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rimonio B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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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미안해요. 오늘 일.

어색하게 제 할일만 하며 시간만 보낸 두 사람. 작업실 바깥으로 나오자, 이미 해는 져버린지 오래라, 보이는 건 작업실 앞 빌딩에 켜 진 불 빛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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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니에요. 이해해요.

정면만을 응시하던 지민. 어깨에 맨 핸드백 끈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다가, 정면을 응시하던 지민을 향해 돌리고는 옅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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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라도 괴로웠을 것 같아. 아무말도 못 하고 떠나버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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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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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 하지말라구요.

인연이 있으면 첫 사랑_ 다시 만날 테니까. 웃으며 기분을 풀어보려 내게 위로하는 그녀. 난 그런 여주의 앞에 서서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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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제, 안 힘들어요. 용서 받은 기분이거든.

다른 사람이 보면 자만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확신이 섰다. 나중에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을 때, 용서해 줄지도 모른다는, 그런_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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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집에 데려다 줄게요.

주머니에 넣어둔 차키를 꺼내자. 다급하게 내 손을 붙잡는 여주에 왜 그러냐고 묻자,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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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데려다 주시는 건 고맙긴 한데.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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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오늘은?.

그게, 친구가 데리러 온데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등 뒤로 여주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왠지 모르게 익숙한 목소리인 것 같은데. 고개를 돌리려던 그 순간. 여주의 입 밖에서 나오는 이름 세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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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전정국?.

전정국이라고?. 깜짝 놀라 뒤를 휙- 하고 돌아보니, 정말로 전정국이였다. 20년 전이랑 지금 얼굴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틀림없는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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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 시간 맞춰서 나오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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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전정국?.

점퍼에 손을 넣은채 여주를 바라보던 시선이 나에게도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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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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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박지민?.

너는 날 알아봤구나. 하는 심적 안도감이 들으려던 그 순간. 정국이의 낯빛은 점점 어두워지더니, 급기야 핏줄 선 손으로 멱살을 휘어잡았다.

덥석,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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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하는 거야!.

갑작스럽게 험학해진 분위기에 나와 정국이를 갈라놓으려던 여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국이는 내 멱살을 놓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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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갑자기 떠날 땐 언제고, 이제와서 나타난 저의가 뭐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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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아무말도 못한채 침묵만을 유지하던 그때. 결국에 멱살에서 떨어진 정국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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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전정국. 이게 무슨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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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김여주. 너 혹시, 너 박지민… 기억하고 있던거야?.

정국의 물음과는 다르게 박지민?, 그게 누군데?. 라고 반응하던 여주. 그 말을들은 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기억하고 있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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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기억 못 했으면 됐어. 따라와. 나랑 집으로 돌아가.

손목을 잡고 제 쪽으로 당기는 정국에, 다급히 여주의 손목을 붙잡고 정국을 향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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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기억을 못 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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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 손 놔. 이번엔 진짜로 주먹 나갈 것 같으니까.

나도 들을 이유 있어!. 정국은 깊게 한 숨을 쉬어보이더니, 여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여주부터 데려다주고. 그쪽이 너한테도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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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니, 지금 두 사람… 날 두고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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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전정국이랑, 디자이너님은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그리고 기억은 무슨 말이고…

정국의 말에 여주의 손목을 놓은 난, 혼란스러워 하는 여주에게 자연스레 웃어보이며 어깨를 쓸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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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설명 듣고 나중에 얘기 해줄게요. 그러니 일단 집으로 돌아가 있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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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디자이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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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가자, 김여주.

끌려가다싶이 가버린 여주의 등을 바라보다, 이미 가버리고 없는 길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한참 동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두운 골목길에 듬성듬성하게 있는 가로등 아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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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전정국, 너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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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무슨 소리야?.

숨기는 거 있잖아. 정국이를 미간을 찌푸린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표정은 여전히, 얘기 할 생각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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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냥 기억 안 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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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기억을 하지말라니. 무슨 소리냐ㄱ,

덥석, ㅡ

갑자기 끌어안는 정국에 속절없이 안겨버리버린 상황에, 가슴팍에 손으로 밀어내었는데. 꼼짝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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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니, 진짜… 왜 이러는데!. 설명을 해야, 알아먹지…!!

“불안해서 그래…”

“너한테 내가 또, 두 번째가 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