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22화. 의심



훈지 씨에게 메세지를 받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우진 씨와 함께 왔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였다.

혼자 나가려는데 우진 씨가 나를 보고 불러 세웠다.





데려다주겠다는 걸 거절하고

택시를 타고 집까지 왔다.





혼자 그럴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실제로 내 귀로 직접 들은 건 달랐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그 말을 직접 듣고 나니 마음이 훨씬 무거웠다.





훈지 씨가 말한 대로

그냥 그대로 믿고 넘어가야 하는 걸까.




화장실에서 들은

그 여배우의 자신만만한 목소리.





훈지 씨는 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답장을 보냈다고 했는데...




그 여배우는 아직 답을 듣지 못 했다고 말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집으로 돌아와서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나는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휴대폰을 꺼내 훈지 씨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우리... 좀 볼 수 있을까요?]





[언제? 지금요?]





[네...]





[무슨 일 있어요?

 1시간 쯤 후에 출발할 수 있어요.

 집으로 갈게요.]





[알겠어요.]
 




그의 답을 듣고 난 후에도

무얼 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문득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훈지 씨가 말한 대로 믿고 넘어가자...'





그렇게 마음먹고 나서

나는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훈지 씨. 지금 어디에요?"





"나... 거의 다 왔는데요."





"미안한데... 들리지 말고 집에 가서 쉬어요."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아무 일 아니에요.

 그냥 보고 싶어서 불렀는데..."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생각해 보니 피곤한 사람을 부른 것 같아서요."





"어? 진짜?

 보고 싶어서 부른 거에요?
 
 거의 다 왔는데 그럼 잠깐이라도 보고 갈께요.

 10분이면 도착해요! 이따 봐요!"





그가 전화를 끊고 나서야

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내일 촬영장에 가져 가라고

좋아하는 원두로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놓았다.





잠시 후,

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웬일이에요?

 보고 싶다고 오라고 다 해주고?

 석 달 시간을 가져 보자고 하더니,

 벌써 못 기다리겠어요?"





그의 천진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피곤하지 않아요?"





"날마다 피곤하죠.

 그래도 이렇게 나를 찾아 주는 여친이...

 아니 전 여친이 있으니 힘이 좀 나네!"





나는 그의 농담에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내 분위기를

그도 금세 알아차렸다.





"정아 씨. 그냥 나 보고 싶어서 오라고 한 거 아니죠?"





"..."





"뭐에요? 혹시... "





그가 잠시 내 눈치를 살폈다.





"그 날 카페에서 내가 장난 친 그 메세지,

 아직도 신경쓰여요?"





나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훈지 씨... 휴대폰 두 대 아니잖아요."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오늘 저녁 먹으러 간 식당에서

 그 여배우를 봤어요."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훈지 씨한테 고백했다고...

 자기 친구에게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래서요?"




훈지 씨가 물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걸 확인하고 싶어서 오라고 한거에요?"





"처음에는 그랬는데..."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생각해 보니 그러고 싶지가 않아서...

 다시 전화해서 오지 말라고 한 거에요."





"그냥 내가 한 말 그대로 믿어주고

 넘어가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그렇게 꼭 하나하나 다 확인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려요?"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훈지 씨..."





"촬영하다 보면, 서로 연인 연기 하다보면

 좋아한다고 해주는 사람이 왜 없겠어요?

 그런 일 있을 때마다 얘기해 주면 불안해 할까봐

 한 번도 말한 적 없어요.

 그날도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내 휴대폰 미리 봤잖아요.

 그래서... 하..."





"미안해요. 내가 말 꺼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화를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 이럴 때

 나...

 숨 막혀요..."





그 말에

나도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내가... 훈지 씨...

 숨 막히게 한다구요?"





그는 아무 말로 하지 않았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그는

그대로 돌아서서 나가 버렸다.




미리 준비해 둔 텀블러를 줄 사이도 없이...






"눈치 채고 계셨죠?" <23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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