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삔사연애] 귀공자

4화. 나한테만 그래

그날 이후, 원빈을 자주 볼 일은 없었다.

중간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업도 과제도 한꺼번에 몰렸고, 짝선배 미션도 자연스럽게 잠시 멈췄다.

그래도 가끔 연락은 이어졌다.

 

누나.

시험 공부하고 계세요?

 

응... 죽을 것 같아.

너는?

 

저도요.

 

딱 그 정도.

짧은 카톡 몇 줄이 전부였지만, 이상하게 연락이 끊기진 않았다.

 

 

*

 

 

"오늘은 진짜 도서관 가야 된다."

"이번 시험 망하면 휴학한다."

 

친구들이 떠들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학생회관을 지나는데,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원빈이었다.

전공책을 품에 안고 혼자 도서관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원빈아!"

 

내가 먼저 손을 흔들었다.

원빈도 금세 나를 발견했다.

 

"...누나."

분명 반가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을 본 순간.

원빈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안녕하세요."

작게 고개만 숙인 뒤 더는 나를 보지 못했다.

 

친구들 눈치를 한 번 훑어본 원빈은 그대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뭐야."

내가 웃으며 중얼거렸다.

 

"바쁘네."

원빈이 사라지자 수진이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야."

"응?"

"쟤 너한테는 누나, 누나 하더니 우리 앞에서는 고개만 숙이고 가네."

"그러게."

"나 방금 인사했는데."

"나도."

"한 번 쳐다보고 그냥 들어가던데?"

 

나는 피식 웃었다.

 

"아니야."

"쟤 원래 저래."

"아니, 여주."

 

수진이가 내 말을 끊었다.

 

"너 없을 때도 저러거든?"

"우리 동기들끼리도 맨날 그러잖아."

"인사해도 대답만 겨우 하고."

"근데 너한테는 안 그렇잖아."

"그건..."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웃었다.

 

"그냥 나랑 조금 친해져서 그런 거겠지."

"낯 엄청 가리는 애야."

"걔가 먼저 말 거는 거 한 번도 못 봤다."

"근데 넌 계속 쉴드 치네."

"쉴드가 아니라 사실인데."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너희도 친해지면 달라질걸."

 

친구들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

 

 

자리를 잡고 한참 공부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진동했다.

 

누나.

아까 죄송했어요.

 

나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뭐가?

 

구분들 계셔서...

괜히 방해될까 봐 제대로 인사를 못 했어요.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걸 왜 미안해해ㅋㅋ

다음부터는 그냥 와.

찮아.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네.

다음엔 그럴게요.

 

 

*

 

 

저녁이 되어 잠깐 친구들과 커피를 사러 나갔다.

 

"야, 근데."

 

수진이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박원빈 진짜 신기하지 않냐?"

"왜?"

"여주 앞에서는 사람 같던데."

"우리 앞에서는 완전 귀공자잖아."

 

친구들이 웃었다.

 

"인사도 제대로 안 받아주고."

"벽이 있긴 해."

 

나는 또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니까."

"쟤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낯가려서 그런 거야."

"아까도 봤잖아."

"나 먼저 봤을 때는 웃었어."

"너희 있는 거 보고 당황한 거지."

"생각보다 진짜 착한 애야."

"너희가 오해하는 거라니까."

 

"...어."

 

갑자기 수진이의 표정이 굳었다.

시선이 내 뒤를 향했다.

 

"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하나둘 내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한 분위기에 나도 천천히 뒤를 돌았다.

 

도서관 출입문 앞.

원빈이 서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잠깐 눈이 마주쳤다.

원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 쪽을 한 번 바라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대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

"...들은 거 아니야?"

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괜히 마음이 쓰였다.

 

 

*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계속 아까 일이 머릿속에 남았다.

혹시 괜히 신경 쓰였을까.

괜히 상처받은 건 아닐까.

결국 먼저 카톡을 보냈다.

 

괜찮아?

아까 혹시 들은 거야?

 

답장은 생각보다 금방 왔다.

 

네.

조금 들었어요.

 

나는 바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미안.

애들이 원래 장난식으로 말한 거야.

신경 쓰지 마.

 

잠시 입력 중이라는 표시가 떴다.

 

찮아요.

 

그리고...

누나가

'그런 애 아니라고'

말해주는 거 들었어요.

고마웠어요.

 

나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별거 아닌 말을 했을 뿐인데.

고맙다는 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

 

거 아니야.

사실이잖아.

 

이번에는 한참 뒤에 답장이 도착했다.

 

...

 

누나는

착하신 분 같아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이상하게 오래 눈에 남았다.

그날 처음 알았다.

박원빈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말을 삼키고 사는 사람이었다.

Truyện phổ biến với fan của Won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