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94화. 훈지 공주님의 눈물


카페로 출근하는 길에

부동산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카페를 인수할 마땅한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렇게나 빨리…?’

 


인수자가 빨리 나타나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내 손이 닿지 않은 데가 없는 곳이라

아쉽고, 서운하기도 했다.

 

 

지성 씨가 출근하고 나서

나는 그 소식을 전했다.

 

 

“지성 씨… 생각보다

 우리가 더 빨리 헤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항상 사장님이 앉아서

작업하던 테이블이 비어 있으면

서운할 것 같은데요.”

 

 

”나도 혼자 작업하다 보면

 지성 씨랑 수다 떨던 게 그리울 거에요.”

 

 

나는 그날 오후에

인수자에게 인계할 목록들을 정리했다.

시작이 항상 설레이는 만큼

마무리는 섭섭하고 아쉽다.

 

 

카페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하던 중,

훈지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훈지 씨. 쉬는 시간이에요?”

 

 

“맞아요. 세모네모!!

 오늘 밤에 우리 어디 가요.

 내일 밤까지 휴가 생겼어요.”

 

 

“정말?

 나 가고 싶은 데가 있긴 한데…”

 

 

“어디요?”

 

 

“나 거기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우리 캠핑 했던 곳이요.”

 



“아~ 거기!! 좋아요.

 그럼 거기로 가요.”

 

 

“우와… 너무 신난다!!

 마침 퇴근하고 있었는데

 그럼 가는 길에 장보고 집으로 들어갈게요.”

 

 

“나는 두세시간 정도 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오늘 밤 예약할 수 있나 확인해 볼게요.

나한테 다시 연락 없으면

예약한 걸로 알고 준비해요.”

 

 

“네~ 알겠어요.

 조금 이따 만나요. 훈지 씨.”

 

 

갑작스럽게 잡힌 여행이라

더욱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서둘러 저녁거리만 사서

집으로 향했다

필요한 짐을 쌌다.

 


지난 번 처럼 훈지 씨가 놀랄까봐

이번에는 최소한으로 짐을 챙겼다.

 

 

[10분 후에 도착해요.

 지하 주차장에서 만나요.]

 

 

나는 그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바로 가방을 챙겨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얼마 후에 훈지 씨가 벤에서 내렸다.

우리는 그의 차에 짐을 싣고

캠핑장으로 출발했다.

 



“주중이라 그런지 바로 예약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어떡해요. 나 지금 너무 설레요.”

 



훈지 씨는 귀엽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가고 싶으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요?”

 



“요새 훈지 씨가 바쁘잖아요.

 괜히 무리해서 시간 뺄 까봐…”

 



“우리 세모네모가 좋다니까

 나도 너무 행복하다.”

 

 

드디어, 캠핑지에 도착하고

우리는 저녁식사 먼저 준비했다.

 



“그래도 두 번째라 그런지

 처음보다는 우리 좀 나은 것 같죠?”

 


내가 훈지 씨한테 물었다.

 


“다음에는 우리 베테랑 되는 거 아니에요?”

 

훈지 씨가 뿌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세 번 째 올 때는 우리 완전 프로 캠퍼인 거죠?

겨울에 오고 싶은데...

여기서 같이 눈 오는 거 보고 싶어요.”

 

 

“겨울에 와서 보면 되죠!!

 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

 


훈지 씨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살다 보면 어렵지 않은 일들이

때론 이루기 힘들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고기를 굽고, 머쉬멜로우를 굽고

피망도 굽고, 버섯도 굽고

가져온 식재료를 모두 다 구웠다.

 

 

드디어

별이 쏟아지는 밤이 되고,

캠핑장은 모닥불 타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로 가득 찼다.

 

 

우리는 아무 말없이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훈지 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아 씨.

 혹시라도 집에서 계속 반대하면

 우리... 다른 나라 가서 한 2~3년 정도

 살다가 오는 건 어떨까요?”

 

 

“…”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훈지 씨가 그렇게 생각이 들면

 우리 그렇게 해요.”

 

 

“속상하죠?”

 

 

“사람 마음이란 게 다 똑 같은 거잖아요.

 속상하긴 하지만 이해는 해요.”

 

 

“내가 석 달안에 허락 받을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 이런 말 해서 미안해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훈지 씨.

 그러지 않아도 돼요.

 나는 이미 훈지 씨 말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괜찮아요.”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살며시 미소를 짓고

내 손을 맞잡았다.

 

 

“그런데 훈지 씨…

 나는 내 편인 당신이 있어서 든든한데

 훈지 씨 부모님이나 누님은 오히려

 더 쓸쓸하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훈지 씨는 모닥불을 보면서 대답했다.

 

 

“어머니, 아버지가 정아 씨의 이런 마음을

 알아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훈지 씨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아 씨 아버님께서 석 달 안에

 허락 못 받으면 정아 씨 줄 수 없다고 하셨는데…

 산 넘어 산이에요.”

 

 

“훈지 씨.

 지난 번에 내가 가족과 일 다 버리고

 나랑 다른 나라 가서 살 수 있냐고

 물어 본 거 기억해요?”

 

 

“기억나요.”

 

 

“훈지 씨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대답했던 것도?”

 

 

“그랬었나?”

 

 

“응. 훈지 씨가 부담스러울까봐

나도 생각해 본다고 했었는데...

그 때도 내 대답은 예스였어요.

나는 훈지 씨와 함께 간다면 어디든 상관없어요.”

 

 

훈지 씨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봤을 때

그의 눈은 눈물로 가득 차서 빛나고 있었다.

 

 

나는 흐르는 그의 눈물을

손으로 훔쳐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를 받아 주실 거에요.

 그러니까 울지 말아요. 훈지 공주님.

 공주님이 울면 내 마음이 찢어져요.”





"어때요? 이번엔 성공이죠?"   <95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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