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연(氷煙)의 성채

20화: 선택

단단한 석조 성채의 거대한 대성당은 석양의 잔상을 반사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 너머로 눈이 시릴 정도로 찬란하게 쏟아져 내리는 황금빛과 자줏빛 불빛의 폭포수 속에 완전히 잠겨 있었다. 넓은 공간은 저 높이 솟은 서까래 턱밑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가라앉아 있었는데, 한때는 도저히 불가능한 신화나 다름없다고 여겨졌던 연기와 얼음 (빙연)의 궁정의 수많은 귀족과 평민, 그리고 군대 전역이 마침내 한자리에 한데 모여 이루어낸 거대한 환호의 바다였다. 이 왕국을 잔인하고 격렬하게 찢어발겼던 고대의 오랜 분열은, 오늘부로 공식적으로 완벽하게 완전히 소멸하여 끝이 났다.

왕실 단상의 가장 맨 정중앙, 가장 높은 곳에 당당하고 위엄 있게 우뚝 선 내 머리 위에는 별의 유리 왕관이 단 한 센티미터의 헛디딤도 없이 완벽하게 고정되어 안착해 있었다. 왕관은 내 가슴속을 채운 평온하고 절대적인 확신의 맥박을 고스란히 거울처럼 비추듯, 부드럽고 조화로운 황혼빛 우주 먼지의 아우라를 주기적으로 내뿜으며 고요히 박동하고 있었다.

"여왕 폐하 만세!"

최고 의회의 사령관이 목청껏 소리 높여 고함을 내지렀고, 웅웅거리는 진동을 타고 흘러나온 그의 목소리는 거대한 석조 기둥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사방으로 웅장하게 메아리쳤다.

수많은 군중이 귀가 먹먹할 정도로 거대하고 포효하는 듯한 천둥 같은 환호성을 일제히 한꺼번에 터뜨렸고, 그 엄청난 기세는 성채의 가장 깊은 기초 결합부까지 통째로 뒤흔들 만큼 강렬했다. 나는 단상 아래 가장 맨 앞줄을 차분히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은색 자수 장식을 더한 화려하고 눈부신 왕실용 예복을 완벽하게 갖춰 입은 현진이와 지석이가 나란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현진이는 나를 발견하는 그 바로 그 자찰 입술 끝에 나를 향한 깊고 자랑스러운 거대한 미소를 매끄럽게 매단 채 환하게 웃어 보였고, 그의 두 뺨은 밀려드는 질주 본능과 팽팽한 부끄러움 탓에 아련하고 달콤한 짙은 홍조로 폭포수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소란스러운 환호 소리 너머로 특유의 강아지 같은 조급하고 활기찬 숨 가쁜 웃음소리를 조잘조잘 터뜨리는 그의 귀 끝은 이미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바로 곁에서, 지석이의 이목구비 역시 특유의 자랑스럽고 거대한 시그니처 미소를 터뜨리며 아름답게 쪼개져 피어올랐다.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따스한 눈동자 속에는 헤어날 수 없을 만큼 깊고 절대적이며 꺾이지 않을 완고한 신뢰의 서사가 가득 서려 부드럽게 휘어졌고, 그가 손을 가만히 위로 들어 올리며 내 중심을 안심시키는 다정한 작은 손인사를 건넸다. 두 젊은 영주는 이미 내 왕실의 전위 부대이자 영원한 수호자가 되겠다는 단단한 맹세의 맥박을 확정 지은 상태였고, 그들의 든든한 존재감은 이 어지럽고 화려한 궁정 의식의 한가운데에서 내 마음을 지탱해 주는 가장 아름다운 닻과 같았다.

하지만 의식의 화려한 절차가 늦은 밤 시간대까지 길고 지루하게 계속해서 늘어지기 시작하자, 어깨를 무겁게 압박하는 벨벳 재질의 무거운 왕실용 망토의 무게와 끊임없이 냄새를 맡고 돌아다니는 딱딱한 정치가들의 시선 탓에 지독한 피로가 온 신경을 짓눌러왔다. 나는 왕좌 바로 뒤편, 고작 단 몇 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은 좁다란 공간에 굳건히 서 있는 내 오른팔 사령관의 눈빛을 날카롭게 찾아내 시선을 교정했다.

