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뭐 사왔는데?”
“향수…를 샀는데.
네 취향을 몰라서 그냥 내가 맡기에
좋은 향으로 사왔어”

물론 여자 선물을 해보지 않은 20대의 남자가 선물을 주기 전에 불안해하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내게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데.
어떤 선물이든 오빠가 나를 생각하며 고민하고 선택했을 거라는 걸 아니까.
“좋아! 무슨 향이야?”
옅은 분홍색인 향수가 향수병 안에서 찰랑거렸다. 뚜껑을 열어 코를 가져다댔다.

“레드로제 향이다!”
“어, 바로 알아보네?
사실 난 다 거기서 거기 같던데.
여자애들 진짜 대단해…”
평범한 사람들이 이들을 볼 때 조금은 다를 거라 생각할 것이다.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남자 주인공에 조금은 더 가까운 사람이 이들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이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었다. 다만 하는 일이 조금 특수할 뿐이지만.
“여자애들은 잘 모르겠고, 그냥 내가 관심이 있어.”

“근데 레드로제 엄청 잘 팔려서
몇 주 전부터 예약해야한다고 하던데.”
“내가 바로 그것 때문에 귀찮아서 안 사고 있었지”
“내가 살다살다 향수 예약까지 할 줄은 진짜 몰랐다.
네 방에서 나는 향이랑 제일 비슷한 거 찾으려고
지식인도 쓰고, 사이트 들어가서 예약도 하고.

혹시나 깨질까봐 직접 매장에 받으러 갔어.
네 마음에 드는 선물로 해주고 싶어서.”
“와, 오빠도 진짜 정성이다.
마침 향수 다 떨어졌었는데, 잘 쓸게!”
“마음아, 우선 내 선물은…”

“응원법 순서대로 줄래?
그래야 나중에 나도 어떤 선물을
누가 줬는지 알 것 같아서”
정한이 오빠는 쿨하게 쇼핑백을 열었고, 레드 계열의 투피스를 내놓았다.
위는 옅은 베이지 색이고 브이넥으로 목 주변에는 검정색과 붉은색이 세 줄을 이루고 있었다.
줄과 똑같은 색으로 리본도 묶을 수 있었고, 손목 부분에도 똑같은 줄이 있었다. 하의인 치마는 주름치마로, 제라늄의 아주 강렬한 레드였다.

“교복 같은 느낌이다? 스쿨룩인가?”
정한이 오빠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는지 역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지수 오빠는 옷을 들고 있는 내 왼쪽 손목을 조심스럽게 잡아 내려 무언가를 걸어주었다.
뭔가 싶어 보니 스킨 화이트색의 가죽으로 만들어져있는 시계였다. 그리고 다른 점은, 숫자가 있는 그 부분이 그라데이션이었다는 것이다.
위에서부터 하얀색으로 시작해 아래가 쿼츠 색이 될 때까지 그라데이션인 시계에 금색의 숫자. 눈을 반짝거리며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정한이가 사준 옷이랑 잘 어울리겠다.”

“ㄱ, 굳이 깍지까지 껴가면서 확인할 필욘 없잖아…”
“저, 빨리빨리 진행하죠.
저한테 오려면 한참 남았다고요”
“코트인데, 내 건.
이미 찬이가 카멜을 하나 선물해서…”

“괜찮아. 똑같아도 공평하게 입을 거야”
나는 또 엄청 똑같은 색인줄. 무릎까지 오는 기장에 짙은 갈색의 라운드 단추가 3개 달려있었다.
“오빠, 진짜 예뻐. 잘 입고 다닐게.
디자인이 심플해서 어디든 잘 어울릴 것 같아”
그 다음인 순영이 오빠는 약간 망설이는 듯 하다 입을 열었다.
“음, 신발은 많은 것 같긴 하던데.”

“우와! 이걸 뭐라 그러더라? 메인제인슈즈…?”
“응, 그거 맞아. 메인제인이 네 스타일인 것 같더라고?
심플하면서 우아한 스타일.”
아마 아예 신발 종류를 정해두고 쇼핑하러 간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며 맨발에 구두를 신어보았다
발목에만 구두 끈이 묶이는 메인제인슈즈의 특징대로 끈이 발목에 착 감겼다. 그러나 다른 것들과 달리 끈이 매우 얇고 굽도 별로 높지 않은 데다 두꺼워 발목에 부담이 가지 않았다. 색깔도 아이보리라 무난하게 매치할 수 있겠다 싶었다.

“진짜 나한테 딱이야. 어떻게 이런 걸 구했지…”
“나도 승철이 형이랑 비슷한 경험 했어.
예약까지는 아니지만, 발품을 진짜 열심히 팔았다고.
디자인이 예쁘면 굽이 높고,
굽이 낮으면 디자인이 별로고,
다 좋은데 굽이 너무 얇은 것도 있었고”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신발을 벗어 신발 박스 안에 다시 넣어두었다. 무섭도록 하얘서 조심해서 신고 다녀야할 것 같았다.
“솔직히 내 건, 내 취향이야.
뭐, 여자친구가 하고 다니면 좋을 것 같은 것들”

왜 3개지?하는 순간, 원우 오빠가 왼쪽부터 순서대로 하나씩 열었다. 그가 상자를 하나씩 열 때마다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반투명한 하늘빛의 보석을 은으로 보이는 금속이 차례대로 열쇠, 은하수, 행성의 모습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취향이야, 오빠…”
“하, 다행이다…”

“지금 하나 할래! 나 행성 모양!”
원우 오빠의 선물 증정이 끝나자 13명의 시선은 전부 지훈이 오빠에게로 꽂혔다. 그럼에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박스도, 쇼핑백도 없어서 내 선물을 사지 않았나,하고 생각했다.
“내 선물은 내일. 생각보다 배송이 늦어져서”

“뭐길래 그래?”
“내가 말해줄게. 그건…”
P.S. 이건 제가 색과 모양 표현을 연습하고 싶어서 썼던 부분인데, 누가 볼 생각하니까 좀 부끄럽네여;;
처음에 글을 쓸 때 참고했던 사진을 구할 수 있는 것만 넣었습니다.
그리고·· 연재가 불규칙해서 너무너무 미안해요ㅜㅠ 생각보다 편집 시간이 오래 걸려서😭😭
(임시 저장 숫자 제한 없었으면 미리 써두고 올릴 수 있을 텐데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