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80화. 불청객

sophie97
2026.07.27Visualizzazioni 16
줄리앙이 라면 그릇을 씻는 동안
나는 함께 마실 차를 끓이려고 물을 올렸다가
그에게 물었다.
"혹시 줄리앙은 맥주 마실래요?
지난번에 마시다 남은 맥주가
냉장고에 있을 거에요."
"어! 좋아요.
금요일 밤에는 차보다는 맥주죠!!"
"맥주 마시면서 음악 들을래요?
영화 볼래요?
아니면 책을 읽을까요?"
여느 때처럼 평범하고 평화로운 금요일 밤이었다.
"나는...맥주 마시면서 영화 볼래요.
우리 내일 가까운 데 다녀올까요?"
"그럼 줄리는 보고 싶은 영화 찾아봐요.
나는 근처에 갈 만한 곳을 검색해 볼게요."
그는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고르고 있었고,
나는 차를 마시며
근처에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훈지 씨 번호가 떠 있었다.
'왜...또...'
화를 낼 생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이래요, 진짜."
"....나...아파요...'
"뭐라구요? 아프다구요?
어디가 아픈데요?
괜찮아요?"
"몸이 뜨거워요..."
"열 재봤어요? 약은 먹었어요?
그런데... 나한테 전화를 하면 어떡해요."
"...목소리 듣고 싶어서..."
"매니저님이나 부모님께 빨리 전화해요.
아니..내가 해 볼께요.
일단 전화 끊어요. 훈지씨."
"보고 싶어요..."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전화 좀 끊어요.
내가 태형씨한테라도 전화할께요."
급한 마음에 서둘러 전화를 끊고
김대표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정아야..이 시간에 웬일이야?"
"태형씨.
훈지씨가 아프대...
빨리 집으로 가봐.
열이 많이 난대. 얼른 데리고 병원부터 가.
전화 끊고 바로 가. 알았지?"
"뭐? 훈지가 아프다고?
어. 알았어!!
근데 스페인에 가 있는 너한테 전화를 한 거야?
아니..나랑 매니저 놔두고 왜 너한테...
참...나..."
"그럴 얘기 할 시간 없으니까 빨리 가."
"알았어...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마."
"병원 다녀와서 나한테 연락 좀 해 줘."
"그래. 알았어.
먼저 끊을께."
전화를 끊고도 불안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줄리앙은 집 안을 서성이는 나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겠죠?
밤새 열이 많이 난 거 같은데...
빨리 응급실이라도 갔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미련해, 정말."
"...흠..."
그는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줄리. 어디 가요?"
"내가 지금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요."
"호텔로 돌아간다고요?"
"지금 그런 상태로 영화를 볼 수 있겠어요?
여행도 힘들 것 같은데요."
"아...미안해요...
그런데... 내가 지금 너무 불안한데...
같이 있어주면 안 돼요?"
"정아씨..
내가 질투심이 없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엑스 보이프렌드 걱정까지
함께 해 줄 정도는 아니에요."
그는 현관문 쪽으로
다시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
나는 재빨리 현관문 앞에 서서
그를 막았다.
"알았어요.
같이 걱정해 달라고 안 해요.
그냥... 조금만 더 있어줘요.
그것도 안 돼요?"
줄리앙은 나를 안았다.
"내가 당신을 그 사람 그늘에서 나올 수 있게...
그렇게 할 수 있을 줄 았았는데...
점점 자신이 없어져요."
그날 밤,
그는 끝내 호텔로 돌아갔다.
"부모님 뵙는 건...
나중에 해요. 우리..." <81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