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il dolore ha una previsi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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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래요. 마음대로 해요.

윤여주
작가님, 진짜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해요?


김석진
뭐가요?

윤여주
아니, 안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왜 갑자기 무뚝뚝해진 거예요? 그렇게까지 철벽 칠 필요는 없잖아요.


김석진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됐어요.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윤여주
작가님.


김석진
네···?

윤여주
정말 나 안 좋아해요? 진심이에요?


김석진
···네.

윤여주
괜찮아요. 내가 작가님 마음 다시 돌려놓을 수 있으니까.


김석진
후··· 그래요. 저 잠깐 화장실 좀.

작가님은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피했다. 짝사랑 다시 해보기로 마음먹은 지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힘든 거 같다. 역시 짝사랑은 할 게 못 되나···.

작가님이 가고, 가장 큰 그림인, ‘신호등, 그리고 첫사랑의 시작’을 가만히 넋 놓고 보았다. 나도 저 때가 참 좋았다. 짧은 순간이지만, 작가님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날이니까.

나의 마음에는 지금 수도 없이 비가 내리고 어두운데 그때처럼 작가님은 이제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지 않는다.

G
저기요?!

윤여주
네? 아, 죄송합니다. 부르셨어요?

G
네, 김석진 작가님 어디 가면 뵐 수 있을까요? 오늘 계신다고 들었는데.

윤여주
작가님이요? 어··· 잠시만요.

윤여주
김 큐레이터 혹시 작가님 어디로 갔는지 봤어?


김태형 큐레이터
작가님이요? 글쎄요···. 화장실에서 나오는 건 봤는데 그 뒤로는 못 봤어요.

G
아, 지금 없으시면 괜찮아요. 감사해요.

윤여주
아, 네···.

작가님은 금세 어디로 가신 건지 도통 보이지를 않았다. 있어야 할 곳은 다 찾아봤는데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집에 가신 듯하여 찾는 것을 포기하였다.

···


김태형 큐레이터
작가님은 어떻게 됐어요?

윤여주
못 찾았어. 그냥 가셨나 봐.


김태형 큐레이터
아··· 무슨 일 있으셨나.

윤여주
암튼 오늘 고생했어. 들어가 봐.


김태형 큐레이터
네, 큐레이터님도 얼른 들어가세요. 저녁부터 비 온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하늘이 흐리네요.

윤여주
그래? 우산 안 가져왔는데···.


김태형 큐레이터
그럼 차로 같이 가요.

윤여주
야, 됐어. 얼른 가.


김태형 큐레이터
알겠어요. 그럼 얼른 들어가세요. 내일 봬요.

윤여주
그래.

···

요즘 들어 집에서 나오기 전에 날씨를 항상 체크하던 나였는데, 오늘은 얼굴 부기 뺀다고 정신이 없었다. 비 오기 전에 얼른 가려고 로비로 가던 중 밖을 보니 이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윤여주
아··· 진짜 비 오네.


김석진
우산도 안 챙겨온 거예요?

방법이 없어서 그냥 뛰어가려고 하던 중 작가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깜짝 놀라 멈춰서고 뒤를 돌아보니 역시 작가님이었다.

윤여주
작가님···? 왜 여기 계세요? 가신 거 아니었어요?


김석진
네.

윤여주
그러면 지금까지 어디 계셨어요?


김석진
아까 큐레이터님이 계신 곳이요.

윤여주
어디··· 설마 그 조각상 전시실에 계신 거예요?


김석진
네, 아까 잠깐 봤을 때 조각상이 눈에 띄어서 이끌렸어요.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인 거 같은데 들어가서 죄송해요. 그냥 앉아서 생각 정리 좀 하고 바로 나간다는 게 깜빡 잠이 들어 버려서···.

윤여주
진짜 계속 잠들어 있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무슨 생각 정리 할 게 그렇게 있다고···.


김석진
그··· 데려다줄게요.

윤여주
···됐어요. 정류장 바로 앞이니까.


김석진
그냥 타요. 차 빼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요.

윤여주
···알겠어요.

곧 차 한 대가 미술관 앞에 멈춰 섰고, 작가님이 우산을 쓰고 차에서 내렸다. 솔직하게 좀 설렜다. 고등학교 때 비 오는 날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이 심장이 더욱 뛰기는 했다.


김석진
가요.

차에 탄 우리는 무척 어색했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던 그때 작가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김석진
벨트 안 매요?

윤여주
아, 매야죠.


김석진
그··· 조각상 말이에요.

윤여주
네? 아··· 네.


김석진
안 쓰는 전시실 같던데 그 조각상은 뭔지 여쭤봐도 돼요?

윤여주
작가님이 알아서 뭐 하게요.


김석진
네? 아··· 그렇죠. 제가 괜한 걸···.

윤여주
장난이에요. 조각상이 마음에 드셨나 봐요?


김석진
그러게요. 저도 모르게 좀 끌렸나 봐요. 전시실에 또 들어간 걸 보면···.

윤여주
사실 그 조각상 버려진 거예요. 진작에 철거돼야 했었는데 제가 미술관으로 데려온 거예요. 아, 참고로 조각상 넘보지 마세요. 제 친구니까.


김석진
네···?

윤여주
그 전시실은 제가 답답할 때마다 가는 곳이에요. 제 아지트라고요. 작가님도 마음대로 침범했으니까 저도 침범해도 되죠?


김석진
어딜요?

마침 신호가 걸렸고, 작가님은 나를 보았다. 그리고 난 작가님에게 입을 맞추려 다가갔다. 하지만 작가님은 놀라 바로 몸을 뒤로 뺐다.


김석진
ㅇ, 여기죠. 다 왔어요. 기다려요, 우산 씌워줄 테니까.

윤여주
됐어요. 미안해요···, 멋대로 행동해서.

신호가 바뀌자마자 작가님은 내 집 앞에 섰고, 작가님이 먼저 내리기 전에 난 차에서 바로 내려서 뛰어갔다. 작가님 차를 타고 와서 다행히 비를 안 맞고 왔지만, 결국 끝은 비를 맞게 되었다.

진짜 이제는 지쳤다. 좀 다시 가까워질 만하면 다시 멀어지고 우리의 관계는 도돌이표나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작가님에게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MEY메이
다음 편은 아마 다음 주에 올라갈 거 같아요. 다들 설 잘 보내세요! 오늘도 보러와 주셔서 감사해요. 손팅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