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gazzo bullo
STORIA 1



시계를 보니 아직 8시 35분. 매점 갈 시간은 충분하다. 나는 아픈 부분을 문지르며 매점에 가자고 하려고 수연을 불렀다.


최수연
“야 기달. 나 책가방 좀…! 놓고.”


매점에는 학생들이 엄청 많았다. 원래 이 시간에 사람들이 많긴 하지. 나는 뭘 고를까 고민하다 수연을 놀려주기로 결정했다.

이쪽에서 과자 2개를 가져오고, 저기로 가서 젤리 2개를 고르고, 또 저쪽으로 가서 초코우유 2개를 들고 왔다.

예상대로 수연이의 표정은 나를 죽이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내 작전은 성공이다.


최수연
“ㅇ.. 야…. 양심 어따팔아먹었어? 뒤지고 싶어…?”

정여주
“네? 양심이 뭐죠? 저는 그런 거 잘 모르는데.”


최수연
“아 진짜…. 적당히 하고 가자, 응?”

정여주
“ㅋㅋㅋㅋㅋㅋㅋ알겠어, 장난이야.”

나는 곧바로 젤리 1개, 과자 2개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물론 초코우유는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난 초코우유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거든.


최수연
“…초코우유 2개, 젤리 하나?”

정여주
“응. 제발 부탁이야. 내가 초코우유 제일 좋아하는 거 알잖아! ㅠ”


최수연
“하… 알겠어. 이것만 사준다.”

정여주
“그래그래. 잘 생각했어, 내 친구야.”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섰다. 오늘따라 학생들이 많은지 시간은 벌써 45분이 다 되어간다.

정여주
“야, 우리 지각하면 어떡함.”


최수연
“뭘 어떡해. 네가 잘 말씀드려야지. 제가 수연이의 돈을 이용해 매점을 다녀왔습니다. 수연이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 억지로 수연이를 끌고 와 매점을 털었습니다.라고 해야지.”

정여주
“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도 참 웃긴 아이라니깐.


수업 시작 시간은 9시, 지금 시각은 8시 50분, 우리는 계산을 끝내고 재빠르게 교실로 올라갔다. 하필 2학년이 4층이라 이번 생을 마감할 정도로 힘들었다.

아, 계산한 값은 모두 4500원이 나왔다. 수연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기다린 시간이 5분 정도 되니, 1분당 900원꼴이니 나쁘지는 않다. 물론 수연이는 운다. 미안해….


드르륵, 반에 들어오니 다행히 시간은 8시 56분. 지각은 면했지만 생각해 보니 국어 숙제를 안 했다.

정여주
“…야 수연아.”


최수연
“어. 왜.”

정여주
“너 국어 숙제했냐.”


최수연
“아니, 안 했는데.”

정여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렇지 않네?”

내가 웃자 수연이는 공부는 포기했다는 눈빛을 나에게 보내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 쟤는 포기했으니까 괜찮겠지만 나는 포기 안 했는데….

하필 국어가 1교시라 숙제를 지금 할 시간도 없을 테고, 그냥 오늘은 나도 같이 포기하기로 했다.


결국 선생님께 혼났다.



쉬는 시간 종이 치고 나는 바로 수연이의 옆자리로 가서 약오르게 하려고 젤리를 하나 집어먹었다.


최수연
“야. 양심적으로 하나 줘라.”

정여주
“양심이 뭐냐니깐? 난 그런 거 잘 모른다고.”


최수연
“…그럼.”

‘그럼’이라는 말과 함께 수연이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나를 불안하게 했고, 불길한 예감이 들게 했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맞는다는 말이 있었나.


최수연
“그럼 내가 가져가야지~ㅋㅋㅋㅋㅋㅋㅋ”

정여주
“어? 야!!!”



저렇게 도망가면서 내 젤리를 얼마나 먹을지 모르기에 나는 무작정 최수연을 쫓아갔다. 내놓으라고 소리를 질러도 돌아오는 답은 웃음뿐, 멈출 생각을 안 하고 계속해서 도망쳤다.

복도에서 뛰면 왜 안되냐면 나 같은 일이 발생하거든. 나는 최수연만 보고 뛰다가 코너에서 어떤 사람과 부딪혀버렸다.

“아…!!”

정여주
“아! 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몇 학년이야?”

정여주
“2학년이요. 죄송해요….”


김석진
“복도에서 뛰어도 되는 거야?”

어이쿠. 초면에 반말하는 행동과 풍겨 나오는 아우라를 보니 이분은 우리 학교 3학년 선배이자 선도부 임원인 것 같았다. 나는 정말 큰일 났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제 나는 찍힌 건가.

