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밤/ 연준 범규 팬픽] 숨겨야 할 사람

숨겨야 할 사람 5화

"...학생 부모부터 찾아가겠다."

범규는 휴대전화를 든 손을 천천히 내렸다.

문자를 읽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엄마... 아빠.'

부모님은 지방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자신 때문에 위험해질 이유가 없었다.

범규는 잠든 연준을 바라봤다.

열은 조금 내렸지만 아직 깊이 잠들어 있었다.

"...미안."

작게 중얼거린 범규는 책상 위에 메모 한 장을 남겼다.

형 덕분에 살았어요.

이제는 제가 끝낼게요.

잠시 연준을 바라보던 범규는 조용히 은신처를 나섰다.

두 시간 후.

낡은 폐공장.

범규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들고 있었다.

"왔습니다."

잠시 뒤.

수십 명의 조직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사이를 가르며 보스가 천천히 걸어왔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군."

"...약속하세요."

"뭘."

"우리 부모님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보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학생답군."

"..."

"협상이라고 생각하나?"

범규는 이를 악물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대신 형은 놔주세요."

보스는 흥미롭다는 듯 범규를 바라봤다.

"네 목숨 하나로 둘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 거냐."

"..."

"순진하군."

순간 범규의 손발이 차갑게 식었다.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

"잡아."

조직원들이 범규를 향해 달려들었다.

범규는 뒤늦게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퍽.

강한 충격에 바닥으로 쓰러졌다.

누군가 그의 양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놔..."

"얌전히 있어."

범규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힘의 차이는 너무 컸다.

보스는 범규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이제 연준만 오면 끝이군."

그 순간이었다.

탕!

공장 안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범규를 붙잡고 있던 조직원이 그대로 쓰러졌다.

"뭐야!"

"위다!"

탕! 탕!

연이어 총성이 터졌다.

2층 난간 위.

검은 코트를 걸친 남자가 권총을 겨눈 채 서 있었다.

"...형."

연준이었다.

창백한 얼굴.

붕대로 감긴 어깨.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는데도 그는 총을 들고 있었다.

보스가 비웃듯 말했다.

"올 줄 알았다."

연준은 대답 대신 총구를 보스에게 겨눴다.

"범규 놔."

"싫다면."

"죽는다."

보스는 피식 웃었다.

"누가?"

그 순간.

공장 안의 모든 총구가 연준을 향했다.

스무 명이 넘는 조직원.

혼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숫자였다.

범규는 눈물을 참으며 소리쳤다.

"형! 도망가!"

"제발!"

"나 버리고 가!"

연준은 범규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웃었다.

"싫다."

"..."

"한 번 살리기로 했으면."

그는 총을 고쳐 잡았다.

"끝까지 살린다."

순간 범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사람은.

정말 자신의 목숨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보스는 짜증 난다는 듯 손을 들었다.

"쏴."

탕!

수십 발의 총성이 동시에 울렸다.

연준은 몸을 굴리며 엄폐물 뒤로 숨었다.

총알이 콘크리트 벽을 산산조각 냈다.

탕! 탕!

연준의 총알도 정확했다.

한 발.

또 한 발.

조직원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철컥.

총이 멈췄다.

탄창이 비었다.

"...끝이군."

보스가 천천히 총을 들어 연준의 머리를 겨눴다.

범규는 온몸을 떨며 소리쳤다.

"안 돼!!"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

탕!

총성이 먼저 울렸다.

하지만 쓰러진 사람은 연준이 아니었다.

보스의 가슴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뭐?"

모든 사람이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공장 입구.

검은 승합차 여러 대가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경찰 특공대였다.

"경찰이다!"

"무기 버려!"

"전원 체포한다!"

순식간에 공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조직원들은 도망치기 시작했고 경찰은 그들을 뒤쫓았다.

혼란 속에서 연준은 범규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범규는 대답 대신 연준을 꽉 끌어안았다.

"...바보."

목소리가 잔뜩 떨렸다.

"왜 또 왔어요."

연준은 말없이 범규의 등을 토닥였다.

잠시 후.

경찰들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최연준 씨."

연준은 조용히 돌아봤다.

형사는 수갑을 꺼내 들며 말했다.

"살인 및 조직범죄 혐의로 긴급 체포하겠습니다."

범규의 얼굴이 굳었다.

"...형?"

연준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두 손을 내밀었다.

철컥.

수갑이 채워지는 소리가 공장 안에 울려 퍼졌다.

연준은 마지막으로 범규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제."

잠시 말을 멈춘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넌 안전해."

범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앞에서 가장 소중해진 사람이,

자신을 살린 대가로 모든 것을 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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