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117화. 테루엘의 연인



스페인에서 내가 여행했던 곳은

대학 시절 배낭여행으로 왔던 바르셀로나였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알록달록한 타일로 만든 구엘공원의 조각들,

가우디 사후에도 여전히 건축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까지...

스페인에 왔다면 꼭 봐야 하는 위대한 작품들.





그래서 훈지 씨에게 이 멋진 작품들을

꼭 보여 주고 싶었다.

얼마나 감탄할지 내심 기대하면서 말이다.





바르셀로나에 대한 정보를 잔뜩 검색해 놓고

조용히 다시 침대 안으로 들어가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 마자

어젯밤 찾아 놓은 바르셀로나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해 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아침으로 훈지 씨가 요리한

볶음밥을 먹고 난 후,

우리는 테이블에 앉았다.






"훈지 씨, 내가 우리 여행 장소로

 어디를 찾아봤는지 알아요?"





"어? 나 스페인에서 가 보고 싶은 곳 있는데..."





"어디요? 바르셀로나 아니에요?

 스페인까지 왔는데 가우디 건축물은 봐야죠!"






"아... 거긴 너무나 유명한 데라...

 나는 좀 특이한 곳을 가보고 싶었거든요."






나는 예상 밖의 훈지 씨의 대답에

순간 맥이 풀렸다.





"정아 씨. 혹시 '테루엘'이란 곳 알아요?"





"테루엘? 아뇨. 처음 들어 본 곳이에요."





"테루엘의 연인들 몰라요?"





"몰라요. 그게 뭔대요?"





"한 번 찾아봐요.

 정아 씨도 좋아할 거에요."






"훈지 씨, 그러지 말고 바르셀로나로 가요.

 거기 구엘공원이랑 가우디 성당 보면

 깜짝 놀랄 거에요. 진짜로!"






"정아 씨는 가서 본 것들 아니에요?

 그런데 왜 또 가쟤요?"





"나는 가봤지만... 훈지 씨는 처음이잖아요.

 멋진 곳이니까

 훈지 씨도 가서 꼭 봤으면 좋겠단 말이에요."





"그럼...

 다음에는 꼭 바르셀로나로 같이 가요.

 이번에는 테루엘로 가고요."





"아니... 설마 그 이야기 하나 때문에

 여행지를 정한 거에요?"

 




"13세기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래요.

 정아 씨도 가 보면 좋아할 거에요."






"나는 훈지 씨한테

 구엘 공원을 보여 주고 싶단 말이에요."






"...내 생각에는...

 테루엘이 우리에게

 더 의미있는 여행지가 될 거 같아요."





내 마음을 알아 주지 못 하는

그가 내심 섭섭했다.





"이렇게 의견이 안 맞아서

 어떻게 여행을 같이 해요?"





더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는

기분이 상할 것 같았다.

벌떡 일어나서

휴대폰과 이어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정아 씨. '화나도 집 나가지 않기' 기억 안 나요?"





훈지 씨가 현관문을 가로 막고 섰다.





"그냥 바람만 쐬고 올 거에요.

 싸우기 싫어서 나가는 거란 말이에요."





"안 돼요. 우리 규칙이잖아요."





"혼자 있고 싶을 때 존중해 주기로 했잖아요."





"지금은 기분이 나빠서

 나가려고 하는 거니까 그렇죠."





나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내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 버렸다.





'남의 마음도 모르고

 또 자기 생각만 한다니까...

 그런 전설은 관광객 끌려고 만든 건데

 뭐가 그렇게 중요해...?'






'내가 어젯밤에 그렇게 열심히 정보를 찾아 놨는데

 그건 물어보지도 않고...'





나는 섭섭한 마음이 하나 둘 쌓이면서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왠지 지금 울면 내가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를 삭히려고 음악을 틀었다.




얼마 후에,

방문 밑으로 하얀 종이가 빼꼼히 들어왔다.





'뭐야... 화해하자고 쪽지 쓴 건가?

 애도 아니고... 쪽지가 뭐야...'





나는 뭐라고 적었나 궁금한 마음에

바닥에 놓인 쪽지를 집어 들었다.





[13세기에 있었던 일이에요.

 테루엘에 사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졌대요.

 그런데 남자가 너무 가난해서

 여자의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했어요.

 남자는 5년 안에 부자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전쟁터로 떠나요.

 하지만 5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여자는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돼요.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결혼한 직후에 남자가 돌아오고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여자에게 마지막 키스를 해 달라고 해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여자는 거절하고

 그 충격으로 남자가 죽고 말아요.

 장례식에서 여자는

 죽은 남자에게 마지막 키스를 한 뒤

 자신도 숨을 거둔다는 이야기에요.

 스페인 오기 전에 당신이랑 여행하고 싶어서

 찾아 봤어요.

 예전에 '테루엘의 연인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당신과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고 싶었어요.]






'아... 그래서 이곳에 가고 싶다고 한 거였구나...'



난 그의 진심에 마음이 뭉클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118화 중에서>




Truyện phổ biến với fan của Park Jihoon