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잏링/이한 리우]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보넥도 잏링]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6화

 

다음 날 아침.

이한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운동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리우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라면 누구보다 먼저 와서 공을 정리하고 있을 시간이었는데.

"……어디 갔지."

휴대폰을 확인했다.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

이한이 운동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있을 때, 코치가 다가왔다.

"이한아, 리우한테 연락 못 받았어?"

"네. 무슨 일 있어요?"

"감기 기운이 있어서 오늘 훈련 쉬겠다고 하더라. 어제 비 맞으면서 돌아갔다던데."

이한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아파요?"

"그냥 몸살 기운이 좀 있대. 심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네."

그렇게 대답했지만 이한은 계속 리우가 신경 쓰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이었다.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우산도 있었다.

그런데 왜 아프지.

훈련이 시작됐지만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공을 잡아도 자꾸 리우가 생각났다.

평소 같으면 여기쯤에서 리우가 패스를 줬을 텐데.

여기서 움직이라고 했을 텐데.

이한은 결국 훈련이 끝나자마자 휴대폰을 들었다.

한참 고민하다 메시지를 보냈다.

선배, 많이 아파요?

답장은 한참 동안 오지 않았다.

이한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들었다.

읽음 표시도 없었다.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신경 쓰이네."

그날 저녁.

리우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열이 조금 내려가긴 했지만 몸이 무거웠다.

휴대폰을 확인하자 이한에게서 온 메시지가 보였다.

선배, 많이 아파요?

리우는 피식 웃었다.

답장을 쓰려다 잠시 멈췄다.

괜히 이한에게 걱정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조금 늦게 답했다.

괜찮아. 그냥 감기야. 내일이면 괜찮아질 것 같아.

몇 초 뒤 답장이 왔다.

거짓말 같아요.

리우가 웃었다.

뭘 보고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선배가 괜찮을 때는 "괜찮아"라고 안 해요. "멀쩡해"라고 하잖아요.

리우의 손가락이 멈췄다.

정말 사소한 차이였다.

그런데 이한은 알고 있었다.

너 나 관찰하냐?

네.

왜?

한참 동안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선배니까요.

리우는 그 메시지를 보고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이상하게 가슴이 간질거렸다.

다음 날.

리우는 학교에 나왔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었지만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더 답답했다.

교실에 들어서자 친구가 물었다.

"야, 너 어제 아팠다며?"

"응. 별거 아니었어."

"근데 얼굴 별로인데?"

"괜찮아."

그때 교실 문 앞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

리우가 고개를 들었다.

이한이었다.

"너 여기까지 왜 왔어?"

"보건실 가려고요."

"보건실이 왜?"

"선배 보러 왔는데요."

리우가 순간 말을 잃었다.

"……뭐?"

이한이 태연하게 말했다.

"아픈 사람 보러 온 게 이상해요?"

"아니, 이상한 건 아닌데."

"그럼 됐네요."

이한은 리우 앞에 작은 봉투를 내려놓았다.

"이거요."

"뭔데?"

"죽이랑 약."

리우가 봉투를 열어봤다.

"너 이거 어디서 샀어?"

"학교 앞에서요."

"굳이?"

"굳이 사야죠. 선배 아프다는데."

리우가 이한을 바라봤다.

"너 진짜……."

"왜요?"

"너한테 이런 거 받으니까 생각보다 기분 좋네."

"그럼 다행이고요."

이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근데 하나 더 있어요."

"뭔데?"

"오늘 방과 후에 시간 있어요?"

"왜?"

"같이 가고 싶은 데가 있어요."

리우가 눈을 깜빡였다.

"어디?"

"비밀이에요."

"나 아직 환자야."

"알아요."

"그럼 어디 가는데?"

"멀리 안 가요. 선배가 좋아할 만한 곳."

리우가 이한을 의심스럽게 바라봤다.

"너 혹시 나 데리고 이상한 데 가는 거 아니지?"

"그럴 것 같아요?"

"너라면 충분히 그럴 것 같아서."

이한이 웃었다.

"그럼 안 갈 거예요?"

리우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방과 후.

이한이 데려간 곳은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서점이었다.

리우는 입구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

"네."

"왜 여기야?"

"선배 책 좋아하잖아요."

리우가 이한을 바라봤다.

"내가 책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점심시간마다 책 읽고 있던데요."

"그것까지 봤어?"

"네."

"너 진짜 나 많이 봤구나."

"……."

이한은 대답하지 않고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리우는 그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

"이한."

"네."

"나 때문에 여기 온 거야?"

이한이 멈췄다.

"네."

"왜?"

"그냥 선배랑 축구 말고도 시간을 보내보고 싶어서요."

리우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축구 말고.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둘은 한참 동안 서점을 돌아다녔다.

리우는 책을 고르고, 이한은 옆에서 조용히 따라다녔다.

그러다 이한이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이거 좋아해요?"

"응. 예전에 읽었는데."

"그럼 읽어볼게요."

"네가?"

"선배가 좋아한다면서요."

리우가 웃었다.

"너 참 이상하다."

"뭐가요?"

"내가 좋아하는 걸 너도 좋아하려고 하잖아."

"싫어요?"

"아니."

리우가 책을 받아 들었다.

"좋아."

그 말을 들은 이한이 작게 웃었다.

서점을 나왔을 때는 해가 거의 지고 있었다.

리우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은 날씨 좋네."

"그러게요."

둘은 나란히 걸었다.

축구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편했다.

한참을 걷던 리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한."

"네."

"나한테 다른 학교 얘기 아직 안 했잖아."

이한의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네."

"결정했어?"

"아직요."

"왜?"

이한이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선배가 기다려달라고 했잖아요."

리우가 멈췄다.

"내가?"

"네."

"언제?"

"그날 운동장에서요."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선배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해준다고 했잖아요."

리우는 그 말을 듣자 가슴이 철렁했다.

"아직 그 답 못 찾았어."

"알아요."

"그런데도 기다리는 거야?"

"네."

"왜?"

이한은 잠시 리우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저도 선배가 저한테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

"아직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리우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천천히 웃었다.

"그럼 우리 둘 다 똑같네."

"뭐가요?"

"서로한테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르면서, 이상하게 계속 옆에 있고 싶은 거."

이한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선배도 그래요?"

"응."

리우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도 그래."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오늘도……."

"응?"

"축구 때문 아니죠?"

리우는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잠시 이한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아니야."

"……."

"오늘은 그냥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온 거야."

이한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리우가 그걸 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왜 얼굴 빨개져?"

"안 빨개졌어요."

"빨개졌는데?"

"선배가 이상한 말을 하니까 그렇죠."

"내가 뭘 했다고."

"몰라요. 그냥……."

이한이 시선을 피했다.

"선배가 그렇게 말하면 제가 자꾸 착각하게 되잖아요."

리우의 웃음이 멈췄다.

"무슨 착각?"

이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리우보다 반 걸음 앞서 걸었다.

"집이나 가요."

리우는 그 뒤를 따라가며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축구를 하지 않아도 만나고 싶고, 아무 이유 없이 연락하고 싶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신경 쓰이는 사람.

그 사람이 이한이었다.

아직 이름 붙이지 못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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