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12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온 김동현과 한동민.


한동민: “당신 진짜 누구야?”

김동현: “아까 말했잖아, 오라비라고.”

한동민의 눈썹 한 쪽이 올라간다.


한동민: “오라비? 재희 아가씨에게는 오라비가 없어.”

김동현은 느긋하게 팔짱을 끼며 가로등에 기댔다.

자신을 맘에 안 든다는 듯 쳐다보는 한동민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피식, 웃는다.

그 모습을 본 한동민은 어이가 없었는지 똑같이 실소를 흘린다.


한동민: “....하..진짜 당신 뭐냐고.”

김동현은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한다.


김동현: “...운명이 맺어준 사이랄까.”


김동현은 능글맞게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 웃음이, 한동민의 심기를 살살 긁었다.

슬슬 한동민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한동민: “...진짜 장난하는건가. 운명?”


한동민이 한 발자국 다가서며 차가운 눈빛을 보낸다.


한동민: “재희 낭자는 내 약혼녀입니다. 더 이상 다가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만.”


반말에서 다시 존댓말로 바뀌었다.

명백하게 선을 그으며 경고하고 있었다.

김동현: “아, 5년동안 일본에서 공부하셨다는 그 약혼자시군요?”


김동현도 가로등에 기댄 등을 떼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선다.


김동현: “글쎄, 어쩌나. 그대가 한 발자국 늦은 듯 합니다만.”


두 사람의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

두 사람은 시선을 피하지 않은채 서로를 응시했다.

그러다가 결국 한동민이 먼저 시선을 돌렸다.

눈도 깜빡이지 않는 김동현의 시선에는 광기와 무(無)가 공존했다.


한동민: “....이리 유치하게 굴 필요가 없습니다.”

한동민의 입꼬리가 비스듬하게 올라갔다.


한동민: “양가에서 빠르게, 혼인을 준비중입니다. 운명이고 뭐고, 재희 낭자는 나의 약혼녀이고, 나의 부인이 될 사람입니다.”


김동현의 시선이 약간 흐트러졌다.

한동민은 그런 김동현을 보고 아까의 동현처럼 실소를 흘린다.


한동민: “하, 이제 이해가 됩니까?”

그 말을 남기고 한동민은 돌아서서 골목을 나갔다.

골목을 벗어나가다 잠깐 뒤를 돌아본다.

입가에는 승리의 미소가 걸려있다.


한동민: “이해가 됐다면, 재희 낭자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않는게 좋을겁니다. 그게 당신뿐만 아니라 재희 낭자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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