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쿠 또 불려갔다.”
복도 끝에서 흘러나온 말에 유우시는 걸음을 멈췄고, 익숙하다는 듯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잠깐 듣다가 아무 말 없이 방향을 틀어 교무실이 아닌 체육관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여는 순간, 안쪽 공기가 묘하게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 중심에는 누군가를 바닥에 눕혀놓은 채 숨을 고르고 있는 리쿠가 서 있었다.
“리쿠.”
짧게 이름을 부르자, 리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우시를 바라봤고, 입술 한쪽이 터진 상태로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어 보였다.
“왔네.”
그 가벼운 말투가 오히려 더 거슬렸다.

“그만하세요.”
유우시는 짧게 말했지만, 그 안에는 지금 상황을 끝내야 한다는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미 끝났는데.”
리쿠는 발끝으로 바닥을 툭 건드리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지만, 유우시는 한 발짝 더 다가가며 그 말을 부정했다.
“끝난 게 아닙니다, 이대로 가면 학생부로 넘어가고 정학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공기가 한 번 더 조용해졌고, 리쿠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닥에 쓰러진 애를 내려다보다가 짧게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오래 있을 생각도 없는데.”
“그만두세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리쿠의 시선이 다시 유우시에게 향했고, 이번에는 웃음기가 조금 빠진 채였다.
“너 왜 이렇게 열심히야, 나 하나 때문에?”
유우시는 대답하지 않고, 대신 조용히 다가가 리쿠의 팔을 잡았고, 그 행동은 생각보다 단호했다.
“나가죠.”
“싫은데.”
“가야 합니다.”
짧은 말이 오갔지만, 이번에도 먼저 포기하지 않은 건 유우시였고, 결국 리쿠는 손목을 빼내려다 멈추고 낮게 이름을 불렀다.
“유우시.”
“네.”
“놓으라고.”
“못 놓습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리쿠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너 진짜 이상하다, 보통은 귀찮아서라도 대충 하거든?”
“그게 규칙이면 해야죠.”
“나 그런 거 안 지키는데.”
“지키게 만들 겁니다.”
그 말은 조용했지만 확실했고, 그 순간 리쿠의 표정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너 뭐야, 진짜.”
“담당입니다.”
유우시는 짧게 답했고, 그 한마디에 리쿠는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한 채 시선을 피했다가 결국 한 발짝 물러섰다.
“…가자.”
그 말은 거의 체념에 가까웠고, 유우시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리쿠를 데리고 체육관을 나섰다.
보건실에 들어오자마자 유우시는 자연스럽게 약을 꺼냈고, 리쿠는 침대에 앉아 여전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가만히 좀 있어요, 계속 움직이면 더 벌어집니다.”

“아파.”
“움직이니까 그렇죠.”
유우시는 짧게 답하면서도 손길은 생각보다 조심스러웠고, 리쿠는 그게 의외였는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겁 많네.”
“시끄러.”
“아까는 그렇게 날뛰더니.”
“그건 다르지.”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선이 있었다.
“왜 싸웠습니까.”
유우시가 묻자, 리쿠는 한숨처럼 짧게 숨을 내쉬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먼저 건드렸어.”
“뭐라고요.”
“전학 온 거 가지고 뒤에서 계속 말하길래, 그냥 듣기 싫어서 때렸어.”
그 말은 너무 단순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묘하게 남았다.
유우시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약을 정리하며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때리면 안 됩니다.”
“알아, 근데 참기 싫었어.”
“….”
“나 그런 거 못 참아.”
그 말 뒤에는 더 이상 설명이 없었고, 유우시는 그걸 굳이 더 묻지 않았다.
“끝났습니다.”
“…고마워.”
무심하게 툭 던진 말이었지만, 유우시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별말씀을.”
리쿠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기대고 누운 채 천장을 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유우시를 바라봤다.
“…야.”
“네.”
“왜 이렇게까지 해.”
“말했습니다.”
“그거 말고, 진짜 이유.”
짧은 침묵이 흐르고, 유우시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그대로 답했다.
“포기하기 싫어서요.”
“…뭐?”
“맡았으니까, 끝까지 합니다.”
리쿠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상태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웃음을 흘렸다.
“…하, 진짜.”
“왜 웃습니까.”
“몰라, 그냥… 너 때문에 더 짜증나.”
그 말은 불평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전보다 날이 서 있지 않았다.
유우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고, 보건실 안에는 잠깐 조용한 공기가 흘렀다.
그날 이후,
리쿠는 여전히 문제를 일으켰고
유우시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지만,
둘 사이의 거리만은
조금, 달라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