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삔사연애] 귀공자

11화. 연애 공부

원빈에게 고백 받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누가 나를 좋아한다고 직접 말해준 게 처음이라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게 하필 박원빈이라서 더 그랬다.

내가 알던 원빈은 말수가 적고 낯을 많이 가리는 후배였다.

그런 애가 나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것도 꽤 오래전부터.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봤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 그렇다고 모른 척하기도 어려웠다.

일단 평소처럼 지내보기로 했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

 

 

그런데 다음 날 학교에서 원빈을 마주치자마자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누나."

"어, 원빈아."

"잘 잤어요?"

"응."

"밥은 먹었어요?"

"아직."

"...그럼 이따가 같이 먹을래요?"

 

나는 잠깐 원빈을 바라봤다.

 

"응."

"...네."

 

원빈이 대답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다시 뒤를 돌아봤다.

 

"누나."

"응?"

"오늘 수업 몇 시에 끝나요?"

"네 시."

"...알겠어요."

"왜?"

"아니에요."

 

그리고 또 갔다.

나는 피식 웃었다.

고백하기 전에도 저렇게까지 뚝딱거리진 않았던 것 같은데.

좋아한다고 말하고 나니까 오히려 더 이상해졌다.

 

 

*

 

 

점심시간.

원빈은 내 맞은편에 앉아 숟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너 왜 그래?"

"...뭐가요?"

"아니, 아까부터 계속 이상하잖아."

"안 이상한데요."

"말도 잘 못 하고."

"...원래 잘 못해요."

"나랑 친해졌잖아."

"그건..."

 

원빈이 입을 다물었다.

귀가 빨개졌다.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너 설마 아직도 긴장해?"

"...조금."

"왜?"

"누나가..."

"내가?"

"...좋으니까요."

 

너무 당연한 얼굴로 말해서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아니, 그런 걸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

"아무렇지도 않은 거 아닌데요."

 

원빈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 말에 또 웃음이 나왔다.

이상했다.

분명 고백받고 나면 나도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뚝딱거리는 원빈을 보고 있으니 긴장보다는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알았어."

 

나는 웃으며 원빈 앞에 있던 물컵을 밀어줬다.

 

"천천히 해."

"...네."

 

 

*

 

 

며칠 동안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카톡에서는 제법 자연스러웠다.

 

오늘 뭐 해요?

 

수업 끝나고 친구들이랑 카페.

 

어디 카페요?

 

학교 앞.

 

저도 갈래요.

 

오려면 와.

 

진짜 가도 돼요?

 

응ㅋㅋ

 

그런데 막상 만나면.

 

"누나."

"응."

"..."

"왜?"

"...아니에요."

 

이게 끝이었다.

카톡에서는 그렇게 말을 잘하던 애가 눈앞에만 서면 바보가 됐다.

 

어느 날은 내가 좋아한다고 했던 음료를 들고 와서는 한참 내 앞에서 봉투만 내밀고 있었다.

 

"이거 뭐야?"

"...드세요."

"뭔데?"

"...누나 좋아하는 거."

"아."

 

나는 음료를 받아들고 웃었다.

 

"고마워."

"...네."

"근데 너 왜 이렇게 긴장해?"

"...안 긴장했어요."

"귀 빨개졌는데?"

원빈이 바로 귀를 가렸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결국 참지 못하고 웃었다.

 

"진짜 귀엽다."

"...누나."

"응?"

"그 말 하지 마세요."

"왜?"

"더 긴장돼요."

 

나는 한참 웃었다.

 

 

*

 

 

그날 저녁.

성찬에게 연락이 왔다.

 

"여주야."

"왜?"

"박원빈이랑 뭐 있냐?"

"갑자기?"

"요즘 걔가 나한테 이상한 걸 물어봐."

"뭘?"

"연애할 때 뭐 해야 하냐고."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뭐?"

"그러니까."

 

성찬이 웃었다.

 

"첫 연애라 아무것도 모르나 봐."

 

나는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뭘 하긴."

"좋아하면 그냥 잘해주라고 했지."

"근데 걔가 그러더라."

"뭐라고?"

 

성찬이 잠시 뜸을 들였다.

 

"자기가 너무 잘하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걱정된대."

 

나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까지 해?"

"너한테는 엄청 진심인 것 같던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간질거렸다.

 

 

*

 

 

다음 날.

원빈에게서 연락이 왔다.

 

누나.

 

응?

 

오늘 간 돼요?

 

왜?

 

보고 싶어서요.

 

나는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을 말인데.

고백을 받고 나니 짧은 한마디에도 괜히 마음이 간질거렸다.

간잘거림을 숨기기 위해 짧게 답했다.

 

응. 수업 끝나고 봐.

 

답장은 금방 왔다.

 

네.

 

그리고 잠시 뒤.

 

오늘은 안 뚝딱거릴게요.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왠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 같았다.

 

Truyện phổ biến với fan của Won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