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EP.9

쿠닉
2026.07.27Lượt xem 50
계약결혼 생활도 어느덧 열흘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침이면 함께 식사를 하고, 저녁이면 같은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각자의 방을 쓰고, 서로의 사생활은 존중했다.
하지만 처음과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다.
둘 사이가 더 이상 불편하지는 않았다.
---
아침 7시.
주방에서는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성호는 앞치마를 두른 채 계란을 굽고 있었고, 여주는 졸린 눈으로 식탁에 앉았다.
여주 "...좋은 아침이에요."
성호 "좋은 아침입니다."
잠시 후 접시가 식탁 위에 놓였다.
토스트와 스크램블에그, 샐러드.
여주는 한입 먹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주 "대표님."
성호 "...네."
여주 "유학 때, 요리학원 다니셨어요?"
성호 "...아닙니다."
여주 "근데 왜 이렇게 잘하세요?"
성호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성호 "혼자 오래 살다 보면 늘게 됩니다."
그 말에 여주는 괜히 마음이 묘해졌다.
'혼자 오래...'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쓸쓸하게 들렸다.
---
오후.
여주는 병원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있었다.
수술 날짜는 다음 주로 확정됐다.
병원비는 이미 SH그룹 의료재단에서 처리해 주었다.
아버지 "여주야."
여주 "응?"
아버지 "사위는 잘해주냐?"
순간 여주는 물을 마시다 사레가 들렸다.
여주 "콜록! 콜록!"
아버지 "왜 그래?"
여주 "...아무것도 아니야."
아버지는 미소를 지었다.
"얼굴이 좋아졌더라."
"..."
"좋은 사람 만난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 말을 들은 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좋은 사람...'
계약으로 만난 사람인데.
왜인지 모르게 가슴 한쪽이 콕 하고 찔렸다.
---
병원을 나설 무렵.
하늘은 어느새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곧이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쏴아아...
갑작스럽게 퍼붓는 폭우.
우산이 없던 여주는 병원 입구 처마 밑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큰일이네..."
버스를 타러 가려면 제법 걸어야 했다.
그때.
검은 세단 한 대가 병원 앞에 멈춰 섰다.
뒷좌석 창문이 천천히 내려갔다.
안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성호 "...김여주 씨."
여주는 깜짝 놀랐다.
여주 "대표님?"
성호 "타세요."
여주 "...어떻게 여기..."
성호 "김실장에게 병원이라고 들었습니다."
"..."
"비가 많이 옵니다."
짧은 설명이었다.
여주는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 빗소리가 멀어졌다.
---
차 안.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와이퍼가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빗물을 밀어냈다.
잠시 후.
성호가 옆을 바라봤다.
여주의 어깨가 젖어 있었다.
그는 말없이 뒷좌석에 놓인 담요를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
성호 "...덮으세요."
여주 "괜찮은데..."
성호 "감기 걸립니다."
여주는 조용히 담요를 받았다.
따뜻한 섬유유연제 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감사합니다."
성호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
신호 대기로 차가 멈췄다.
그때 여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전화를 받은 여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네?"
"...지금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호가 조용히 물었다.
성호 "...무슨 일입니까?"
여주 "아무것도 아니에요..."
"..."
"예전에 빌린 돈이 있는데, 채권자분이 갑자기 오늘까지 갚으라고 하시네요."
성호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여주는 애써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
"어떻게든 해결해 볼게요."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성호는 더 묻지 않았다.
---
집에 도착한 뒤.
여주는 방으로 들어가 한참 동안 계산기를 두드렸다.
아무리 계산해도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성호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흰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성호 "...받으세요."
여주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성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채권은 오늘 안에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여주 "...!"
"어... 어떻게..."
여주는 급히 손사래를 쳤다.
여주 "안 돼요."
"..."
"병원비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이건 제가..."
성호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끊었다.
성호 "김여주 씨."
"..."
"우린 부부입니다."
"..."
"계약 기간 동안 배우자가 금전 문제로 곤란해지는 건 저에게도 손해입니다."
끝까지 비즈니스적인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여주는 알았다.
이 사람은.
분명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표현을 못 할 뿐.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봉투를 받아 들었다.
눈가가 조금 뜨거워졌다.
여주 "...빨리 갚을게요."
성호는 아주 작게 고개를 저었다.
성호 "천천히."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순간.
여주는 그의 등을 향해 말했다.
여주 "...대표님."
성호가 멈춰 섰다.
여주 "...정말 감사합니다."
잠시 침묵.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호 "...별말씀을."
방으로 돌아간 성호는 문을 닫고 한동안 손잡이를 잡은 채 서 있었다.
이상했다.
분명 계약일 뿐인데.
왜 그녀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 마음이 쓰이는지.
그 이유를, 아직 그는 설명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