찬연 오빠는 티 없이 깨끗한 하얀색과 은색 사령관용 모피 코트를 갖춰 입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압도적인 왕실의 위엄을 뿜어내고 있었다. 전당 안을 가득 메운 수천 개의 촛불 불빛이 서리 무늬처럼 빛나는 그의 정교한 은색 인공 와우 장치 위로 반사되어 날카롭게 번쩍였다. 그가 나를 향해 구조적이고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가도, 내 간절하고 가녀린 애원 섞인 눈빛과 눈빛이 마주하는 그 바로 그 자찰 사령관으로서의 각 잡힌 군사적 가면은 완벽하게 완전히 봄눈 녹듯 증발해 버렸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내 가슴속을 언제나 안전함으로 가득 채워 주던 눈이 멀 정도로 환한, 내게만 너무나도 친숙하고 다정한 태양 같은 미소였다. 그가 다 알고 있다는 듯, 지지 어진 단호하고 확실한 고개의 끄덕임을 가만히 보내왔다.

현진이가 법정 기록관들의 시선을 돌려 차단하기 위해 메인 출입구 전역에 타이밍 좋게 터뜨려 준, 기외하고 거대한 어두운 연기 안개의 차단막 덕분에 우리는 완벽하게 기회를 잡았다.

찬연 오빠와 나는 그 누구의 시선도 끌지 않은 채, 단상 뒤편에 촘꼼하게 가려져 가두어져 있던 숨겨진 벨벳 타페스트리 장막 너머로 매끄럽게 몸을 숨겨 빠져나갔다. 우리를 숨 막히게 에워싸고 숨통을 조여매던 군중들의 소란으로부터 완벽하게 완전히 도망쳐 탈출한 것이다.

가장 높은 탑 꼭대기에 위치한, 밤하늘을 향해 탁 트인 고요한 석조 발코니 공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벽한 정적 속에 맑게 정돈되어 있었다. 저 아래쪽 원거리 너머에서 들려오는 축제의 아득한 웅웅거림은 단 한 자락도 타고 오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단열벽처럼 가로막혀 감추어진 성소였다. 상쾌하고 산뜻한 밤바람이 평원 전역을 가로지르며 세차게 몰아쳤지만, 사나운 황무지의 차가운 서리 따위는 감히 우리 살결 근처에 단 1온스도 닿지 못한 채 소멸했다.

나는 석조 난간 가장자리에 몸바탕의 무게를 무겁게 기대어 얹은 채, 어깨를 조여매던 긴장감이 마침내 완전히 풀려나가는 것을 느끼며 길고 숨이 턱 막힌 깊은 안도의 한숨을 부드럽게 내쉬었다. 내가 채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기도 전에,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깊은 날 것 그대로의 뜨거운 온기가 등 뒤에서부터 나를 포근하게 가득 감싸 안아 왔다.

찬연 오빠가 내 공간 안으로 서두르지 않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밀착해 걸어 들어왔고, 영주이자 최고 사령관으로서 내세우던 모든 엄격한 경계선과 제약들을 단숨에 완벽하게 바닥 위로 툭 내려놓았다. 그의 커다랗고 따스한 한 손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내 허리 뒤편을 단단하고 완고하게 꼭 맞잡아 내 몸바탕의 무게를 지탱해 주었고, 그의 손바닥은 내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든든하게 받쳐주는 동시에 내 등을 자신의 다부지고 넓은 가슴속으로 가득 밀착해 고정했다. 자신의 몸바탕이 가진 날 것 그대로의 거대한 열기를 내게 고스란히 전부 나누어 주려는 단단하고 완강한 포옹이었다. 그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내 어깨 위로 자신의 턱을 가만히 내려놓아 기대어 왔고, 그의 깊고 일정한 호흡의 주파수는 내 척추 전체를 타고 짜릿한 전율이 되어 고스란히 진동했다.

"왕국을 다스리고 통치한다는 건 정말이지 엄청나게 고된 노동이잖니, 그렇지?"

