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74화. 정아의 첫사랑

sophie97
2026.09.29Visualizzazioni 70
카페에 거의 다 왔을 무렵에
수연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연아..."
"너 왜 이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어?
무슨 일 있어?"
"훈지 씨 누님도... 우리 언니도...
나한테 계속 헤어지라고 해.
나 점점 자신이 없어져..."
전화기 너머로
수연이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정아야!! 너 연하의 미남을 그렇게
쉽게 얻으려고 했어?
힘들게 얻은 게 소중한 것처럼
어렵게 이뤄낸 사랑이 값진 거야."
"너 수연이 아니지?
너 누구야? 보이스 피싱이야?
우리 수연이는 이렇게 낭만적인
말을 하는 애가 아닌데!"
"나도 이런 낭만적인 말을
할 때가 있어 정아야."
수연이는 본인도 어색했는지
멋쩍게 웃었다.
"있잖아... 수연아.
사실 나 요즘...
태형 씨 만났을 때가 조금 그립기도 해."
"왜? 미련이 남았어?"
"아니... 그냥...
그 때는 마음이 편안했거든.
내 또래이기도 하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은 나한테 다 맞춰 주기만 했어."
"훈지 씨는 다 안 맞춰줘?"
"훈지 씨는...
내가 배려를 많이 하는 편이지."
나는 어제 일이 생각나서
말을 이었다.
"네 조언 듣고
훈지 씨 조카 수업을 했잖아.
내 딴엔 정성을 보인 건데...
그것도 맘에 안 드시나봐."
"우리 정아 힘들어서 어쩌냐..."
"정아야... 아..아니야.."
그녀는 뭔가 말을 꺼내려다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뭔데 말하다 말아?"
"훈지 씨 누님 약점을...
좀 알아내면 어떨까?"
"뭐 사람이라도 붙이라고?"
"훈지 씨한테 넌지시 물어봐봐.
뭐 알고 있는 거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렇게까지 야비하게 해야 하는 건가?"
말하다 보니 어제 언니와의 통화가 생각났다.
"하긴...
나 어제 언니랑 통화하다가
내가 알고 있는 언니 약점으로
입을 좀 막긴 했다."
"거봐...
약점 하나씩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
한 번 잘 생각해 봐."
"알았어.
나 카페 다 왔어.
오픈 준비해야 하니까
내가 다시 전화할께. 수연아."
"힘내 울 쩡아!"
"힝...안녕~"
전화를 끊고 나서야
수연이의 말이 머릿속에 계속 남았다.
'약점이라고...?'
그 때 진서에게 메시지가 왔다.
[쌤, 왜 제 수업 못 하시는 거에요?
엄마는 말은 안 해 주고 그냥 더 이상
쌤 수업 못 받는다고만 하는데...ㅠ
저는 쌤이랑 계속 수업하고 싶단 말이에요.]
'누님의 약점은...
진서가 될 수도 있어.'
[진서야... 미안해.
쌤도 진서랑 수업하는 거 좋은데...
엄마가 그만 하라고 하셔서
쌤도 어쩔 수가 없어.]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잖아.
거기다가 어렵게 얻은 외동딸이라고 했으니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진서에게 다시 한 번 메시지가 왔다.
[그럼 제가 엄마한테
다시 한 번 얘기해 볼게요!! 쌤!!]
'진서야. 화이팅이야!'
나는 진서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고
오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번 째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혹시... 정아니?"
"어. 오빠...?"
"정아, 너 여기서 뭐해?"
"이 카페 내가 운영하는 곳이야."
"너 번역일 그만 뒀어?"
"아니, 번역일도 하고 있어.
카페 일은 알바생이 주로 하고..."
"이렇게 오래 간만에 보니까
너무 반갑다. 정아야."
"그러게...
오빠랑 헤어지고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렇지?"
생각지도 못 하게
첫사랑을 카페 손님으로 만나게 되다니.
"음. 아마도 그럴꺼야.
나 최근에 이직해서 회사가 이 근처야.
앞으로 자주 보자."
"그래...
참 뭐 마실거야?"
"너 그새 내 취향도 잊어버렸구나?
하긴 그 때가 언제냐...
카푸치노로 한 잔 줘.
따뜻한 걸로"
"아...생각난다.
오빠가 항상 카푸치노 마시던 거."
내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
그는 카페를 둘러보면서 물었다.
"결혼은 했니?"
"아직."
나도 묻고 싶었지만
괜한 오해를 살까 봐 묻지 않았다.
잠시 뒤, 그가 물었다.
"나는 결혼했는지 안 궁금해?"
"했겠지... 나이가 얼만데..."
"나, 돌아왔어."
그의 말에 손이 잠시 멈췄다.
"결혼 생활은 1년 밖에 못 했어."
"아... 그랬구나.
자. 여기 카푸치노 나왔습니다. 손님.
돈은 다음부터 내."
"아니야.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됐어.
반가움의 의미야."
그를 바라보니
내 20대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마음을 열어주시는 건가..." <75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