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지막 화만 보고 잔다…”
이미 새벽 세 시였다.
눈은 반쯤 감겨 있는데, 손은 자동으로 다음 화를 눌렀다.
익숙한 오프닝이 흘러나오고,
나는 베개를 끌어안은 채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리고—
“하… 진짜 미쳤다…”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도 내 최애는 완벽했다.
말투,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다 취향이었다.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현실에서 만나냐고.
“한 번만… 진짜 한 번만 실제로 보면 소원이 없겠다…”
헛웃음이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 나도 안다.
그래서 더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었다.
“보고 싶다, 고세구…”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그대로 잠들었다.
—
“…여기 어디야?”
낯선 목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어?”
천장이 보였다.
내 방이다.
근데—
“…어어?”
내 시선이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멈췄다.
“……뭐야.”
심장이 이상하게 한 박자 늦게 뛰었다.
침대 옆, 바닥 위에
누군가 서 있었다.
긴 머리. 낯선 옷.
그리고—
“…잠깐만.”
나는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야,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
아니, 이해하기 싫었다.
“너… 너 그 얼굴…”
그 애가 나를 바라봤다.
처음 보는 눈인데,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았다.
오히려—
“왜 그렇게 쳐다봐?”
그 목소리.
그 말투.
그 분위기.
“…미쳤나.”
내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야… 이거 꿈이지?”
손으로 내 뺨을 세게 꼬집었다.
아프다.
개아프다.
“…왜 안 깨.”
다시 그 애를 봤다.
여전히 거기 있었다.
나를 보면서,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여기… 네 집이야?”
“…어.”
대답이 자동으로 나왔다.
머리는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
“그럼… 나 왜 여기 있어?”
“그걸 내가 묻고 싶거든?”
순간, 둘 다 말이 끊겼다.
정적.
이상하게 현실감이 없었다.
아니, 너무 현실이라서 더 이상했다.
나는 천천히, 정말 천천히 그 애에게 다가갔다.
“…잠깐만.”
눈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툭.
손으로 그 애의 볼을 건드렸다.
“……”
따뜻했다.
진짜였다.
“…야.”
내가 작게 말했다.
“너… 이름 뭐야.”
그 애가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고세구.”
그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하.”
웃음이 나왔다.
헛웃음.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만 나오는 그거.
“와, 미치겠네 진짜…”
나는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야.”
고세구가 나를 불렀다.
“…응?”
“너, 나 알아?”
그 질문에
나는 잠깐 말을 멈췄다.
뭐라고 해야 하지.
‘내 최애야’라고 말하면—
이상하겠지.
“…어.”
그래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고세구가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뭔가를 읽으려는 눈이었다.
“어디서?”
“…그건…”
말이 막혔다.
애니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모른다고 하기도 이상했다.
“…되게 오래 봤어.”
결국 그렇게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니까.
고세구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뭐가.”
“난 널 처음 보는데.”
또 한 번, 공기가 멈췄다.
이번엔 아까보다 더 길게.
그리고 더 무겁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애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서로를 보고만 있었다.
처음 보는 사이처럼.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상황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배고파.”
고세구가 갑자기 말했다.
“…뭐?”
“배고프다고.”
나는 몇 초 멍하니 있다가, 피식 웃었다.
“와, 진짜 현실이네…”
“뭐가.”
“아니야. 일단 밥부터 먹자.”
나는 부엌 쪽을 가리켰다.
고세구는 잠깐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이—
너무, 현실 같아서.
나는 잠깐 멈춰 섰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거… 언제까지지?’
—
그날 밤,
나는 거의 잠들지 못했다.
고세구는 내 방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고,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숨소리가 들렸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
그 애가.
“……”
눈을 감았다가 떴다.
여전히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때—
“야.”
작게 부르는 소리.
“…응?”
“나…”
고세구가 말했다.
“…돌아가야 하는 거야?”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질문이 왜 이렇게 무겁게 들리는지,
이해가 안 됐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