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seulnaesaeng
#단편

라면
2021.01.08Lượt xem 114
죽을 계획을 세웠다. 내가 죽고 내 주변 사람들이 골치 아파질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 달간의 죽음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내 시체를 치워주시는 분께 드리는 봉투도 미리 넉넉하게 준비했다. 그런데 벚꽃이 피었다. 하나 둘 피기 시작하더니, 공원은 벚꽃으로 채워져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예쁘다. 벚꽃이 지면 죽어야겠다. 어차피 죽을 거, 예쁜 거 많이 봐두고 죽어서 나쁠 거 없으니까.
시간은 금방 흘렀고, 그 시간동안 벚꽃을 보는 거 이외에 유의미한 일들은 없었다. 전과 같이 사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 가득했다. 벚꽃은 금방 졌다. 그리고 여름이 오기 시작했다. 햇빛이 쨍쨍하니 달달하고 시원한 수박이 먹고 싶었다. 지금 나오는 수박은 달지도 않고 맛이 없으니까, 맛있는 수박이 나올때까지만 죽지 말아야겠다. 어차피 죽을 거, 맛있는 거 먹고 죽으면 좋으니까.
한여름이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매미 소리 덕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지금쯤 나오는 수박이 참 맛있을 것이다. 흰 반팔티에 검정 반바지. 옷을 대충 챙겨 입고 과일가게로 향했다. 사장님이 물었다.
"대학생?"
- "아니요."
30대 초반을 넘어가는 나이에 대학생 소리를 들으니 웃음이 나왔다. 아니라고 단칼에 거절했지만은, 분명 나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수박을 들고는 집에 도착했다. 겉을 흐르는 물로 대충 씻고, 큰 칼로 수박의 반을 갈랐다. 달달한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 냉장고에 넣어두기 전에 나도 모르게 몇 개씩을 집어 잎에 넣었다. 달달하고 맛있는 수박이 입에 가득 퍼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근데 이 작은 일을 과연 행복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부우우우웅-
전화벨이 울렸다. 같은 대학을 나와 친하게 지냈던 지현이다. 다음주 주말에 시간이 되냐고 묻는다. 죽을 계획을 앞둔 백수인데, 시간은 널널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친구이니, 고맙다는 말도 할 겸 얼굴을 봐야겠다. 나는 흔쾌히 지현이의 제안을 수락했다. 적어도 다음주 주말까지는 살아야한다.
"여기야, 여기!"
지현이가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손을 붕붕 흔들며 웃었다. 쟤는 몇 년전이랑 얼굴이 똑같네. 부럽다.
"야, 잘 지냈어?"
- "응. 너도?"
"난 잘 지냈지! 근데 너 어디 아파?"
- "아니, 왜?"
"얼굴이 많이 안좋네. 내가 괜히 부른건가."
얼굴이 안좋을 수 밖에 없었다. 잠도 잘 자지 않고, 밥도 꼬박꼬박 챙겨먹지 않았을테니까. 거울을 안 본지 꽤 되었는데. 지현이의 말을 듣고 나는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얼굴 상태를 확인했다. 턱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움푹 들어간 볼. 말라 비틀어진 입술. 이렇게 흉한 몰골이 따로 없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며칠간 잠을 많이 못잤다고 답했다.
"아, 맞다. 너 이번 겨울에 나랑 같이 스키장 갈래?"
- "스키장?"
"응. 애들이랑 같이! 동혁이 민준이 효리."
스키장. 겨울. 지금으로부터 몇 달은 더 살아야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잠깐 고민했지만, 가겠다고 했다. 어쩌면 죽기 전 친구들과의 마지막 추억일테니까. 죽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말이다. 몇 달 늦게 죽는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니고.
여름은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지나갔다. 단풍이 예쁘게 물드는 가을 또한 금방이었다. 내 핸드폰 갤러리에는 단풍 사진이 가득했다. 예쁜 것들을 잔뜩 찍었다. 그렇게 겨울이 찾아왔다. 작년 이맘때쯤부터 삶을 사는 이유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렇게 1년이 가버렸다. 솔직히 지난 1년 불행하지 않았는데. 불행한 적이 없었는데 왜 죽으려고 한걸까. 이번에는 죽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나는 왜 지금 죽으려고 하는걸까. 생각해보면 내 인생이 그렇게 부질 없고 재미 없는 삶도 아닌데.
"나랑 상급 갈 사람! 경사 X나 높은데."
- "나랑 가자."
"그래. 얘 말고 또 없어?"
- "얘네 다 쫄보야. 초급에서 놀고 있어라."
상급 코스로 가는 리프트를 탔다. 옆에 앉아있는 동혁이를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대학교 다닐 때 내가 얘 진짜 좋아했었는데. 옛 추억들을 하나 둘 생각하다보니 웃음이 쿡 하고 나왔다. 동혁이는 왜 웃냐며 물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답했다.
"왜, 뭔데 ㅋㅋㅋㅋ"
- "10년전 생각나서. 내가 너 좋아할 때."
계속해서 묻는 동혁이가 귀찮아 마지못해 대답했는데, 동혁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언제부터 자길 좋아했냐며 리프팅 위에서 고래고래 소리르 질렀다. 나는 웃으며 조용히 하라고 쪽팔린다고 동혁이의 팔을 툭툭 쳤다. 생각해보니, 나 원래 작은 대화들로 크게 웃는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 이 웃음이 어색해진걸까. 웃다가 정색을 하는 나를 보고 동혁이는 갸우뚱거렸다.
- "있지, 동혁아."
"응?"
- "고마워."
"갑자기?ㅋㅋㅋ 뭐가? 낯간지럽게."
- "나 살려줘서."
"??? 알아 듣게 이야기해 ㅋㅋㅋㅋㅋ"
동혁이는 상급 코스에서 내려올 때까지도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듣지 못했다. 내가 말하지 않는다면 평생 모르겠지. 너와의 작은 웃음들로 삶의 이유를 찾지 않게 되었다는 걸. 행복할 때도 있는 거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거였다. 인공 눈으로 뒤덮인 스키장이 참으로도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떡볶이 하나를 먹으며 배꼽 빠지게 웃는 지현이와 효리, 민준이까지도. 사는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된다. 큰 소리로 웃지 않아도, 어떤 거대한 행복이 오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는, 이런 소소한 일상들 때문에 아직 살아볼만 한거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냥 이런 단편 한 번쯤 써보고 싶어서 써봤어요!
기회랑 9버안 올러야 하는데 글은 안써지고 복잡해져서 머리 식힐 겸,,
생각 안하고 확확 쓴 거라 글 엉망인 거 인정해요😅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