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87화. 3일간의 동거(3)

sophie97
2026.07.30Visualizzazioni 37
“태형씨…오랜만이야.”
“정아 너 언제 한국에 온 거야?
왜 말 안 했어?
아니 그건 그거고…
왜 훈지 집에 잠옷 차림으로 있는 거야?
너희 미쳤냐? 막 나가기로 했어?”
저 짐은 또 뭐고?
여기서 지내고 있는 거야?"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입도 못 떼고 있는 날 보고
훈지씨는 김대표의 팔을 붙잡고
침실로 끌고 들어갔다.
‘하…그래…
이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야.’
나는 훈지씨가 김대표를 방으로 끌고 들어간 사이,
급히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어느 틈에
둘은 방에서 나왔다.
내가 옷을 갈아 입은 모습을 보고,
훈지씨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왜 옷 갈아 입었어요?
내가 분명 안 된다고 했잖아요.
나랑 같이 호텔 갈 거에요?”
“태형씨가 같이 가 주면 되잖아요.
그러면 믿을 수 있죠?”
“아니요. 대표님도 못 믿어요.
아무도 안 믿어요.
이번만큼은 절대 양보 못 해요.”
나는 도움의 눈길로 김대표를 쳐다봤다.
김대표는 난처한 듯한 표정으로
쭈볏거리며 말했다.
“정아가 호텔에 있으면서
훈지가 들락거리는 것 보단
차라리 여기가 낫지…
들킬 걱정은 없으니까.”
“뭐야?
아까랑 반응이 왜 이렇게 달라졌어?
방에서 무슨 얘기를 듣고 나온 거야?”
훈지씨는 팔꿈치로 김대표를 툭 쳤다.
“뭐야?
말해…
훈지씨가 뭐라고 협박했는지.”
“그런 거 아니야.
나는 이 일에서 빠질게.
이제는 너희 둘이 알아서 해.”
김대표는 훈지씨 눈치를 슬쩍 보더니
소파에 앉았다.
“훈지 상처는 어때? 많이 아프지는 않고?”
“네…괜찮아요.
아직 힘주면 아프기는 한데…
그 정도는 뭐 참을 만 해요.”
“나는…훈지 팔 어떤가 궁굼해서 온 거야?
이제 가봐야 겠다.
3일 동안 푹 쉬고…
정아는 언제 가는 거야?
가기 전에 얼굴 볼 수 있어?”
“3일 동안 여기서 지낼 거니까
대표님이 이리로 오시면 볼 수 있어요.
안녕히 가세요.”
“어…그래…알았어.
정아 너 잠옷 입고 있지 말고…
옷 입고 있어.
다 큰 성인 남녀가 한집에서 그러고 있으면 안 돼.
알지? 응?”
김대표는 훈지씨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평소 그답지 않게 말을 아끼고
급히 가버렸다.
그를 배웅하고 돌아온 훈지씨는
앓던 이가 빠진 사람처럼 개운해 보였다.
“아우…조용하고 좋다.
우리 영화나 한 편 볼까요?”
“훈지씨…내가 여기 있는 게 맞는 걸까요?
이건…
줄리한테도,
훈지씨한테도 맞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줄리는 모르겠고,
하지만
나는 나한테 주어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에요.
더 이상 이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이 3일이...
나에게 또 한 번의 큰 파장을 일으킬 거라고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날 새벽까지 영화를 보다가
소파에서 잠들어 버렸다.
그렇게 편안하게 잠들어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줄리앙에게 미안할 정도로...
깊은 잠을 잤다.
다음 날 눈이 부셔서 잠이 깼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훈지씨는 덜그럭거리며
주방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훈지씨, 주방에서 뭐해요?”
“아…깼어요?
내가 아침을 좀 만들어 주려고요.
콩나물 국 끓였고, 밥도 다 했고…
집에 어머니가 갖다 주신 불고기가 있어서
그것만 볶으면 돼요.”
“콩나물 국을 훈지씨가 끓였다구요?”
“아…근데…맛이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콩나물이 발만 담그고 간 것 같기도 하고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한 번 먹어 볼래요?”
그가 콩나물 국을 한 숟가락 떠서 먹여줬다.
‘이게 무슨 맛이야…맹물인가…
콩나물이 들어간 건 맞나…’
“와~~너무 시원하고 맛있다.
요리에도 재능이 있었네요.
처음 끓인 거 맞아요?”
“진짜로?
내가 아침이라서 입맛이 아직 없는 거였구나!
어쩐지…
내가 하겠다 마음먹으면 잘 하는데
이상하다 했어요.ㅎ”
“너무 맛있게 잘 끓였어요.
요리 솜씨 칭찬해요!!”
나도 모르게,
훈지씨의 볼을 손바닥으로 감싸려다,
황급히 손을 거뒀다.
“불고기는 이리 줘요.
내가 볶을게요.
팔도 아픈데 아침까지 준비했어요.
시켜 먹어도 되고, 내가 해도 되는데…”
“감동했어요?”
“그럼요. 감동했죠.”
그렇게 기뻐하는 훈지씨를 보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훈지씨.’
“우리 아침 먹고 뭐할까요?
드라이브 갈까요?”
훈지씨가 그릇에 밥을 푸면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부상 당했을땐 정말 속상했는데,
당신도 날 보러 한국까지 와 주고…
이렇게 3일이나 함께 있게 되다니
꿈만 같아요.”
“우리 드라이브 갈까요?
훈지씨 팔도 다쳤으니까 운전은 내가 할께요.”
“알겠어요.
그럼 당신이 좋아하는 라떼랑 스콘부터
미리 주문해 둘게요.
우리 밥 먹는 동안 배달 오면 딱 맞겠죠?
예전엔 항상 당신이 먼저 이렇게 챙겨 줬잖아요.
이제 내가 해 줄게요.”
“훈지씨…
그런 거 다 기억하고 있었네요?”
“나는 당신에 관한 건 하나도 잊은 거 없어요.
특히 나한테 해 준 작은 배려들까지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해요.”
"우리는 이제...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88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