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특집 모음
🌕 추석 특집 : 강강술래의 소용돌이를 빠져나와

정화랑
2026.09.25Lượt xem 3
"얼른 와."
현진이가 내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끌며 입술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고 말했다. 흑발이 눈가로 살짝 흘러내린 채 어깨에 오버사이즈 블랙 재킷을 툭 걸친 그의 모습은 오늘 밤따라 유난히 자연스럽고 거친 매력을 풍겼다.
"한가위 축제에 와서 강강술래를 빼먹을 순 없지. 안 추면 운이 달아난다고."
"현진아, 사람이 너무 많아."
노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전통 북의 리드미컬하고 깊은 울림에 목소리가 살짝 묻힌 채,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 분명 발이 꼬여서 넘어져서 줄 전체를 다 쓰러뜨릴걸."
"그럼 내가 널 잡아주면 되지."
그가 내 손을 안심시키듯 꾹 쥐어 주며 매끄럽게 대답했다.
내가 미처 항의하기도 전에, 우리는 움직이는 사람들의 파도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서로의 손을 꼭 맞잡은 채, 거대한 인간 고리가 황금빛 달빛 아래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전통 선소리꾼들이 고대 민요의 최면 같은 가사를 선창하면서, 속도는 처음에는 느리고 우아하게 흔들리는 움직임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리듬이 빨라질수록 마당의 에너지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원은 점점 더 빠르게 움직였고, 웃음소리와 휘날리는 치맛자락, 바쁜 발걸음이 뒤섞인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행렬이 앞으로 밀려들 때 나는 발이 살짝 꼬이며 비틀거렸다. 그 순간,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손길이 내 허리를 감싸 쥐더니 혼란스러운 인간 사슬 밖으로 나를 뒤로 당겨주었다.
"와, 미안, 너무 빨랐나 보다."
현진이가 내 귀에 대고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대신 밝은 횃불과 함성을 지르는 인파를 뒤로하고 나를 안내하더니, 고대 대나무 숲이 양옆으로 늘어선 조용하고 좁은 돌길로 이끌었다. 축제의 소음은 어느새 멀어지며 먹먹한 웅성거림으로 잦아들었고, 그 자리를 서늘한 가을바람에 부드럽게 사각이는 나뭇잎 소리가 채웠다.
우리는 마침내 은빛 달빛만이 비추는 고궁의 아늑한 별당 그늘 아래에 멈춰 섰다. 나는 차가운 돌벽에 등을 기대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격렬했던 춤의 여운 탓에 심장이 갈비뼈를 들먹이며 세차게 요동쳤다.
"너, 그... 오늘 밤 진짜 예쁘다."
그가 말했다. 매끄럽고 여유 넘치던 평소의 매력은 온데간데없이 갑자기 뚝뚝 끊겼다.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아주 잠깐 내 입술로 시선을 떨어뜨렸다가 다시 내 눈을 마주해왔다.
"내 말은... 달이 밝긴 한데, 그게 아니라... 네가 더 밝다고."
내 입꼬리에 작고 대담한 미소가 쓱 차올랐다.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우리 사이의 좁은 간격을 완전히 좁혔다. 내 부츠 끝이 그의 부츠에 가볍게 맞닿았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재킷 깃을 부드럽게 정돈해주었고, 내 시선은 그의 눈에 완전히 고정되었다.
"그래, 현진아? 난 그 어떤 것도 축제에서 네 시선을 돌리게 만들 순 없을 줄 알았는데."
현진이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갑작스럽고 대담한 내 움직임에 그는 완전히 허를 찔린 모양이었다. 화사하고 사랑스러운 홍조가 그의 목덜미를 타고 피어오르더니, 이내 그의 뺨을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나—나 시선 안 뺏겼어."
그가 말을 더듬었다. 그의 가슴이 가쁜 호흡으로 들썩이면서 목소리가 한 옥타브 낮게 내려앉았다.
"난 그냥...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뿐이야."
그는 고개를 아주 조금 숙였고, 주머니에서 천천히 빠져나온 그의 손은 내 허리 근처를 맴돌았다. 비록 아직 내 몸에 직접 닿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우리의 거리는 서서히 좁혀져 마침내 서로의 온기에 휩싸였고, 우리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내 피부 위로 가볍게 스치는 그의 숨결의 열기를 고스란히 느꼈다. 팽팽한 긴장감은 마치 전류가 흐르는 듯 강렬했고, 파도처럼 우리를 하나로 끌어당기는 듯한 무겁고 애달프도록 달콤한 갈망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마지막 한 걸음을 더 좁히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저 숨이 멎을 듯한 서로를 향한 기대감에 완전히 길을 잃은 채, 보름달의 마법에 걸려 멈춘 듯 고궁의 고요한 그늘 속에 그렇게 나란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