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었다.
“…일어났어?”
눈을 뜨자마자 들린 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굳었다.
잠깐.
어제—
“…하.”
기억이 돌아오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꿈이 아니었다.
진짜로,
고세구가 내 집에 있었다.
“…왜 그렇게 봐.”
“아니… 그냥.”
나는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몸을 일으켰다.
“진짜네.”
“뭐가.”
“네가.”
고세구는 이해 못 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봤다.
“…이상한 애네.”
“맞아. 나 좀 이상함.”
피식 웃었다.
이 상황에서 정상인 사람이 어딨냐.
—
밥을 먹고,
같이 앉아 TV를 보고,
별것 아닌 얘기를 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이거 재밌네.”
“그치.”
“너 맨날 이런 거 보고 살았어?”
“…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제 좀 다르게 보이네.”
“왜?”
“…그냥.”
말을 흐렸다.
네가 옆에 있으니까, 라고는 못 하겠어서.
—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흘러서,
오히려 더 불안했다.
“…야.”
고세구가 나를 불렀다.
“응.”
“어제 말한 거.”
“…뭐.”
“나 돌아가는 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세구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방법, 찾았어?”
“…어.”
짧게 대답했다.
사실, 찾은 건 아니었다.
알게 된 거였다.
—
“오늘 밤이래.”
“…뭐?”
“오늘 밤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돌아간대.”
“…그걸 어떻게 알아.”
“모르겠어. 그냥—”
나는 잠깐 말을 멈췄다.
“…느껴져.”
고세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보고 있었다.
이상하게, 웃지도 않았다.
“그럼… 가야 되는 거네.”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말이 이상하게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어.”
“넌?”
“…뭐가.”
“괜찮아?”
나는 웃었다.
“…괜찮겠냐.”
고세구가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그럼 오늘 뭐 할래?”
내가 먼저 말했다.
괜히.
이상한 공기 계속 두기 싫어서.
“…평소처럼.”
“평소처럼?”
“응.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나는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그냥 걷고,
아무 데나 들어가서 밥 먹고,
의미 없는 얘기 했다.
웃기도 했다.
진짜로.
근데 이상하게,
자꾸 눈에 들어왔다.
걷다가 스치는 손,
말하다 멈추는 순간,
아무 말 없이 나를 보는 눈.
전부 다—
처음 보는 게 아닌 것처럼 익숙해져 있었다.
“야.”
“…응.”
“나 궁금한 거 있어.”
“뭔데.”
고세구가 나를 바라봤다.
“…넌 나 왜 알아?”
나는 걸음을 멈췄다.
“…아까 말했잖아.”
“오래 봤다고.”
“그게 다야?”
“…어.”
고세구는 잠깐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럼 너.”
조용히 말했다.
“…나 좋아해?”
숨이 멈춘 것 같았다.
대답이 바로 안 나왔다.
너무 쉽게 물어봐서 더.
“…야.”
“응.”
“그거, 캐릭터라서야?”
그 순간,
머릿속이 확 정리됐다.
아.
이게—
이런 거구나.
“…아니.”
나는 바로 말했다.
고세구 눈이 살짝 흔들렸다.
“이제는 아니야.”
말해버리고 나니까,
이상하게 후련했다.
그리고 동시에,
더 무거워졌다.
—
밤이 됐다.
시간이 다 됐다.
아무 말도 없이,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여기서야?”
“응.”
“이제… 가면 되는 거지.”
“…어.”
또 짧은 대답.
이번엔 웃지도 못했다.
정적.
너무 조용했다.
“야.”
“…응.”
“나 가면—”
고세구가 말했다.
“…넌 나 잊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절대 안 잊어.”
고세구가 웃었다.
처음 보는,
근데 제일 익숙한 표정으로.
“다행이다.”
그 순간,
빛이 살짝 번졌다.
아주 약하게.
“…야.”
“응.”
“…고세구.”
이름을 불렀다.
마지막일 것 같아서.
“왜.”
“…고마워.”
고세구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도.”
작게 말했다.
다음 순간,
그 애는 사라졌다.
아무 소리도 없이.
아무 흔적도 없이.
“…하.”
숨이 새어 나왔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르겠는 소리.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보면서.
그리고,
천천히 핸드폰을 꺼냈다.
익숙하게,
항상 보던 그 화면을 켰다.
영상이 재생됐다.
그 애가 있었다.
늘 보던 모습 그대로.
“…이상하네.”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분명 똑같은데,
전혀 같지 않았다.
“이제야 알겠다.”
나는 화면을 보며 말했다.
“나는 캐릭터를 좋아한 게 아니라—”
잠깐 멈췄다.
“…너를 좋아했던 거네.”
화면 속 고세구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