채를 머금은 채 주기적으로 일렁이고 있었고, 그 눈부신 기세는 지하 묘지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단숨에 깨끗하게 베어 넘기며 빛을 발했다.

내가 그 마법 유물에 가까워지는 순간, 파편은 낮고 일정한 웅웅거림을 내지르며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고동치는 천상의 공허 마법 맥박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공명했다. 나는 손을 뻗어, 매끄럽고 차가운 결정의 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단단하게 감싸 쥐었다. 그 순간 강렬한 에너지가 내 혈관을 타고 폭포수처럼 무섭게 뿜어져 나왔고, 황혼빛 우주 먼지의 눈부신 섬광이 석조 벽면 전체를 가로지르며 아무런 해 없이 사방으로 일렁였다.

"찾았어."

내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승리감에 도취된 안도 어린 미소가 얼굴 가득 눈부시게 번져 나가는 동안, 나는 빛나는 유물 파편을 내 가슴속으로 소중하게 꼭 끌어안았다.

"거기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날카롭고 육중하게 쾅쾅 울리는 목소리 하나가 높은 석조 아치 천장 전체를 거칠게 뒤흔들며 메아리쳤다.

내 심장은 순식간에 갈비뼈를 타고 미친 듯이 세차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법 불꽃이 깃든 횃불을 손에 든 최고 의회의 경비대원 한 명이 묘지 진입로 안으로 성큼 발을 들여놓았고, 그의 잘 닦인 은색 방어구 조각들이 횃불을 받아 날카롭게 빛을 발했다. 그의 손은 이미 허리춤에 찬 검의 자루를 거칠게 움켜잡은 상태였다.

"숨어라!"

찬연 오빠가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하고 날카로운 속삭임으로 명령을 내렸다.

경비병의 시선이 우리에게 완벽하게 고정되기 바로 직전, 찬연 오빠는 절대적인 본능과도 같은 번개처럼 빠른 손길로 몸을 날렸다. 그가 커다랗고 따스한 두 손으로 내 허리 뒤편을 단단하게 밀어내며,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는 단단한 강인함으로 내 몸바탕의 무게를 지탱해 주었다. 그는 거대한 석조 사르코파구스(석관) 뒤편의 깊고 어두운 틈새 속으로 나를 단숨에 들어 올려 완벽하게 가두어 숨겨주었다. 그는 나를 자신의 가슴속으로 완전히 끌어당겼고, 자신의 넓은 두 어깨와 사령관으로서의 무겁고 하얀 모피 코트를 물리적인 방패막으로 삼아 최고 의회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완벽하게 차단해 가두어버렸다.

"단 한 자락의 숨소리도 내지 마라."

찬연 오빠가 내 귓가에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따스한 호흡이 내 살결에 닿으며 하얀 입김이 되어 흩날렸고, 그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깊고 달콤하게 가라앉으며 가슴속을 감미롭게 적시는 묵직한 전율을 안겼다. 내 허리를 감싸 쥔 그의 손길에 한층 더 단단하고 완고한 힘이 실렸고, 그가 나를 자신에게로 너무나도 밀착해 강하게 끌어당긴 탓에 내 등 뒤로 사정없이 세차게 고동치는 그의 규칙적이고 흔들림 없는 심장박동의 리듬이 고스란히 체감되어 흘러들었다.

바로 단 몇 피트 떨어진 옆쪽에서, 현진이가 우리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워내기 위해 즉각적으로 마법의 기세를 오버라이드했다. 그가 가죽 소맷자락을 다급하고 패닉 어린 손짓으로 거칠게 한 번 휘두르자, 칠흑처럼 어두운 거대한 연기의 벽이 폭포수처럼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짙은 연기 안개는 순식간에 지하 묘지 전체를 가득 집어삼켰고, 경비병이 들고 있던 횃불의 불빛을 도저히 아무런 쓸모도 없는 흐릿하고 탁한 잔상으로 완벽하게 무너뜨려 버렸다.

"내가 경비병들이 그 마법 잔상을 추적하고 있다고 아까 분명히 말했잖아!"

현진이 완전히 혼란스러운 다급하고 조용한 쌕쌕거림으로 툴툴거리며, 지석이와 함께 우리 바로 곁의 어두운 그림자 틈새 속으로 단숨에 몸을 날려 뛰어들었다. 그의 귀 끝은 이미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조용히 조잘거리고 이제 도망칠 준비나 해, 형."

지석이 나직하게 킥킥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어둠 속에서 내 손을 다시 한번 가만히 찾아내 감싸 쥐었다. 그는 내 손가락 마디 뒷면을 보호하듯 단단하고 완고하게 꼭 쥐어 왔고, 그의 눈동자 속에는 이 위험천만한 사투가 주는 흥분감이 다정한 온기가 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이 연기 장막이 경비병의 시선을 영원히 붙잡아 가두어두진 못할 테니까."

경비병은 빽빽하고 무거운 연기 안개 속에서 괴로운 듯 거친 기침을 정신없이 쏟아내며, 횃불을 허공을 향해 거칠게 마구 휘둘렀다.

"침입자다! 비상 경보를 울려라!"

"지금이다."

찬연 오빠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내 허리를 지탱하고 있던 그의 커다란 손길이 매끄럽게 움직이며 나를 전방을 향해 흔들림 없이 이끌어 내 몸바탕의 중심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달려라!"

찬연 오빠가 내 옆방향을 든든하게 호위하며 대형의 중심을 잡아주고, 지석이가 내 손을 이끌며 전력 질주로 나를 앞으로 강하게 견인해 주었으며, 현진이가 뒤편 복도의 시야를 완벽하게 가로막는 거대한 연기 스크린을 연이어 터뜨려 경비병들의 숨통을 틀어막아 주는 가운데, 우리는 마침내 어두운 지하 묘지를 단숨에 돌파해 바깥의 얼어붙을 듯 차가운 설산의 밤하늘 아래로 거침없이 몸을 내던졌다. 성채를 완벽하게 탈출할 우리의 위험천만하고도 위대한 첫 번째 여정의 막이 공식적으로 성대하게 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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