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22화. 폭발

sophie97
2026.06.25Visualizzazioni 40
이 정도의 대안이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훈지씨...훈지씨는 뭐가 싫은 거에요?
오피스텔로 와서 공부하는 게 싫은 거에요?
그럼 그냥 연습실에서 수업 했으면 하는 거죠?"
"아니요.. 그건 아닌데..."
잠시 말을 고르던 훈지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표님 수업은
제가 하던 연습실에서 하시는 거 어때요?"
"그게 무슨 말이야? 박훈지.
나는 연습실에서 수업하고,
너는 오피스텔에서 하겠다는 거야?
아니, 잠깐 오피스텔은 어디야?
정아가 사는 곳이야?"
"아니. 내가 번역 일 하는 곳으로 쓰는 데야."
"거긴 선생님 개인 공간인데..
너무 이 사람, 저 사람 드나들면
불편해 하실 거 같아서요.
전 어차피 가봤으니까...
대표님 수업 정도는 선생님도 연습실 쪽으로
와 주실 수 있죠?"
'박훈지의 이상한 논리... 오늘 또 시작이네...ㅎ'
하지만, 내가 그 이상힌 논리를
감싸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럼 그럴까요?
대표님은 바쁘시니까 내가 그 정도는 배려할 수 있어."
"왜 훈지만 오피스텔에서 수업하는 거야?
이건 무슨 특혜야?"
"특혜는 무슨...
훈지씨도 대표님이 바쁘신 걸 배려해서 그런 거죠.
그렇죠? 훈지씨?
나도 그 정도는 괜찮을 거 같아.
그렇게 하기로 하고 여기서 마무리 하자. 알았지?"
나는 빨리 이 문제를 매듭 짓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는 묘하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고,
훈지씨는 묘하게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식사도 거의 끝나가고
이제 잘 마무리하고 가면 끝이었다.
대표가 다시 그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훈지 너는..
정아 오피스텔에 어떻게 가게 된 거야?"
나는 훈지씨를,
훈지씨는 나를,
우리는 서로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어쩌다가 오게 되었지?...
잘 기억이 안 나네...
아...내가 뭐 수업 자료를 놓고 와서
같이 갔었나 그랬을 껄..."
나는 적당한 말이 빨리 떠오르지 않아서
진땀이 났다.
"대표님이랑 저녁 드신 날,
제가 할 얘기 있어서 밤에 찾아 갔잖아요."
'헉... 왜 저래.. 미쳤어..'
나는 오늘따라 훈지씨가 왜 이렇게 직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맞다! 그랬었다...
그날 왜... 마저 못 한 얘기가 뭐냐고
김대표가 나한테 물어봤었잖아.
수업 때 했던 질문이라고
내가 대답했던 거 같은데...기억나지?"
그 순간, 훈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거야?'
"잠깐만...둘 사이에 내가 모르는 뭐가 있어?"
"...사실대로 얘기하면..
전...선생님 개인 공간에
저 말고 다른 남자가 드나드는 거 싫어요."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말이,
결국 그의 입에서 나와 버렸다.
"박훈지,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대표가 훈지씨를 무섭게 쳐다 보면서 말했다.
"태형씨..
훈지씨 보내고 나랑 이야기해.
지금 좀 흥분 상태인 거 같으니까..
나랑 차분히 얘기해.
그게 좋을 것 같아."
"아니..
내 생각에는 니가 먼저 들어가는 게 좋을 거 같다.
니가 지금 자꾸 훈지 변명을 해 주고 있잖아.
먼저 들어가.
오늘 내가 데려다 주려고 차 갖고 오지 말랬는데
미안하다. 먼저 가."
"아니야... 나랑 하는 게 맞아.
훈지씨가 먼저 가요.
잠을 못 자서 긴장 상태인 거 같아."
"너희 둘, 내가 모르는 뭔가가 확실히 있긴 하구나...
유정아, 먼저 들어가.
훈지 말 듣고, 그 다음에 니 얘기 들을께."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향해
대표가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들어가라고..."
잔뜩 화가 난 그의 목소리에 더욱 긴장이 됐다.
놀라는 내 모습을 보고, 훈지씨는 더욱 흥분했다.
"대표님이 뭔데 선생님한테 가라 마라 명령이에요.
이리 와요. 내가 데려다 줄께요.
대표님은 이따 선생님 데려다 주고,
사무실로 갈테니까 거기서 봬요."
훈지씨는 내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제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구나....'
건물 밖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내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 속에서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
내가 태형씨랑 얘기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그의 차 앞까지 왔다.
"훈지씨,
내가 김대표와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지금은 이 상황을 수습하는 게 먼저에요."
"대표님이 자꾸 내 앞에서 선을 넘잖아요.
선생님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는 건
할 수 있는데,
대표님이 자꾸 선 넘는 건 못 보겠다구요."
"내가 김대표한테 마음이 없는데,
그 사람이 선을 넘든 말든 그게 왜 중요해요?"
"그럼...
선생님 마음은 어디에 있는데요...?"
나는 말없이 한참 동안 그의 눈을 바라봤다.
나의 마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봤다.
그리고, 이제는 어디쯤 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당신...
당신한테 가고 있잖아요...
내 마음은 이래요.. 존중해 줘요.."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23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