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みにも予報があれ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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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그 작가님 성함은 김석진 작가님이셔. 내년 전시 진행하기로 했고, 7전시실 예정이야.


김태형 큐레이터
7전시실이요? 그곳 윤 큐레이터님이 아끼는 곳이잖아요.

윤여주
작가님도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 나도 작가님 전시 여기서 진행하고 싶었거든. 작품 공간도 괜찮고.


김태형 큐레이터
그럼, 그 방향으로 짜볼게요.

윤여주
그래, 작가님 미팅은 나 혼자 갈게. 전시할 작품 보고 7전시실 괜찮으면 그때 다큐 찍으러 가자.


김태형 큐레이터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혼자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뭐 도울 거라도···

윤여주
무리가 아니라 방해하지 말라는 거야. 난 작가님의 오랜 팬이라고.


김태형 큐레이터
아ㅋㅋㅋ 그래도 혼자 너무 고생하시는데. 최대한 전시 작업에 다 쏟아붓겠습니다.

윤여주
그래. 아, 작가님 안면인식장애 있으셔. 사람 얼굴 인식을 못해. 참고하고. 이상 회의 끝.


김태형 큐레이터
정말요? 관장님도 알고 있으세요?

윤여주
응.


김태형 큐레이터
아··· 알겠습니다. 어시 큐레이터한테는 제가 잘 전달할게요.

무리, 방해 전부 거짓말이다. 심적으로도 힘든데 무리하는 거 맞고, 방해 그거 그냥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작가님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나만의 문제니까. 나만 아프면 된다고 생각한다.

윤여주
관장님, 전시 기획서입니다.


김남준 관장
7전시실이라···. 그래, 이대로 진행해 봐.

윤여주
정말요?!


김남준 관장
왜 그래?

윤여주
아, 아닙니다!


김남준 관장
그리고··· 잘했다.

윤여주
네?


김남준 관장
잘했다고. 김석진 작가님은 어떻게 알게 됐어?

윤여주
아··· 좀 예전에 알게 된 작가님인데··· 그때부터 제가 작가님 작품을 좋아했거든요. 제 유일한 안식처였달까.


김남준 관장
역시 윤 큐레이터 보는 안목은 남달라?

윤여주
관장님··· 어디 떠나시는 거 아니죠?


김남준 관장
응? 왜?

윤여주
아니··· 좀 달라지신 거 같아서요.


김남준 관장
어디가.

윤여주
좀 친절해지셨다고요. 원래 대놓고 칭찬 같은 거 잘 안 하시잖아요.


김남준 관장
그래서. 그동안 칭찬 안 해서 서운했던 거야?

윤여주
아니요···. 뭐 서운한 건 아닌데···.


김남준 관장
전시 잘 진행해 봐. 이번에도 잘될 거 같다. 무명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윤여주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나가볼게요.


김남준 관장
그래.

관장님한테 이렇게 넘치게 칭찬받은 적은 처음이다. 드디어 인정받은 느낌이라 너무 좋긴 했지만, 오히려 얼떨떨한 게 더 컸다.

윤여주
안녕하세요, 작가님.


김석진
오셨어요?

윤여주
오늘은 뭔가 좀 다른 느낌이네요.


김석진
네? 뭐가요?

윤여주
아니에요. 작품 좀 볼 수 있을까요?


김석진
네, 그럼요.

오늘 작가님 집에 올 때는 그냥 좀 털어놓고 왔다. 오늘은 절대 울지 않을 거고, 옛날 생각도 하지 않을 거다.

그런데 딱 작가님 집 현관문이 열리고 작가님의 모습이 심상치 않게 잘생겼다. 그저 만만히 지나갈 하루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슬프게 했던 그림이 먼저 보였지만, 오늘은 그래도 참을 만했다. 예상했던 일이라 그런가.

윤여주
작가님 작품을 전부 전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때 잠깐 봤던 것보다 더 많아진 느낌이에요.


김석진
오, 그것을 또 알아채셨네요. 창고에서 묵혀둔 그림 몇 점 있어서 그것도 일단 들여놨어요.

윤여주
정말요? 왜 창고에 두신 거예요?


김석진
아···.

윤여주
엇, 실례된 질문이라면 죄송해요. 대답 안 하셔도 돼요.


김석진
아니에요. 그냥 좀··· 어렸을 적에 학교에 안 쓰는 교실에서 혼자 숨어서 그린 그림이거든요. 사실 학교가 제겐 너무나 지옥이었는데, 학교 풍경만큼은 좋았거든요···. 아, 그냥 다시 넣어둘까요?

윤여주
잠깐만요···! 여기···.

이 그림들··· 어쩐지 낯이 많이 익는다. 창고에 있던 그림들이 전부 학교가 배경인 것에 더불어 꽤 작품들이 많은 것을 봐서는 혼자 숨어지냈던 날들이 많았다는 것으로 보였다.

그 말인즉슨, 그때 선배가 유령인 것처럼 아무도 몰랐다는 게 사람들 눈에 많이 안 띄는 곳에 더 많이 있었다는 거. 쉽게 말해 완전 아싸였다는 건가?


김석진
아는 그림이에요? 이건 제가 인별에 올린 작품이 아닐 텐데···.

윤여주
아, 아니에요. 제가 다녔던 학교랑 비슷해서 착각했어요.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게 작가님한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과는 반대로 궁금함만 커졌다. 왜 숨어지냈는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했는데··· 차마 그것까지 지금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나에 대한 기억과 작가님의 아픈 기억이 같이 사라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에 대한 기억은 전부 사라진 듯했다.

윤여주
아팠던 기억 다시 떠오르게 해서 죄송해요.


김석진
큐레이터님이 뭐가 죄송해요. 제가 꺼낸 건데요.

윤여주
그래도요···. 그러면 혹시 전시하고 싶은 작품은 어떤 건지 여쭤봐도 돼요?


김석진
음··· 다른 건 몰라도 이 그림은 눈에 띄는 곳에 걸고 싶어요. 이것도 인별에 안 올라간 그림이긴 한데··· 저에겐 소중한 그림이거든요.

작가님이 뽑은 그림은 나를 눈물 속에 가두는 그 신호등 그림이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왜 하필 이게 1순위일까.

윤여주
소중하다면 정말 아끼는 그림인 건가 봐요···.


김석진
소중하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을 여기서 처음 만났거든요.

많이 기다리셨죠. 😭 항상 재밌게 글 봐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