정여주
“아니요…죄송해요. 다음부터는 복도에서 안 뛸게요..”

그런데…왜 이렇게 잘생기셨지. 우리 학교에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던가.

나와 부딪힌 선배는 이번만 봐준다며 다음부터는 복도에서 뛰면 절대 안 된다고만 하시고 가셨다. 그런데 너무 잘생기신 거 같았다. 나는 어느새 수연이를 잊어버리고 다시 반으로 향했다.

다시 반에 돌아왔을 때에는, 수연이가 먼저 와있었다.

정여주
“야. 최수염.”


최수연
“아 수염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정여주
“나…이상형을 본 거 같아.”

그렇다. 아까 그 선배는 완벽한 내 이상형이었다.

올려다볼 정도의 큰 키에, 교복 핏이 미쳤고, 순둥순둥해보이고 성격도 다정해 보였다. 아, 목소리도 정말 좋았다. 나는 이 선배를 내 찜콩 이상형님으로 부르기로 했다.

정여주
“내 찜콩 이상형님이야. 네 덕분에 내 이상형을 만났어. 정말 고마워, 내 친구야.”


최수연
“그럼 매점 쏘셈.”

아 진짜 꼭 이렇게 감동을 깬다니깐, 얘는.

길고 긴 5개 교시의 수업이 끝나고 마침내 점심시간이 되었다. 우리 반은 2반이라서 항상 일찍 먹는데 난 그 점이 너무 좋은 거 같다.

정여주
“야야야야 빨리 가자. 빨리빨리빨리빨리.”


최수연
“아 좀 기다려봐…됐어! 가자.”

한참 떠들면서 급식실로 내려와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 근데 내 눈에 보이는 저 급식지도하는 사람이 왠지 익숙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내 찜콩 이상형님….

정여주
“야야, 저기 내 찜콩 이상형님이 급식지도하고 계심.”


최수연
“뭐? 어디 어디.”

나는 수연이가 내 찜콩 이상형님을 볼 수 있게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알려줬다. 수연이는 그분을 보자마자 무슨 저리 잘생긴 사람이 우리 학교에 있었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괜히 알려줬나 생각할 만큼.


최수연
“네가 보는 눈이 있긴 있구나, 여주야.”

정여주
“어 그래~.”


드디어 내 차례이다. 나는 표정으로는 티가 안 났지만 마음속이 요동을 치면서 심장은 나대고 있었다.


김석진
“어? 아까 본 학생이네.”

정여주
“어…네! 감사합니다.”


김석진
“그래. 맛있게 먹어.”

나를 기억해 주다니. 이렇게 감격적인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생각하며 기분 좋게 밥을 받을 수 있었다.

아, 내가 아까 복도에서 뛰면 안 되는 이유를 말했었나.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복도에서 뛰어야 이렇게 멋진 이상형도 만나지.


“야 오늘 급식 개 맛있지 않았음?”

“인정. 나 오늘 오랜만에 다 먹었어.”

우리 둘만 모이면 수다가 끝나질 않아서 복도 산책을 하기에 딱 적합한 것 같아 남은 점심시간 동안 수연이와 함께 복도 산책을 했다.

그런데 저 앞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데 어, 점점 나한테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착각일까. 어어…계속 나에게 온다.

“자 이거.”

엥. 이 사람이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초코우유. 갑자기 왜 주는 거지 의문이 들 때 아, 혹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일까 생각해 본다.


전정국
“아침 일은 미안.”

역시 그랬군.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일단 초코우유를 받았다. 면전에 대놓고 안 받아서 망신을 주고 싶지는 않았으니깐.

정여주
“어, 고마워. 잘 먹을게….”

그는 나에게 초코우유 하나만 주고 그냥 쌩 가버렸다. 이럴 거면 왜 준 거야.


최수연
“오, 야. 대박.”

정여주
“왜.”

그가 지나가자 수연이가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최수연
"네가 초코우유 제일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대.”

정여주
“몰라. 그냥 초코우유가 보였나 보지.”

뭐 아무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초코우유 줘서 고마웠다. 그래도 우리는 여기서 끝, 더 이상은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다.


최수연
“근데, 쟤 좀 잘생겼다.”

정여주
“엥.”


최수연
“너 얼굴 제대로 못 봤지? 잘생겼더만."

정여주
“아니거든? 제대로 봤거든? 나한테 잘생긴 사람은 찜콩 이상형님밖에 없어.”


“너 초코우유 많다?”

“응. 3개나 있네.”

“하나만 줘.”

“꺼져 시금치야.”

“뭐??!”



정말 여기서 끝이길 바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