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il dolore ha una previsi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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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준비 다 했어요?

윤여주
네! 나가요!


김석진
기분 좋아요?

윤여주
그럼요. 우리 첫 데이트잖아요. 전 너무 좋은데요?


김석진
저도요. 나갈까요?

윤여주
네!

나오자마자 난 바로 작가님 팔짱을 살며시 꼈다. 작가님은 놀라면서도 또 금방 받아들였다. 행복이란 거 별거 없다고 생각한 건 너무나 큰 실수였다.

윤여주
어, 학교 문 잠겼어요···.


김석진
그러네요···. 주말이라 잠겨있나 봐요.

윤여주
아쉽다···. 어쩔 수 없죠. 우리 다른 데 가요.


김석진
어디 갈까요?

윤여주
음···.

B
김석진···?

누군가 작가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보니까 우리 또래 돼 보이는 게 작가님 친구인 것 같았다. 작가님은 얼굴을 못 알아볼 테니까 내가 대신 작가님에게 전해줬다.

윤여주
작가님, 작가님 친구인 거 같은데.

B
야, 너 나 기억 안 나? 작가님이면, 너 뭐 미술작가라도 됐냐? 그림만 처박혀서 그리더만.

윤여주
저기요. 말을 너무 심하게 하시는 거 아니에요? 작가님 친구인 줄 알았는데 아니죠?

B
말을 심하게 한다니요. 맞는 말만 한 건데. 그러는 그쪽은 누구시죠? 저 석진이 친구 맞고, 석진이랑 할 말이 있는데.

윤여주
작가님, 그냥 가요.

B
아니, 저기요! 나 얘랑 할 말 있다고요. 예쁘게 생겨서 건드리고 싶지 않으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빠져요. 응?

윤여주
허, 진짜.


김석진
잠깐만, 얘기 좀 하고 갈게요. 조금만 기다려 줘요.

윤여주
아니, 뭔 얘기를 해요.

작가님은 나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괜찮다고, 빨리 가겠다고. 일단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빠졌다.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아 보였는데 작가님이 괜찮다고 한 거니까 우선 빠졌다.

···

B
넌 뭔데 여기가 어디라고 오냐?


김석진
넌 아직도 그렇게 사냐?

B
뭐···? ㅋㅋㅋ 다 컸네. 대들기도 하고.


김석진
결혼은 했냐? 네가 아직도 이렇게 사는데 여자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B
이게 미X나. 야, 너 또 맞고 싶구나.

윤여주
야!!! 너 작가님이 유명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너 작가님한테 손 하나라도 까딱하면,

B
까딱하면. 까딱하면 어쩔 건데. 이 새X가 유명하다고? 웃기지 마.



김석진
야.

이 남자가 나에게 손을 대려고 할 때, 작가님이 막아 세우고는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도 낮게 깔았다. 작가님에게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김석진
건들지 마.

B
놀고들 있네, 진짜. 야, 너 나중에 보자. 웃겨서 못 놀아주겠네. 시X.

그러고는 그 남자는 욕을 내뱉고는 돌아갔다. 그때 갑자기 생각났다. 작가님에게는 학교가 지옥이었다는 것을. 그러면, 작가님이 고등학교 때 따돌림을 당했고 그래서 숨어 살았다면. 그러면 왜 작가님이 학교에서 유령이었는지 맞아떨어지기는 한다.

윤여주
작가님··· 괜찮아요?


김석진
괜찮아요. 큐레이터님은 다친 곳 없어요? 미안해요. 왜 나섰어요. 다칠 뻔했잖아요.

윤여주
왜 작가님이 미안해요. 내가 미안하지. 진짜 미안해요. 학교 오자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김석진
그냥··· 집에 가서 얘기할까요?

우리는 다시 작가님 집으로 향했다. 오는 내내 나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안 그래도 고등학교 기억을 떠올리기 싫을 텐데 나 때문에 작가님이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린 거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윤여주
진짜··· 내가 너무 미안해요.

집에 오자마자 난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 남발했다. 그랬더니 작가님이 나를 소파에 앉히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석진
큐레이터님이 미안할 일 아니니까 미안하다고 하지 말아요. 그럼 내가 더 미안해지니까.

윤여주
그냥 한 대 쳐버릴 걸 그랬어요.


