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이

03











“ 야 이민호 일어나 “


꼭 감은 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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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게 비추는 조명에 피부가 반짝였다

피부는 모공 뿐만 아니라 블랙헤드조차 보이지 않았다

관리 하나 안 하는 피부가
여러 제품을 찍어 바르는 내 피부보다
훨씬 좋아 보여 괜히 괘씸했다

손가락으로 볼을 꾹 찌르니 흠칫 놀라며 눈을 떴다


” 일어나라고 “


혹여나 몰래 얼굴 만져본 것을 눈치챌까
표정을 숨기고 능청스럽게 민호를 깨웠다









도착한 학교는 다행히도 출석 부르기 전이었다

교수님이 들어서자
어수선한 강의실 분위기는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지루한 강의가 시작된 후 
소수의 학생들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꾸벅였고
또 몇몇 학생들은 몰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물론 나와 민호도 마찬가지였다

흘러나오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려 입을 꾹 다물고는
소곤소곤 잡담을 이어갔다


“ 오늘 강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


교수님은 키득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신 건지
우리를 따로 불러내지 않고 별말 없이 자리를 비우셨다

야외는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을 살랑일 정도로 옅은 바람이었다

흡연구역에 도착한 나는
회식을 어떻게 빠질지
바쁘게 머리를 굴려대며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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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고민 할 시간에 담배나 좀 끊어라 “


민호는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연기에
코를 막고는 말했다

잔뜩 인상을 쓴 채 얼굴 앞으로 손부채질을 하던 민호는
차라리 참석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거라며 말을 덧붙였다

어차피 머리를 쥐어짜 봐도
결국 참석하는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 진짜 에반데.. 나 필름 끊기면 꼭 챙겨주라 제발… “


민호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며 애써 대답을 피했다

금연을 부추기는 말만 내뱉으며 투덜거릴 뿐
다른 말을 더 얹지는 않았다









“ 짠~ “


북적이는 사람들 소리 사이로
잔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소주를 삼키자 쓴 기운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자리에 앉은 지 고작 5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두 잔째 잔을 비웠다

울렁거리는 속을 움켜잡고 밖으로 향했다

주머니 한켠에 박아둔 담배를 꺼내 물고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불을 붙이려 라이터를 꺼냈지만
휠이 말썽인지 스파크만 붙을 뿐
도통 불이 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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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힘들면 어떡하냐 ”


가게 문 앞에 쪼그려 앉은 내 앞으로
라이터를 건네는 민호가 보였다


“ 어 땡큐.. ”


힘이 풀린 눈을 억지로 치켜뜨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민호는 그 사이 내 옆에 쪼그려 앉아
속 괜찮냐며 등을 살살 두드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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