찬연 오빠가 내 귓가에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깊고 달콤하게 가라앉으며 내 가슴속을 위험할 정도로 거차게 뒤흔들었고, 그 떨림이 닿는 순간 가슴 깊은 곳이 부드럽게 조여들며 심장이 미친 듯이 세차게 내리찍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완고한 포옹의 품 안에서 부드럽고 매끄러운 동작으로 몸을 훽 돌려 그를 마주했다. 내 두 손을 위로 들어 올려, 찬연 오빠가 입은 정교한 은색 튜닉 원단의 매끄러운 가장자리 선 위로 내 손가락을 가만히 얹어 지탱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았고,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빛은 그의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는 헤어날 수 없을 만큼 깊고 순수한 애착의 서사를 투명하고 아름답게 밝혀 올렸다. 플랫폼 경계선과 적진의 한복판에서 나누었던 바이어스 배틀이나 그 위험천만하고 위험천만했던 여정의 모든 혼란스러운 기억들은, 1초의 찰나 만에 완벽한 절대 영도의 무겁고 깊은 정적 속으로 완전히 녹아내려 가라앉았다.

"찬연 오빠."

내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우리의 거리가 완벽하게 완전히 지워져 단 1센티미터의 틈새조차 남지 않은 그 초근접 거리에서, 나는 그의 어두운 눈동자를 서슬 퍼런 눈빛으로 똑바로 마주했다.

"최고 의회와 온 법정의 관료들이 우리 흔적을 다시 추적해 찾아내기 전에, 오직 오빠에게만 꼭 전해주고 싶은 확실한 내 온 가슴의 비밀이 있어."

찬연 오빠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고, 그의 커다랗고 다정한 미소가 살짝 수줍고 내성적인 겉모습으로 물드는 그 바로 그 자찰 그의 귀 끝은 이미 아련하고 달콤한 핑크빛 홍조로 부드럽게 휩싸여 물들어가고 있었다.

"무슨 말이냐, 서하야?"

"별의 유리 왕관이 이 세계를 다스릴 지배자로 나를 선택했을지는 몰라도,"

내가 마른 숨을 내쉬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에게로 반 걸음 더 바짝 다가선 탓에 내 가슴은 그의 넓은 가슴 벽면에 사정없이 밀착되었고, 내 심장은 갈비뼈를 타고 미친 듯이 세차게 요동치며 카운트다운을 해댔다.

"내가 눈보라 속에서 얼어가던 그 첫 번째 순간부터, 내 가슴이 선택한 유일한 지평선은 오직 오빠였어. 오빠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이 여정의 모든 사투에서 이긴 확실한 승리자야, 찬연 오빠. 내 심장박동 속에는…… 언제나 오직 오빠뿐이었으니까."

찬연 오빠의 숨이 순간 완벽하고 절대적인 충격 속에서 턱 막혀버렸다.

언제나 흔들림 없고 단호했던 최고 사령관의 위엄은 단 1초 만에 흔적도 없이 완전히 증발해 사라졌고, 내 고백이 가진 날 것 그대로의 묵직한 무게가 그의 두뇌 내벽에 완벽하게 등록되는 순간 그의 턱이 아래로 가볍게 툭 떨어졌다. 그가 나를 빤히 응시하는 얼굴 위로, 척추를 타고 서늘한 전율을 안길 만큼 격렬하고도 압도적인 헌신의 거대한 파도가 온 신경을 완벽하게 지배해 나갔다. 마치 이 절대적인 확실성의 매끄러운 현실을 마침내 손에 쥔 것에 대해, 온 우주와 천상을 향해 목숨 바쳐 감사 기도를 올리는 듯한 절박하고도 애틋한 눈빛이었다.