김석진
에이- 내 일이니까 나서지 말아요. 그··· 고등학교 시절이 제게 지옥이었다는 말 기억해요?

윤여주
기억해요···. 진짜 모르고 있었어요. 일부러 가자고 한 거 아니에요.


김석진
알아요. 저는 고등학교 때 왕따였어요. 그냥 맨날 그림만 그리니까 꼴 보기 싫었나 봐요. 그렇게 정확한 이유도 모르고 그냥 맞았죠.

윤여주
그런데 왜 작가님은 가만히 있었어요?


김석진
그냥 시끄러워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나만 맞고 끝나면 다니까. 어차피 상대도 안 됐고요.

윤여주
······.


김석진
엇···.

나는 작가님을 끌어안았다. 상상됐다. 그때 그 시절, 작가님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왕따라는 게 얼마나 외롭고, 아프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지도 않을 텐데.


김석진
왜, 그래요···.

윤여주
많이 힘들었죠···. 흡···.


김석진
울어요?! 왜 울어요.

윤여주
진짜 미안해요. 그리고 작가님도 가기 싫은 곳은 가기 싫다고 말해요. 그냥 다 좋다고만 하지 말고.


김석진
가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전 상관없어요. 그때와 저는 이제 다르니까.

윤여주
상황이 달라졌어도 작가님은 아무것도 못해요. 이제 작가님 유명해져서 함부로 때리지도 못한다고요. 작가님이 때리지는 않겠지만.


김석진
알겠어요. 그만해요. 우리 데이트잖아요. 학교는 못 가서 아쉽지만, 집 데이트도 괜찮죠?

윤여주
···네. 당연하죠, 작가님이랑 함께면 다 좋아요···.


김석진
그러면 좀 웃어요. 고마워요, 아까 내 편 들어줘서.

윤여주
그건 편이 아니죠. 그 새X는 좀 맞아야 해.

윤여주
···왜요. 왜 그렇게 쳐다봐요···.


김석진
좋아서···.

윤여주
치- 뭐가 좋아.


김석진
그때나 지금이나 내 편은 오로지 큐레이터님뿐이었어요. 나의 빛이 되어준 사람이에요, 당신은.

윤여주
뭐야···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좋잖아요.


김석진
고마워요. 정말.

나는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나눠서 지금처럼 이겨내면 된다.

그러나 작가님은 나와 반대이다. 슬픔은 나누지 않으려 하고, 슬픈 사람이 둘이 된다고 생각할 거다. 추측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작가님은 분명 그럴 것이다.


김석진
안아줄까요?

윤여주
뭐야··· 작가님이 먼저 나 안아주는 거예요?


김석진
네, 안아주고 싶어요.

윤여주
안아줘요.

행복하다. 그렇지만, 너무 행복하면 불안해진다. 불행이 다시 찾아올까 봐. 그 누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지언정 난 절대 작가님을 놓치지 않을 거다.

[ 다음 날, 미술관 ]


김태형 큐레이터
큐레이터님, 주말에 좋은 일 있었나 봐요.

윤여주
왜?


김태형 큐레이터
표정이 밝아졌어요. 그런 김에 소개팅해 보지 않으실래요?

윤여주
어···?


김태형 큐레이터
아는 선배가 소개팅 원해서 큐레이터님만 괜찮다면 소개해 주고 싶은데.

윤여주
괜찮아.


김태형 큐레이터
왜요. 한 번 해보세요. 괜찮은 사람이에요. 저 소개팅 자리 잘 안 만들어줘요. 그만큼 괜찮은 사람이에요.

윤여주
아니···, 나 작가님이랑 썸탄다고···.


김태형 큐레이터
네? 김석진 작가님이요?

윤여주
응.


김태형 큐레이터
아··· 잘됐네요. 그래도··· 나중에라도 생각 있으면 말해요.

윤여주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알겠어.

난 어차피 작가님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이라 외모는 어떤지, 뭐 하는 사람인지조차 물어보지 않았다. 나의 관심은 오로지 작가님뿐이니까.


김태형 큐레이터
📞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 김태형 큐레이터예요. 괜찮으시면 오늘 저녁에 잠깐 차라도 한잔하실래요? 작가님 팬이 작가님께 전달해 달라는 것도 있어서 겸사겸사요.


MEY메이
어제 못 와서 분량 더 챙겨왔지요~ 오늘도 보러와 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