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삔사연애] 귀공자

2화

짝선짝후를 시작한 지 일주일.

내가 알게 된 건 딱 하나였다.

박원빈은 진짜 말이 없다.

아니, 없는 정도가 아니다.

 

"원빈아, 수업 어땠어?"

"...괜찮아요."

"학식은 먹었고?"

"네."

"동기들이랑은?"

"...네."

 

끝.

처음엔 내가 질문을 이상하게 하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얘는 누구랑 있어도 이랬다.

복도에서 동기들이 먼저 인사해도,

"원빈아!"

"...어."

끝.

여자 선배가 말을 걸어도,

"학교 적응은 좀 했어?"

"...네."

끝.

'와...'

'이건 좀 심한데.'

 

 

*

 

 

마침 학과에서 신입생 OT 뒤풀이 겸 점심 자리가 잡혔다.

짝선배도 같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나는 일부러 원빈 옆자리를 맡아놨다.

"여기 앉아."

"...네."

 

주변에는 다 신입생들.

분위기는 시끌벅적했다.

"우리 과 엠티 기대되지?"

"축제 때 뭐 할래?"

"동아리 어디 들어갈 거야?"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런데 원빈만 조용했다.

물만 홀짝홀짝 마실 뿐이었다.

'친구들이랑도 별로 안 친한가...?'

그때 맞은편에 앉은 여자 선배가 원빈을 보며 웃었다.

 

"원빈아."

"...네."

"너 진짜 잘생겼다."

"...감사합니다."

"여자애들 엄청 많이 들이대겠다."

"..."

"..."

"..."

 

대답이 없었다.

여자 선배도 머쓱하게 웃었다.

"아, 민망하네."

 

옆에서 누군가 작게 말했다.

"봐봐."

"역시 귀공자라니까."

"말도 안 섞잖아."

그 말이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나는 괜히 원빈 눈치를 봤다.

표정은 그대로였다.

신경도 안 쓰는 줄 알았다.

 

 

*

 

 

점심을 먹고 학교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이 됐다.

짝선배들이 학교 시설을 알려주는 시간.

 

"도서관은 여기고."

"학생회관은 저기."

"편의점은 밤늦게까지 해."

 

내가 설명하는 동안 원빈은 얌전히 따라왔다.

 

"궁금한 거 있어?"

"...없어요."

"진짜?"

"네."

"너 너무 대답만 하지 말고 물어봐도 돼."

"..."

 

또 조용.

나는 결국 웃었다.

 

"야."

"...네."

"혹시 나 무서워?"

 

원빈이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아니요."

"근데 왜 말을 안 해."

"..."

"..."

 

한참을 입만 달싹거리던 원빈이 겨우 말했다.

"...죄송합니다."

"...뭐?"

"말을... 잘 못 해서."

 

그 말이 너무 예상 밖이라 잠깐 멍해졌다.

 

"말을?"

"..."

"긴장하면."

"..."

"원래."

 

그제야 조금 이상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눈을 잘 못 마주치는 거.

사람이 가까이 오면 굳는 거.

말하려다가 자꾸 멈추는 거.

'설마...'

나는 원빈을 빤히 바라봤다.

 

"너."

"..."

"혹시 여자랑 말 잘 못 해?"

 

원빈 귀가 순식간에 빨개졌다.

"...네."

"...진짜?"

 

아주 작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왜?"

"...남중."

"..."

"남고."

"..."

"...나왔어요."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미쳤네."

원빈이 당황했다.

 

"...죄송합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네?"

"그래서 그랬구나."

 

순간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졌다.

사람들이 싸가지 없다고 했던 이유.

말을 안 섞는 이유.

혼자 다니는 이유.

전부.

'낯을 가려서였네.'

나는 괜히 억울해졌다.

'애들이 오해할 만도 하긴 하지.'

말을 안 하니까 그렇게 보였겠지.

 

"원빈아."

"...네."

"하나 알려줄까?"

"..."

"너 지금 학과에서."

"..."

"싸가지 없다고 소문났어."

 

원빈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

 

"...예?"

"귀공자라고."

"..."

"..."

"...제가요?"

 

진심으로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나는 그 얼굴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렇게 놀랄 일이야?"

"..."

"다들 너 사람 무시하는 줄 알아."

 

원빈은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러다 작게 중얼거렸다.

"...아닌데."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아닌데.

정말 아닌데.

변명조차 제대로 못 하는 사람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웃었다.

"알았어."

"...?"

"앞으로는 내가 해명해 줄게."

"..."

"우리 원빈이 싸가지 없는 거 아니라고."

원빈이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한참 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조금 더 편하게 웃었다.

그걸 보는 순간 확신했다.

박원빈은 귀공자가 아니었다.

그냥.

사회성이 조금 많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Truyện phổ biến với fan của Won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