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너 그러다 쓰러지겠다. 공부 안 지겹냐?"
"비켜 방해돼.. 오늘까지 진도 끝내야지"
"지금 점심시간이야 멍청아 펜 내려놓고 빨리와"
"아.. 그러네"
태현이의 말에 고개를 돌려 시간을 봤다.
벌써 점심시간이였다. 어쩐지 주변이 조용하더라니.. 다들 밥 먹으러 간거였구나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바람에 하던 걸 멈추고 일어서야 했다. 터벅터벅 급식실로 향하던 도중
학생들이 꽤 많은 교무실 앞에서
누군가가 학생부 선생님에게 크게 혼나고 있었다.
..아이고, 쌤이 화가 많이 나신 것 같네

"담배 제가 피운거 아니라고요. 하, 몇 번을 말 해.."
"이 자식이 내가 다 봤는데 어디서 딴 소리야!"
"그게 저인지 아닌지 쌤이 어떻게 아는데요"
세상에 저게 지금.. 정상적인 선생과 학생의 대화인가? 제일 극혐하는 싸가지 없어 보이는 학생의 태도에 저절로 눈쌀이 찌푸려졌다.
"야 강태현, 빨리 지나가자"
"안 그래도 그럴려 했음. 분위기 진짜 살벌하네"
"아니..어떻게 선생님한테 저렇게 대들어? 싸가지 없어 진짜"
태현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앞질러갔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인데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나는 다시 뒤를 돌아 싹수 없는 새끼의 면상을 보려다 그만 눈이 마주쳤다.
? 눈이 마주쳤다?
"헐 시발!.."
나를 보던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던 그 아이의 느낌을
애써 잊으려 노력했다. 잠깐 봤는데도 소름이 끼치냐 왜.. 그 생각을 하며 몸을 떨다 저 멀리 앞질러간 태현이를 따라갔다.

"여기 김여주가 누구야?"
"..내가 김여주 맞는데. 무슨 일이야?"
"너 남자친구 있어?"
"없..는데 그게 왜-"
"좋아하는 사람은?"
"잠시만,그게 왜 궁금ㅎ.."
"있어? 좋아하는 사람?"
"...없어"
이게 무슨 상황이냐.
정확히 점심시간이 지나고 한 시간 후 우리반에
웬 낯선 양아치 같이 생긴 아이가 날 찾아왔다.
가만히 공부하고 있던 나에게 속사포로 이상한 질문을 하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흠.. 알겠어 김여주, 내 이름은 최범규야"
그러곤 내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웠던 범규라는 아이의 등장에
나와 마찬가지로 당황했었던 태현이가 내 옆에 조용히 다가와 곰곰히 생각을 하더니 갑자기 짝!! 하고 박수를 쳤다.
"아 기억났다!"
"깜짝아, 뭐가 기억이 나"
"쟤 최범규. 아까 혼나던 애 친구"
"근데 그게 왜?.."
"그게 왜라니 멍청아. 너 찍힌거 아니냐? 다음 시간에 너 조지러 오는거 아님?"
"..."
생각났다. 아까 날 쳐다보던 그 눈빛. 제일 무섭게 나를 노려보던 그.. 아이..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손이 부들거렸다.
옆에서 '너 뭐 잘못한거 있냐? 나 이제 너랑 친구 못함 ㅃㅇ' 이지랄 거리는 태현이의 말에도 대꾸할 수가 없었다.
나 이 학교에 와서 조용히 공부만 할 생각이였는데 왜 .. 왜 인생 18년차에 갑자기 꼬이는거야?
"하...태현아 나 큰일난 것 같다"
"어 그런듯"

"야 야 야! 야 범규야 물어봤어? 걔 남친 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