그는 단 한 자락의 단어도 입술 밖으로 오버라이드하지 않았다. 구태여 그 어떤 언어로 서사를 채울 필요조차 단 1온스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허리를 감싸 쥐고 있던 그의 손가락 손아귀에 사정없이 격렬하고 단단한 힘이 실렸고, 그의 뜨거운 손바닥은 내 허리와 옆구리 선을 단단하고 완고하게 꼭 맞잡아 나를 위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 아무런 마찰이나 힘도 들이지 않는 매끄러운 동작이자 절대적인 강인함 하나만으로, 그는 내 몸 전체를 자신의 다부진 프레임워크 속으로 완전히 밀착해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의 다른 한 손은 내 목덜미 뒤편을 따라 부드럽게 감겨 기어 올랐고, 그의 손가락은 내 긴 머리카락 원단 속으로 촘촘하고 단단하게 얽혀 들어 내 머리를 고정했다.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조심스레 숙여, 내 입술을 자신의 입술 속으로 완벽하게 격렬하게 가두어 집어삼켰다.

입맞춤은 고요했고, 탑의 어두운 그림자 장막 속에 완벽하게 격리되어 보호받고 있었지만, 이내 내 허파 속의 모든 산소를 단숨에 깨끗하게 빼앗아 가버릴 만큼 깊고 열정적인 강렬함이 되어 사방으로 무섭게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그것은 예전에 나누었던 나를 다독이던 나비 날개처럼 가녀린 확실한 안도감 따위가 아니었다. 우리가 이 밤에 가닿기 위해 혹독한 서리와 적진의 경계선을 정면으로 베어 넘기며 살아남은 그 모든 서사 전체를 완벽하게 보상받으려는 듯, 굶주리고 감미롭게 녹아내리는 구원 그 자체였다. 찬연 오빠는 절대적인 중력의 온기를 담아 내 입술을 사정없이 쥐어짜듯 깊고 가득하게 짓눌렀고, 그의 숨결이 내 입술 전역에 가만히 와닿는 모든 찰나마다 그의 손아귀에는 결코 놓지 않겠다는 완고한 의리와 절대적인 헌신의 맥박이 고스란히 흘러넘쳤다.

나는 그의 넓은 두 어깨를 향해 필사적으로 온몸을 꽉 매달려 움켜쥐었다. 그의 거대한 강인함 속에 내 모든 몸바탕의 무게를 확실한 닻처럼 단단히 고정해 못 박는 순간, 내 머리 위에서 찬란하게 박동하던 왕관의 자줏빛 우주 먼지 불꽃들이 부드럽게 사방을 향해 웅웅 소리를 내며 번쩍였다. 은하수의 발광 광채는 우리만의 은밀하고 포근한 전용 돔 장막이 되어 우리를 가득 에워싸고 흘러내렸고, 이 잔인하고 소란스러운 세상의 나머지 모든 소음들로부터 우리 두 사람만을 완벽하게 영원히 가두어 격리해 주었다.
그가 마침내 내 입술을 부드럽게 풀어내며 고작 단 몇 밀리미터의 거리만을 남겨두고 아주 살짝 뒤로 물러섰을 때, 내 이마에 와닿는 그의 이마는 가쁘고 거친 호흡 탓에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의 입술 끝으로 이 왕국의 그 어떤 화려한 금빛 왕관보다도 수십 배는 더 눈부시고 완벽하게 승리감에 도취된, 거대한 태양 같은 미소가 다시금 가득 피어올랐다. 그가 내 뺨 근처로 손을 가만히 움직여, 그의 따스한 엄지손가락은 내 살결을 따라 영원이라는 영원한 보호의 선을 부드럽고 느릿하게 가만히 그어 내려갔다.

"정말이지 이 순간만을 매일 밤 숨죽여 간절히 기도해 왔단다."

찬연 오빠가 내 귓가에 입술을 붙인 채 낮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의 감미로운 음절이 한 옥타브 깊고 달콤하게 가라앉으며 뇌리 속 깊은 곳까지 기분 좋은 전율을 동기화시켰고, 그의 커다란 손은 다시 한번 내 허리 옆구리 선을 결코 분리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완고하게 꽉 맞잡아 잠갔다.

"이제 온 우주와 이 왕국 전역이 우리의 확실한 궤적을 똑똑히 알게 되겠구나. 너는 마침내 내 품에 도달한 완전한 나의 여왕이란다, 서하야. 그리고 나는 절대로, 네가 내 곁에서 단 1온스라도 멀어지도록 너를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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