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29화. 술취한 훈지

sophie97
2026.09.07Visualizzazioni 87
아침부터 분주한 월요일이었다.
영화사에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라서
일찌감치 카페에 나가 오픈 준비를 마쳤다.
지성 씨가 출근하자 마자
나는 영화사로 출발했다.
지난 밤에 만났던 스태프들 때문인지,
김 대표와 내가 연인 사이라는
소문이 다 퍼져 있었다.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물어보는 바람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초반에 내 업무를 설명해 주던
담당자가 내게 물었다.
"훈지 씨, 전 기획사가 김 대표님 회사 아니었어요?"
"네... 맞아요. 그랬어요."
"그래서 작가님이 훈지 씨를 알고 계셨나봐요?
지난번에 감독님께 훈지 씨 칭찬하셨었잖아요."
"아... 그건...알고 있던 사이어서가 아니라
훈지 씨 실력을 알고 있으니까
드린 말씀이었어요."
"그런데 훈지 씨 그 기획사에 있을 때
영어 선생님이랑 사귄다는 루머 있었는데,
그거 사실이에요?"
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
"그 영어 선생님이... 저였어요."
담당자가 놀란 눈치였다.
"네?"
"그런데 그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구요."
"아... 하긴...
작가님은 대표님이랑 사귀는 사이니까
말이 안 되는구나..."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김 대표와 연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영화사에서 일을 마치고
다시 카페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김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태형 씨?"
"어~ 어디야?"
"영화사에 출근했다가 일 마치고
카페로 들어가는 중이야."
"왜?"
"영화사에서 말 많았지?"
"어...엄청들 말 많더라..."
"내가 괜히 얘기했나 봐.
자랑하고 싶어서 했는데
너 피곤하게 만든거 같아..."
"이미 일어난 일인데 뭐...
그러다가 말겠지.
신경쓰지 마. 나는 괜찮으니까."
"점심 먹었어?"
"응. 아까 일하다가 간단히 먹었어.
태형 씨는?"
"나도 먹었지.
직원들이랑 오늘 너랑 갔던 돈까스 집에서 먹었어.
네 생각나더라"
"그랬어?
얘기하니까 돈까스 먹고 싶다."
"저녁 때 포장해서 갖다 줄까?"
"돈까스는 막 나왔을 때 먹어야 맛있지."
"그럼 주중에 아무 때나 시간 있을 때 와.
같이 가면 되지."
"응. 미리 전화하고 갈게."
"응. 조심히 들어가. 또 전화할게"
"안녕."
카페에 도착하자
점심 시간이 끝난 뒤라 밀린 주문과
설거지가 한꺼번에 몰려 있었다.
지성 씨와 열심히 주문부터 처리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우진 씨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우진 씨.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드릴까요?"
"네. 부탁드려요.
고백은 잘 하셨어요?"
"아...그 고백은... 잘 안 됐어요."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아... 제가 괜히 말을 꺼냈군요."
"그 고백은 잘 안 됐지만...
이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랑 만나게 되었어요."
"잘 안 되셨다고 하길래
은근히 기대를 좀 했는데...ㅎㅎ"
"우진 씨는 더 멋진 분 만나실텐데요. 뭐..."
"그렇게 될까요?"
"그럼요. Daisy 좋아하는 여자분 꼭 만나시라고
제가 기도할께요."
우진 씨가 가고 난 뒤,
나는 김 대표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태형 씨!
혹시 Daisy 라는 노래 알아?]
[아니. 무슨 노랜데?]
[에이...모르는구나...
나 이 노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싶은 로망이 있어서 물어봤어.ㅎ]
[네가 좋아하는 노래면
꼭 찾아서 들을게.
나는 취향같은 거 없어.
네가 좋아하는 걸로 맞출거야.]
취향이 확고한 사람과
내게 모든 걸 맞춰주는 사람 중
어떤 사람과의 연애가 더 행복할까.
그 날 오후는 카페 일 때문에
정신없이 지나갔다.
카페 문을 닫고
각색 일을 좀 더 하다가 집으로 퇴근하는 길이었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택시 기사 분이
술 취한 손님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계셨다.
우연히 뒷좌석에 앉은 손님을 보다가,
낯익은 모습에 깜짝 놀랐다.
훈지 씨였다.
나는 한걸음에 택시 쪽으로 달려갔다.
"기사님.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죄송하지만 부축 좀 도와주시겠어요?
택시비는 좀 더 드릴께요. 죄송합니다."
누가 알아볼까 봐
훈지 씨를 부축해
빨리 집으로 올라왔다.
소파에 훈지 씨를 눕히고
한참 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닌데...'
나는 그의 앞에 앉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올렸다.
그 때였다.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우리 이대로...다시 스페인으로 갈까요?"
<30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