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기분은 늘 시원섭섭하다.
뜨겁고, 때로는 장마처럼 습하고,
피하고 싶었던 일들이 많았던 나의 여름이 가고 있다.
그나마 여름 중에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면,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플레브니악'의 연주를
듣고, 단번에 사랑에 빠졌다.
마치 거센 비바람 속을 헤치고 겨우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이 폭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먹먹함.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피폐해 지는 느낌.
비발디의 여름은 어땠던 걸까?
비발디의 사계에서도 '가을'로 넘어가면 잔잔하고
릴렉스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내 인생에서도 3악장으로 넘어갈 때 쯤이 되면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왜 나는 아직도 이렇게 헤매고, 힘든 걸까.
그래, 권태기.
너무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인생의 동반자에게 느끼는
권태로움과 같은 것.
그것을 나는 나 자신에게,
내게 주어진 시간에게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 쯤에 일본 작가의 자전적 소설,
'스물 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라는 책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어느 일요일에 작정하고 그 책을 들고, 까페에 앉았다.
죽을 결심을 한 사람은 실로 너무나 용감하고,
거칠 것이 없었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내 휴대폰에 D-day를 설정했다.
'유레카 D-day 365'
'딱 1년. 나도 그 일본 작가처럼 1년을 용감하고,
나답지 않게 살아보자.'
유레카 D-day를 설정하고 며칠 뒤,
내 인생을 통째로 흔들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유정아, 너 아이돌 과외 한 번 해보지 않을래?"
<2화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