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끝났다.
마지막 동작에서 멈춘 재희가
아무렇지 않게 물병을 집어 들었다.
유우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네가 먼저 보잖아.”
그 말이 계속 걸렸다.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았다.
“야.”
유우시가 다시 불렀다.
재희가 돌아보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왜.”
“…연습 안 해?”
“하고 있는데.”
짧게.
대답 끝.
유우시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말을 이어갈 이유는 없는데,
계속 붙잡고 싶었다.
“…혼자 하는 거 좋아하냐.”
그제야 재희가 돌아봤다.
물병 뚜껑을 닫으면서 말했다.
“편해서.”
그걸로 끝.
유우시가 한 발 다가갔다.
의도적으로 거리를 좁힌다.
보통은 여기서 한 번쯤 뒤로 빠진다.
근데 재희는 그대로 서 있었다.
피하지 않는다.
눈도 안 피한다.
가까웠다.
생각보다 훨씬.
유우시가 더 다가갔다.
어깨가 거의 닿을 거리.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다.
“…왜 안 피하냐.”
유우시가 낮게 말했다.
재희가 잠깐 눈을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왜 피해야 되는데.”
표정 변화 없다.
진짜로 이해 못 하는 얼굴.
유우시 입이 잠깐 막혔다.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
보통은 조금만 가까이 가도
다들 불편해한다.
눈 피하고, 거리 둔다.
근데 얘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게 더 거슬렸다.
“연습할 거면 제대로 해.”
유우시가 일부러 말했다.
“카메라 들어오면 지금 표정 다 죽어.”
재희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너는 카메라 없으면 못 해?”
짧다.
근데 정확하다.
유우시 눈이 굳었다.
말을 받아쳐야 하는데,
이상하게 입이 안 떨어진다.
짜증 나는데,
시선은 계속 붙어 있다.
재희가 먼저 돌아섰다.
다시 음악 틀고,
그대로 춤춘다.
유우시는 잠깐 서 있다가
또 따라갔다.
이번엔 더 자연스럽게 옆에 선다.
동작을 맞춘다.
박자.
호흡.
타이밍.
이상하게 잘 맞는다.
“…너.”
유우시가 낮게 말했다.
재희는 멈추지 않는다.
“왜.”
“일부러 그러냐.”
“뭐를.”
“나랑 맞추는 거.”
재희가 멈췄다.
고개를 돌린다.
가까운 거리.
숨이 닿을 것 같은.
“…네가 따라오잖아.”
유우시가 한 박자 늦게 멈췄다.
정적.
그 말이 틀린 게 없어서 더 짜증 났다.
유우시가 시선을 잠깐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그럼 피하든가.”
작게 말했다.
재희 눈이 잠깐 흔들렸다.
그리고 아주 조금, 가까워졌다.
“싫은데.”
짧게.
유우시 숨이 순간 멎었다.
말이 안 이어진다.
재희는 다시 돌아섰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음악이 다시 흐른다.
유우시는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이번엔 처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시선이,
계속 안 떨어졌다.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